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의 함정

HYUNGU, KANG·2022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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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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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때도 항상 그렇듯이, 앉아있다고 공부가 되지는 않는다.

고등학생때 우리 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을 했었는데, 자리에는 항상 잘 앉아 있었지만 집중을 해서 무언가를 공부하는 빈도는 드물었다.
지금에 와서야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굉장히 무의미하단걸 알게 됐지만, 그 당시에는 시간을 쓰는데도 왜 안될까? 라는 착각을 했던거 같다.

우리는 무언가를 습득하거나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소비한다. 그리고 얼마만큼의 시간을 사용했어 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소비하는 시간의 100% 를 집중해서 알차게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의 집중력은 한계를 가지고 있고, 자연스레 늘어지고 하기싫게 되고, 딴짓을 하기 마련이다.
딴짓이라도 하면 양반이다. 가장 최악은 멍때리는것이다.

내가 개발자가 되고서 현업에서 야근을 하다가 위 착각에 대해 다시한번 인지를 한 경험에 대해서 짤막히 적어보려 한다.
개발은 내가 집중을 잘하고 또 잘 하는 일이라서 야근을 하면서도 재미는 있었지만 야근의 대부분은 낮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가, 밤에 일을 몰아서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집중을 못한 사건이 나에게 어떤 스노우볼로 굴러갔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보자.


야근의 함정

밤에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야근을 하고 늦게 퇴근을 하면 뿌듯함이 생긴다. 당시의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일했구나, 그만큼 성장하겠지 라는 측면에서 뿌듯함이 생겼다.

실제로는 낮에 집중을 못해서 생긴 부채를, 그저 밤에 처리한 것인데 이런 착각에 빠졌다.

늦게까지 일을 했으니까, 수면시간 확보와 체력회복을 위해 나는 다음날 조금 늦게 출근을 하게 된다.

어우 뭘 그렇게 늦게까지 일을 했냐는 동료들의 걱정어린 피드백에 조금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은 꽤나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작용해서 야근을 하는데 땔감(?)이 되면서, 내가 이 사이클을 잘 반복하도록 만들었다.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기

그러면 늦게 출근한 다음날 실제로 어떤 일들이 생겼을까?

느즈막히 출근해서 아침부터 서비스 상태 체크나 스탠드업 등 이것저것 개발 외의 다른 일들을 하다보면 곧 오후 시간대가 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이것저것 회의에 참석하고 기획/디자인 피드백을 나누고 하다보면 또 세네시간이 훅 간다.
이제 개발을 시작해야 하는데, 또 집중이 잘 안된다.
뭔가 끄적거리기는 하는데 집중이 잘 안돼서 시간을 보내다, 결국 저녁이 되고 어제와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퇴근하기 전까지는 또 집중을 했기에, 뿌듯함을 느끼고 다음날 동료들의 걱정으로 으쓱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잠시나마 나는 잘 성장하고있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결국 실제로 내가 개발에 소비한 시간을 따져보면, 밤 12시까지 야근을 해봐야 7시간이다.
내가 모든 시간에 집중을 했다면 7시간이지, 온전히 집중한 시간만을 따져보면 5시간도 안됐을 것이다.

시간으로 따져볼때 이는 절대 이득도 아니고 오히려 나에게 독이었다.


어떻게 개선했을까

결론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바뀔수 없었고, 글을 쓰는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행동을 내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금씩 옮겨갔다.

  • 당시 회사에는 늦은 출근이 없었기때문에, 늦은 출근은 야근을 한 나에게 보상심리로 작용한게 컸다.
    개발자가 나 혼자뿐이었기도 하고, 회사 내에서 나만큼 하드코어하게 야근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별도의 제도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였다.
    내 기준에서 할 수 있는데 안하는것과, 할 수 없어서 못하는것 은 다르기 때문에, 늦은 출근을 확실한 제도로 정착을 시켜서 자율성을 확보하고 나의 보상심리를 완화시켜서 오전 시간을 확보했다.

    당연히 충분한 수면과 체력 회복을 해야하니 늦은 출근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야근 시간과는 상관없이 정말 최악의 컨디션이 아니고서야 11시 이전에는 항상 출근해서
    오후 시간대에 집중하고 있는 도중 부하 / 인터럽트 / 컨텍스트 스위칭 이 없도록 개발 이외의 스몰 태스크들을 미리 처리하는데 사용했다.

  • 내가 실제로 낮에 집중을 잘 못하는 사람인걸 인정했다.
    그래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집중 가능한 딴짓을 하기로 했다.

    보통 나에게 집중이 안되는 일들은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이었다.
    집중이 안되면 다른 흥미가 가는 일을 먼저 처리한다거나, 백오피스등의 다른 우선순위가 낮은 사이드 티켓들을 해결하며
    나중에 생길 야근 부하를 줄이려 했다.

    그마저도 안된다면, 개인 공부를 하거나 / 개발 아티클을 읽거나 / 개발 트렌드나 신기술을 파악한다거나 / 다른 주니어 개발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거나 / 블로그 아티클을 쓴다거나 /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등의 개발과 관련된 집중이 되는 개인적 활동을 했다.


시간은 어디서든지 샐 수 있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성장이 더디다면 당신이 정말로 시간을 그저 보내는게 아니라, 집중해서 잘 사용하고 있나 체크 해볼때가 아닌지 생각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21xM-PoKZ9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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