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하고 나면 내면의 평화가 찾아올 줄 알았던 2022년.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았던 2022년에 대해 회고를 작성해본다.
매년 이맘때쯤이 되면 으레 작성하게 되는 회고를 올해도 어김없이 작성하려고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어떤 내용으로 글을 쓰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작년 회고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글을 썼다면 올해의 회고는 키워드를 기준으로 써볼까 한다.
먼저, 나의 2022년의 대부분을 소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직장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내가 입사한 회사의 대표 백엔드 기술 스택(또는 아키텍처)이다. 입사할 당시의 나에게 Spring
을 제외하곤 모두 생소한 것들이었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꽤 익숙해져서 비교적 능숙하게(?) 다루고 있지 않을까? 라는 다소 건방진 생각을 해본다(쿠버네티스와 네트워크는…. 여전히 어렵다. 논외로 치자).
나는 백엔드 서버 개발자로 입사하였는데, 회사의 기술 스택이 잘 선택되어 있었던 덕분에 나름대로 괜찮은 경로를 따라서 흘러온 것 같다. 모든 것들이 새로웠기에, 초기에는 새로운 것을 익히고 다루는 것을 연습하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마지막에 퇴근하면서 사무실 불을 끄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잘해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때보다 지금은 다소 침체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후술할 건강 부분에서 그 이유가 나온다), 2023년에는 다시 한번 달려볼 수 있게 불을 지펴야겠다.
지금은 퇴사하셨지만, 나를 뽑아주신 분이 대부분의 영역에 관여하셨다고 알고 있다. 전체적인 시스템과 아키텍처를 고려하면서 환경을 만드는 과정에 무수히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절대 쉽지 않았음을 이젠 알고 있으며, 정말 뛰어나셨고 멋있어 보였다. 그분을 보며 시니어 개발자란 이런 것인가?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언젠가 내가 시니어 개발자가 된다면 그런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내 생각을 알았는지 모르겠으나, 공교롭게도 기존에는 상품을 관리했다면, 내년부터는 그 시니어 개발자분께서 작업하신 영역(주문, 정산-인가가 있어야 한다나….)을 이젠 내가 관리하게 되었다. 막연히 바라보기만 했던 것들을 직접 관리하고 다루게 되었지만, 크게 걱정이 되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건 아무래도 지난 1년간 나도 성장했기 때문이 아닐까? 2021년에 3개월간 다녔던 개발회사에서의 나와 비교해보면 정말 괄목할만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년 단위로 본다고 했을 때, 이대로만 흘러가면 참 좋을 텐데 싶다.
입사 초기에 했던 생각은, 이미 어느 정도 그 형태가 구축된 건물 속에서 조그마한 인테리어를 바꿔 가는듯한, 조금 가볍게 말하면 다 된 밥상에(지금은 아닌 것을 알지만) 숟가락을 얹는 느낌이었다. 나의 역할이 막연히 작다고만 느꼈고, 무가치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다소 오만하면서도 잘못된 생각도 조금은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 끊임없이 해내야지만 인정받을 수 있고 내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입사 초기에 주니어 개발자로서 이 업계에 몸을 담았을 때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정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던 나에게 여러 좋은 조언과 함께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주신 백엔드 팀원분들(나 빼고 전부 다 시니어….) 덕분에 인생과 커리어 두 방면 모두 좋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그 전과 비교해서 꽤 여유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인간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이젠 조급하지 않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가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차근차근 나아갈 생각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공부다. 공부는 즐겁지만, 그와 동시에 조금은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을 때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래도 나름대로 꾸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에 대해서는 따로 노션에 기록도 하고 있다. 그러니 당분간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공부량을 늘리는 식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본인은 책 욕심이 좀 있는 편인데, 그 덕분에 쌓여있는 책들이 많다. 이것저것 궁금하면 일단 사놓기 시작하는데, 언젠가 다 볼 거란 믿음과 함께 숙제처럼 점점 쌓여가는 중이다. 일 년에 어느 정도의 책을 공부하면 적당할까? 이건 아직도 의문인데, 내년에는 적어도 올해보다는 많은 책을 읽도록 노력해야겠다.
아래는 아직 다 읽지 못하고 쌓여있는 책들의 모습
강의! 본디 본인은 강의보다는 책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 스택들에 무릎 꿇고 강의를 구매해서 보기로 결심한다. 어느 정도 사용은 하고 있지만 좀 더 잘 알고 싶어서 Udemy, 인프런 등에서 강의를 결제해서 봤다. 초기 단계에서 이해도를 빠르게 높이는 데에는 이만한 게 없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고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 느낀 점은, 역시 구글링과 공식 문서, 그리고 경험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마주치는 문제는 강의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것과는 다르니 말이다. 개발자 오픈 카톡 등을 살펴보면 무조건 강의부터 찾는 경우가 많이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그게 좋은 학습 방향인지는 모르겠다.
자, 이제 올해 하반기가 엄청 빠르게 지나가게 된 주범인 건강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작년 12월에 입사한 이후로 다량의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음과 동시에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몸이 무거워짐을 느끼기 시작했다. 몸 쓰는 일을 많이 해왔어서 활동량 적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고 나니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있는 데다, 회사에서 점심, 저녁을 모두 알차게(?) 먹다 보니 몸이 불어난 것이다.
몸이 무거워지면 게을러진다던가? 나는 그게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마음먹고 운동을 결심했다. 내가 선택한 운동은 웨이트 트레이닝이 아닌 맨몸운동이었으며, 회사에서 끊어준 헬스장을 잠시 다녀봤지만 내 성향과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괜히 신경 쓰이기도 하고, 기구 사용하는데 기다려야 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큰맘 먹고 철봉을 하나 지르게 된다. 결론만 얘기하면 2월 말에 철봉을 지른 이후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주에 3~4회는 운동을 하고 있으며, 몸이 훨씬 좋아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덕분에 후술할 이사로 인해 늘어난 출퇴근 시간을 감당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운동을 시작한 건 올해 했던 일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클라이밍! 아... 내 많은 시간을 앗아간 녀석이다. 후술할 이사 이후에,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좀 더 활동적인 취미를 가져보자! 하고 시작했다. 정말 재밌고 매력적이지만 이젠 좀 무서워진 이 녀석.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척.추.골.절.★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MRI, CT단층촬영, 엑스레이(측면) 사진이다.
흉추 12번이 골절됐다. 클라이밍을 시작하고 2달이 조금 넘게 지났을 무렵, 정확하게 9월 11일 오후 5시 26분에 암장에서 클라이밍을 하다가 대략 3 ~ 4미터 높이에서 허리로 떨어졌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처음 떨어졌을 땐 너무 아파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였고 바닥에서 119구급차가 올 때까지 얌전히 누워있어야 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숨 쉬는 게 힘들었으며 상체를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추석 마지막 날(날짜가 119의 반대인 9.11인게 유머)이었는데, 떨어져서 척추가 골절되다니.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병간호를 위해 올라오려 하셨지만, 교통편이 없어서 동생이 데리러 올 수 있었던 첫날을 제외하고 3일 동안 병원에서 혼자 지내야 했다. 몸의 중심이 박살 나니 동작 하나하나가 힘들었고,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움직이는 게 불가능해 화장실을 갈 수 없으니 대변을 보는 것이 두려워 어머니가 오 실 때까지 식사는 일절 하지 않았고 그냥 물만 마시면서 버텼다. 사람이 말라서 죽어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는데, 원래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이때 그 생각이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렇게 병원에서는 총 4주의 시간을 보냈고 보조기를 차고 아주 잠깐의 거동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퇴원했다. 이후로도 집에선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내야 했는데, 그 덕분에 우리 집엔 각도 조절이 되는 침상용 테이블이 하나 생겼다.
병원과 집에 있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누워있는 것뿐이었으므로, 대부분의 시간을 자거나 휴대폰을 하면서 보냈다. 그러다 문득 그 시간이 아까워져서, 강의를 보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완강한 강의가 몇 개 생겼다.
현재로서는 다시 클라이밍을 할지 잘 모르겠다. 한번 다쳐보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래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구나 싶었는데, 이 시기에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와 같은.. 여기서 내린 결론은 너무 개발에만 몰두하지 말자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려다가 다친 거긴 하지만, 적당히 즐기는 시간도 필요하고 나의 소중한 것들을 돌보는 시간이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인생.. 언제 갈지 모르니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올해는 이사했다. 본디 본인은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었는데, 2년 넘게 거주하던 집을 떠나 경기도로 이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집이 넓어지긴 했지만, 출퇴근 거리가 상당히 늘어났다. 기존 30분에서 무려 2시간으로!! 이때, 앞서 이야기했던 운동이 큰 힘을 발휘했다. 출퇴근 거리가 늘어나긴 했지만, 그럭저럭 버틸 만해진 것이다. 그래도 무조건 다음번 이사는 회사와 가까운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해보니까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거주에 소모되는 비용은 줄었으니, 경기도에 있는 동안 차곡차곡 잘 모아보도록 해야겠다.
회사 동료와 부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료는 프론트엔드 분이셔서, 합만 잘 맞는다면 그럴싸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도, 어떤 걸 만들지 고민하는 것도 모두 즐겁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회사에 인원이 조금 비게 되면서 일이 많아져서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내년에는 좀 더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돈을 제대로 모으기 시작했다. 뭔가 미래를 준비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나중에 이걸 기반으로 잘 굴릴 수 있으면 좋겠다. 경제에 관한 공부는 내후년이면 적당한 시기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 중이다.
상반기에 비해서 하반기가 체감상 빠르게 지나간 탓인 걸까, 일 년이 빠르게 끝난 느낌이다. 영원한 건 없고 나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 내년에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올해보다 내실을 잘 다져보자. 추진력은 연료로부터 얻을 수 있으니, 연료를 잘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