바벨탑 (회고 2024)

Nochi·2024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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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에 하늘에 가까워지려고 신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던 인간들은 탑을 쌓았다. 하지만 인간의 교만한 마음을 보고 노한 신은 인간의 언어를 섞어버렸고, 결국 탑은 하늘에 닿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언어를 섞어서 완성되지 못한 탑을 우리는 "바벨탑"이라고 부른다.

다시 쌓아 올리는 탑

많은 것을 배웠다고 여겼으나, 2023년은 마지막은 컬리 페이 최종 면접 탈락으로 마감하였다. 전세 사기 문제로 인해 정신없이 치른 최종 면접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래도 최종 면접까지 갔으니 나름 잘한 것이 아닐까?"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한 해를 시작하였다.

모바일 앱의 기회와 소모전.

지인의 소개로 React Native를 활용한 외주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으며, 소주도라는 앱을 개발하여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하였다. 이러한 기회는 흔치 않은 일이라 여기며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나 계약은 베타 앱 개발까지만으로 한정되어 있었음에도 외주 회사는 추가 개발자를 채용하지 못하였고, 디자이너 교체와 리뉴얼 작업 등 여러 요구사항이 더해지며 반년 이상이 소모되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외주 개발의 어려움을 실감하였다. 결국, 앞으로는 외주 작업을 피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프론트엔드 팀의 기능을 잃었다.

회사의 프론트엔드 팀은 PR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선 Merge 후 Review 방식을 도입하며, 바쁜 일정 속에서도 코드 리뷰를 유지하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외주 프로젝트의 범위가 계약 당시 예상보다 크게 확장되면서, 회사는 각자 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 하에 서로의 코드를 리뷰하거나 간섭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하면서 팀 간 코드 리뷰와 협업 문화가 약화되었음을 절실히 체감하였다. 이후 2024년 중반 이후로는 코드 리뷰와 프론트엔드 회의조차 사라졌고, 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음을 깨달았다.

게임 개발에 도전하다.

회사는 게임 플랫폼 개발을 위해 여러 미니게임 제작이 필요하였고, 이를 계기로 Phaser를 활용한 게임 개발을 시작하였다. React라는 프레임워크를 벗어나 JavaScript의 클래스를 활용하여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SOLID 원칙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였으나, 객체를 독립적이고 명확한 책임을 가진 단위로 설계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를 통해 다양한 기술 스택을 경험하는 것이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그런 것도 해요?"

올해 들어 몇 차례나 들은 질문이었다. 프론트엔드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Nest.js와 Figma 등을 배우며 즐거움을 느꼈으나, 주변을 돌아보니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이 많아 스스로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대기업 최종 기술 면접

프론트엔드 경력 3년 차에 접어들며, "내가 이 자리에 머물러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이 깊어졌다.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프론트엔드 리드를 맡았으나,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9월, 네이버 웹툰에 지원하였다.

단순히 입사를 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배운 것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받고 싶다는 간절함도 있었다. Next Pro 의 멘토님께서 이력서를 피드백 해주셨고, 대기업 FE 시니어분께서 해주신 모의 면접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말 수 많은 질문들이 있었지만, 결국 말로 전할 수 없으면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우쳐 주셨고, 내가 아는 개념들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정의하는 일에 힘썼다.

10여명만 남은 최종 기술 면접까지 오게 되었다.

생각보다 과정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11월, 본사에서의 최종 면접 전,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 일찍 도착하여 스스로에게 물었다.

  • "나는 왜 여기 있는가?"
  • "내가 이곳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 "나는 어떤 개발자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리하며 첫 번째를 제외한 두 번째와 세 번째 면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마지막 면접관이 "결과와 상관없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였기에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공들여 쌓아 올린 바벨탑은 또다시 무너졌다.

첫 번째 면접에서 면접관의 마음에 들지 못한 것이 크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왜 나는 1등이 될 수 없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썼던 Linkedin에 게시했던 클로저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공감이 오는 것을 보고 결과를 조금 외면하려 하였으나, 결국 설득 시키지 못한 것은 나였다. 그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어 발버둥 쳤으나, 결국 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개발자로서,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음을 깨달았다.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고 싶지 않은 회사에 지원하는 것을 멈추기로 결심하였다.

교만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책을 다시 읽고, 미뤄두었던 테스트와 코딩 테스트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하였다.

미루었던 것들

노아의 방주가 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실었던 것처럼, 나 역시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부족한 점과 시도해야 할 것들을 깊이 고민한 결과, 내년에는 아래와 같은 항목들을 배우고 실천하기로 결심하였다.

테스트

현재 나는 테스트 코드 작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Vitest나 Jest를 활용해본 적은 있으나, 좋은 테스트 코드에 대해 깊이 고민하거나 이를 많이 작성해본 경험은 미흡하다. Cypress를 사용해본 적은 있으나, 테스트가 안정성을 높여주는 동시에 코드 변경에 취약하다는 문제를 느꼈다. 특히 공통 모듈을 변경할 때 발생하는 오류는 종종 개발자의 결정을 주저하게 만들며, 더 나은 선택보다는 안일한 방식을 택하도록 유도하였다.

이는 테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코드 자체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판단하였고, 앞으로는 테스트 코드와 본 코드 모두를 개선하는 방법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개선을 위해 아래의 자료를 참고하여 학습할 계획이다.

자료 구조와 알고리즘

대학 시절부터 자료 구조와 알고리즘은 나의 약점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다. 효율적인 코드와 시스템 설계를 위해 이를 다시 학습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였으며,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 과정이 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아래의 도서를 통해 학습을 진행할 계획이다.

코딩 테스트

"코딩 테스트가 정말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회피하고 싶었던 과거가 떠오른다. 당시에는 "아니요"라고 대답하며 코딩 테스트를 멀리하였으나, 멘토들조차 코딩 테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는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개발 사고력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라고 조언하였다.

이제는 코딩 테스트를 성장의 도구로 삼고, 이를 통해 실력을 키우기로 결심하였다. 이를 위해 아래의 자료를 활용해 학습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래를 위해

내가 목표로 하는 곳에서 요구하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구체화하였다. 리액트의 심화 이해, 마이크로 프론트엔드, 그리고 다양한 패러다임에 대한 학습을 통해 더욱 나은 코드를 작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아래의 자료들을 참고하여 깊이 있는 학습을 이어갈 계획이다.

취미 활동

최근 한 유튜버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접하면서 게임 개발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게임 개발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와 함께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C++을 배우기로 결심하였으며, 필요한 자료를 구입하여 차근차근 공부를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계획들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를 할 것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

이번 한 해는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은 시간이었다. 대기업 도전은 긍정적인 자극을 주었으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막연한 이직이 아닌, 개발자로서의 살아가기 위한 시간을 늘리기 위해 실질적인 성장에 집중하고자 한다. 현재 소속된 회사에서도 프론트엔드 리드로써 더 나은 환경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면접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직시할 수 있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번 한 해에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감사한 한 해였다고 느낀다.

다시 쌓는 새로운 탑

교만하여 흩어져있던 언어들을 다시 모아야 했다. 하늘에 닿을려는 마음이 아닌 겸손한 마음으로 나 자신의 성장의 탑을 쌓아야 했다. 회사가 목적이 아닌 나 자신과 경쟁하고 겸손해지기 위해 쌓는 새로운 탑은 그 누구도 흩어놓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탑을 쌓아보자.

그 누구도 관심 없을 나의 회고에 방문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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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20일

저도 코테를 외면하고 살았는데 올해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함께 성장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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