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다.

Dimi L.·2024년 6월 18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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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나와 첫 겨울을 본 이후로 두번의 겨울을 맞이하고
봄이 숨쉬기 시작할 시점에서 나는, 일상에 책갈피를 담은 채 덮어 책장에 꽂았다.
“동경”이라는 새 책을 하나 꺼내들고, 지나간 겨울들에 대한 첫 글을 써본다.
왜 지금에서야 글을 쓰게 되었는지 기록해,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일종의 동기부여를 해보려고 한다.

고교생활에서의 탈출.

난 고등학교 생활을 잘하지 못했다.
경상도 어느 조그만한 깡촌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생활을 시작했으니
어쩌고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학교나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그 당시의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한꺼번에 안고 있었다.
남녀가 서로 갈라져서 싸우질 않나, 선동과 날조로 정치질을 하질 않나...
깡촌 소년인 난 이 정신나간 상황에 진절머리가 나고 있었는데
아닌 와중 인간관계마저 박살나기 시작해
학교를 빠르게 탈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취업이었다.
당시에 나는 UI / UX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고, 자연스레 웹개발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당시엔 JS는 무슨, HTML도 제대로 할 줄 몰랐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지금와서 봤을 때 순전히 “독기” 때문이리라 믿는다.
학교를 탈출하기 위한 수단이었기도 함과 동시에
학교 생활을 잊게 해주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리라 믿는다.

첫 회사,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고등학교 연계로 총 일곱 곳의 회사에 입사신청을 했다.
그 중 한 곳은 “B2B 웰니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개인적으로 인간의 심리학과 더 나은 삶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나였기에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으로 그 회사에 가기로 했다.

회사 안에서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막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짬찌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프론트엔드 담당자는 나 혼자였고,
자주 소통해야 하는 대상 중 디자이너와 기획자분도 처음하는 분들이었다.
디자이너 분은 일러레에서 UI / UX로 넘어온 케이스고
기획자분은 원래 다른 직업이셨는데 기획으로 전직한 케이스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있는 회사 플랫폼은 단 한 분만이 컨트롤이 가능한,
막말로다가 십중팔구 개판 5분전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팩토링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 과정도 쉬웠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멤버들(나, 디자이너, 기획자)과
그나마 회사에 오랫동안 계신 백엔드 개발자분.
총 4명이서 프로젝트를 개시하는데 우여곡절이 말도 아니었다.
회사 특성상 플랫폼을 총 4개를 개발해야 하는데, 시간은 반년에서 1년이 주어졌다.
그 과정 속에서 난 모든 멤버들과 치열하게 다투며 개발을 진행하였고,
목표 완수가 눈앞에 다다를 시점에서
회사 상황상 프로젝트 중단이라는 상황에 부닺히고 말았다.

그저 멍했다.
갑작스럽게 대표가 이야기하는 “재정난”.
스카웃되어 이직하신다는 기획자님.
퇴사를 하신다는 디자이너님.
회사에 더 이상 있기 싫었다. 그래서 이직을 진행했다.
나를 통해 취직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를 통해 이직을 했다.

두번째 시작, 그저 흘러갈 뿐인 시간.

이직한 이후로 나에게 배정받은 직무는 “퍼블리셔”.
물론 난 디자인 전공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직무에는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문제는 퍼미션이었다. CSS를 제외한 그 어떤 것도 만질 수 없었다.
진짜 솔직하게 말해서,
개발로 해결 가능한 영역들이 분명 존재했으나 이 회사는 그런 거 없었다.
지금에서야 난 어느정도 능력을 인정받아
RN 기반 웹앱 리팩토링 프로젝트 등을 컨트롤하고 있지만,
아직도 메인 프로덕트인 플랫폼 쪽은
CSS(그래도 내가 입사한 이후로 CSS in JS로 리팩토링이 되긴 했다.)외에는
아무것도 컨트롤 할 수 없었다.
“엥 그게 뭐가 이상한거죠?” 싶을 수 있겠지만.
컴포넌트를 비롯한 태그 하나 조차 내가 만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될 것이다.
이미 짜여진 컴포넌트와 태그에 CSS로 모든 걸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디자인 시안을 그대로 구현할 수 없었으며,
매번 내가 디자인팀과 합의를 봐야 했다.
또 내가 CSS를 써두면 나중에 사수님(플랫폼 프론트)이
리팩토링을 이유로 나조차도 알아볼 수 없게 코드를 수정하곤 했다.
이 상황의 연속이 화가 났다. “스타트업”이라는 이름만 사용한 좋소기업이 아니던가.
심지어 팀원들도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자포자기한 상태였고,
윗분들은 이런 상황도 모른 채 그저
투자자들의 요구사항만 우리한테 던지고 있는 이 상황.
그때부터 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관서지방의 낭만과 위태로운 커리어

지금까지 일본을 총 네 번 다녀왔고, 다섯번째 여행을 하는 중이다.
이 모든 여행에서 칸사이 지방은 빠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본 낭만적인 도시기 때문이다.

낮에는 여유롭다.
(물론 관광지는 그럴리 없지만) 피가 느리게 흐른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바로 체감이 오는 환경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천천히 걸어다니는 사람들, 따뜻한 햇빛, 기분좋은 바람. 이 모든 것들이 좋았다.
밤이 되면 하나 둘씩 퇴근하면서 타치노미(선술집)에 모여
누가 어떤 사람이든 다같이 술 한잔 기울이는 이 낭만이 좋았다.
이 낭만 덕분에 작년 한 해를 버텼던 것 같다.
“일본 여행을 위해 돈을 모은다” 라는 근거도 있었고.

하지만 이렇게 버틴 댓가는 참… 그지같았달까.
회사의 BM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지금 아득바득 버티고 있는 중인 걸로 알고 있다.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법적 소속이 바뀌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말은 나오는데
나한테만 해당사항이 없는건지 다른 팀원들 바쁠 때 나만 여유롭다.
프로젝트 진척여부를 물어보면 팀원들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스터디만 하는 중이고 실질적으로 진행된 건 없다.”라고 한다.
이 상황이 싫었다. 불안했다. 회사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감도 안잡혔다.
이직을 생각했지만 인생 계획상 이번 년도만 버티면 끝날 게임인지라
무작정 버티고 있다.
“올해 중으로는 버티겠지… 버티겠지…” 라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패닉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과 캄캄해진 인생계획들이 날 힘들게 했다.
그래서 무작정 2주라는(실질적으론 연차 7개다.)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뇌를 식히기로 했다.
관서지방에서의 식도락 여행에서 벗어나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둘러보며 쉬어보기로 했다.

관동의 중심에서 글을 써보다.

한국인의 특성이 어디 안갈까… 온갖 곳을 다 돌아다녔다.
간단하게 지역만 요약하자면

  • 도쿄
  • 요코하마
  • 치바
  • 하코네
  • 히메지
  • 오사카
  • 후쿠오카 (예정에 없었지만 친구가 여행와서 급히 신칸센 타고 놀러갔다)
  • 교토
  • 오카야마
  • 다카마쓰
  • 히로시마

(누가 계획 이따구로 짰어? 어… 나네?)
이렇게 돌아다니며 생각을 비워냈다.
그저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 “저녁 식사는 어디서 뭘 먹지?” 같은
어찌보면 인간이 살아감으로서 기초적으로 하는 생각만 하며 유랑했다.

이러다 숙소에 돌아와서 생각에 잠긴다.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건가, 스스로의 성장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

도쿄 일정 중 유랑과 고민을 반복하게 되었고
시부야 일정이 있는 날이라 그 곳에 딱 도착한 순간 생각 하나가 스치듯 지나갔다.
“기록의 빈약이 문제다.”

생각보다 난 기록을 하지 않았음이 떠올랐다.
해서 맨날 보던 공식문서를 또 보고 또 보는 것이 습관이었는데,
오히려 그러는 것이 내 커리어의 출처를 증명하지 못했고
과거의 선택을 돌아보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알고 나서 난 시부야 한복판에 잠깐 멈춰서 주변 카페에 들어가
메모장을 열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결론

지금까지 쓴 이야기는 내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불가하다.
줄기차게 썼지만, 분명 스스로 검수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우당탕탕 줄어들 것이
틀림없기에 결론부를 따로 써본다.

앞으로 개발일지를 많이 쓸 듯하다.
옛날에 만들었던 것을 새로 리팩토링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부터 시작할 듯하다.

지금같은 주저리도 종종 쓸… 지도 모른다.
이미 인스타 비계가 존재하긴 하지만 뭐… 여차하면 쓰겠지…

추신

글을 마무리한 시점 이후 한국에 복귀했다.
복귀 이후에 여러 일들이 있었고, 이 글은 서서히 잊혀졌었다.
어느덧 태양이 우리를 태워먹을 심산으로 쳐다보고 있는 시기가 되고,
과거 노트를 열어보니 이 글의 초안을 찾게 되어
늦었지만 검수 후 올려본다.

내 주전공인 FE 뿐만 아니라 BE / DB / AI / ETH 등등
이 회사에서 갑자기 배우는 영역이 넓어진 까닭에
잊지 않기 위해선 글을 써야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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諸行無常、이과적 논리를 문과로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야 하는 복합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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