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개발자를 하기로 마음먹게 되었을까?

Denia·2022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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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정글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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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 들어온지 4일째가 지나가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간은 29일 새벽 2시 반이다.

3일동안 고생하면서 미니 웹 프로젝트를 만들고 나서 어제랑 오늘은 열심히 알고리즘 문제를 풀면서 자료구조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 하던 와중에 과제가 생겼다. 에세이를 작성해야 한다고 한다.

필요한 내용은 지나온 과거에 대한 성찰 혹은 5개월 동안 내가 어떤 것을 얻어가고 싶은지, 어떤 자세로 임하고 싶은지, 정글이 끝난 후 나의 모습은 어땠으면 좋겠는지 등등을 자유롭게 쓰면 된다고 한다.

에세이를 쓰려고 생각하니 주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주제는 바로 “나는 어쩌다 개발자를 하기로 마음먹게 되었을까?” 이다.

해당 주제를 택한 이유는 내가 왜 이 직업을 하고 싶었는지에 대해서 이번기회에 다시 한번 제대로 생각을 해서, 개발자로 살면서 앞으로 만날 여러가지 어려움에 종종 그만두고 싶은 날도 있을테고 지치는 날도 있을텐데 그때마다 이 에세이를 다시 보면서 내가 이런 이유로 개발자를 하려고 했었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걸 계기로 힘을 내고 싶어서 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을 해보자.

대학에 진학을 할때에는 그냥 그럭저럭 제일 만만한 취업이 잘되는 과를 선택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당연히 몰랐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으며 부모님이 원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학교 생활도 크게보면 괜찮았다. 전공 공부도 할만했고 성적도 잘 받았으니까. 다들 그냥 그렇게 공부하면서 지낸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코딩이 잘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나에게 코딩은 꽤 재미가 있었다.

2학년 2학기때 VHDL 이라는 과목을 듣게 되었는데, 해당 과목 내용은 VHDL 이라는 하드웨어 언어로 반도체 내부의 회로를 프로그래밍 하고 해당 반도체를 통해서 주위의 장비들을 동작시키는 그런 과목 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아두이노 같은 것이라고 보면 적당할 것 같다.

수업은 그럭저럭 이었는데 기말고사 대신에 받은 과제가 나에게 코딩의 재미를 알려주었다.

과제 수행 기간은 3주 정도였고 그 기간안에 교수님이 주신 기능명세서 대로 기능을 만들어서 교수님 앞에서 시연을 해야했다. 귀찮은 과제를 받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하다보니 몰입하게 되고 재밌어서 3주동안 정말 짬이 날때마다 가서 코딩을 하고 매주 금요일 밤에는 밤을 새면서 코딩을 했다. (다음 날이 쉬는 날이니까 밤새며 코딩을 했다.)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그런 부분들을 내가 열심히 생각을 해서 해결을 했을때는 너무 너무 짜릿했다. (문제가 안풀리면 밥 먹으면서도 걸어다니면서도 계속해서 그 문제만을 생각했었다.)

이때 내가 코딩의 재미를 알게된 것 같다.

근데 이걸 직업으로 가져야지 라고는 생각을 안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2학년이다보니 취업은 나랑은 거리가 멀었고 취업에 관해서는 아예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나이를 한살 두살 먹다보니 어느새 졸업을 할 나이가 되었고 나는 아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는데 시간을 흘러가니 결국 졸업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1년 정도 방황을 하면서 그냥 이것 저것 했던 것 같다.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여러 스터디도 하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

졸업한지 1년이 지나고 나니까 너무 불안했다. 이러다가 정말 아무것도 못할까봐 .

그래서 그냥 바로 동네 근처에 있는 HW개발 회사에 지원을 하게 됐고 HW개발 직무로 간단하게 합격을 할 수 있었다.

사실 회사가 작기도 했고 지역의 문제로 연봉이 많이 낮았다. 근데 일단 취업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회사에 다니기로 했다. (이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 … )

그때 회사에 내 또래가 많았어서 회사 생활은 재미있었다.

물론 팀장님은 정말 별로여서 배울점도 없고 싫었다. 사장님은 뭐 그냥 저냥 ..

이 회사에서 내가 1년을 있었는데 내일채움공제 때문에 묶여서 어디가기도 애매했고 1년만 더 채우고 나가야지 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매일매일 버텼던 것 같다. 이때 회사에 정말 안 맞는 사람이 있기도 했고 그때 하고 있던 일들도 정말 별로였다.

이때 나는 힘들게 HW개발을 하는데 옆에서 SW개발 하는 사람들이 참 편해보였고 그게 부러웠다.
그런 생각들이 종종 들다가 결국엔 그냥 나도 SW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원래는 나도 코딩을 좋아했고 그래도 코딩 과목 성적들도 평균 이상은 했으니까. 나도 SW개발자가 되면 적어도 중간은 가겠지 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혼자서 조금씩 C언어를 공부했다.

정말 타이밍 좋게 친구가 FW개발 하는 일이 있는데 나한테 할래? 라고 제안을 줬고 나는 그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동네를 벗어나 자취를 해야한다는 조금 아쉬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동네를 떠나 회사 근처 자취방으로 갔고 새롭게 FW개발자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FW개발은 HW개발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내가 원하는 부분이기도 했고 내가 생각한대로 구현하고 그게 잘 동작했을때는 정말 너무 기뻤다.

그렇게 조금씩 연차가 차고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하는 일도 조금씩 늘어났다.
고객에게 나갈 제품의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하고 내가 직접 프로그램을 짜기도 했으며 디버깅하고 테스트도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FW개발자로의 커리어를 쌓았다.

근데 내가 FW개발자로 커리어를 변경하면서 코로나가 터졌었는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서비스쪽의 개발자들의 연봉과 워라벨이 상당히 좋아졌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의 FW개발 업무는 회사가 제조업 기반이다 보니 아무래도 나도 제조업 하청 같은 일들을 많이 했고 연봉 과 워라벨도 물론 만족스럽지 못했다.

뉴스에는 매주 1번씩은 XX회사 신입 개발자 초봉 5000만원 !!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내 이목을 끌었고 그런 기사들은 내 안에 있는 투쟁심에 불을 지폈다.

나도 똑같이 프로그래밍 언어로 개발하는 개발자인데 (C언어를 쓴다는 점 과 FW 라는게 조금 다르지만) 왜 이렇게 다른 세상이지? 라는 생각이 매번 나를 괴롭혔고 나이가 더 들고 신입으로 입사하기 힘든 나이가 되기 전에 빠르게 커리어를 다시 한번 바꿔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부모님에게는 나의 이런 마음을 진지하게 말씀을 드려서 설득을 시킬수 있었고 나는 웹개발자 로서 다시 한번 제대로 시작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회사를 퇴사했다.

퇴사하고 나서 돌아보니 나름 정말 바쁘게 산 것 같다.

웹 개발자가 되기 위해 부트캠프도 다니고 그에 맞춰서 공부도 하고 프로젝트도 열심히 만들고 그리고 나에게 어떤게 부족한지 스스로 체크하고 준비하고 그렇게 이것 저것 하다보니 어느새 크래프톤 정글에도 신청하고 합격해서 이렇게 정글에서의 생활을 하고 있다.

나에게는 이번이 꼭 마지막 도전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이번 도전은 반드시 멋지게 끝을 맺고 싶다. 그래서 고등학교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전 부트캠프에서는 기초 지식 보다는 아무래도 취업이 급하기 때문에 프레임워크에 대해서 주로 교육을 시켰다. 근데 내가 이번에 결심한 것 처럼 제대로 시작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회사에 가야하고 좋은 회사는 프레임워크 보다는 CS를 많이 보기 때문에 CS지식이 필요하다.

CS지식을 혼자서 공부를 하려고 했었지만 잘되지 않았다. (나는 참 천성이 게으른 사람인가 보다.. ) 그런 이유로 강제성을 좀 가지고자 정글을 신청한 것도 있다. 정글에서 5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느낀점으로는 정글에서 5개월을 잘 수료한다면 기초 지식은 정말 제대로 얻어갈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엄청나게 힘들다. 많이 피곤하다.)

그리고 열정있는 동료들과 같이 합숙으로 지내다보니 생각보다 재밌고 서로가 서로에게 원동력을 주는 것 같다. 좋다.

이제 그만 글의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다.

생각을 그냥 쭉쭉 써가다보니 길이 상당히 길어졌다.

5개월동안은 나 죽었다 생각하고 개고생 좀 하면서 실컷 굴러야겠다.

그렇게 한다면 내가 정글에서 반드시 얻고자 했던 좋은 개발자의 필수 조건인 기초 지식 과 좋은 동료들을 얻어서 정글을 수료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자신감이 조금 부족한데 이번 정글 경험을통해 앞으로도 나는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꼭 얻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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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 -> FW -> Web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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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3일

제 블로그(하이에나)에 자주 댓글 남겨주셔서, 들어와보게 되었습니다. 같은 교육과정을 밟아나가게 될 것 같은데, 끝까지 화이팅 입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