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田에서 자유란 무엇인지 상기하다.

Dimi L.·2024년 7월 9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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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 그런지 원랜 자고 있어야 할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새벽.
서울에서 벗어나 바라보고 있는 건 영종도의 바다.
오늘도 난, 으레 그러하였듯 이 나라를 떠난다.

우메다 공중정원

난 오사카에 오면 무조건 우메다 공중정원에 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천루를 좋아하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뻥 뚫린 공간에서 인간이 이룩한 문명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이다.
흐린 날에 낮이라서 걱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메다는 나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낮이라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곳들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좋았다.

나를 따라와준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상경"이 어렵다는 주변 사람들과, 지금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에 대해.
사견으로, 적응이 어려울 수 있는 이유를 "상경의 시기"로 상정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올라왔기에 적응할 수 있었지만,
통상 사람들은 일러도 대학생이 되며 올라오고
일부는 학생 신분을 벗은 이후에 올라오니까.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쇠퇴하기 마련이니까.

잘가라 순정이여

솔직하게 이번 여행은 실속이 없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6번을 갔으면 그럴만도 한가... 싶었다.
오사카의 꽃은 타치노미에서의 기연인데, 다른 여행에 대비해서 기연이 적었다.
뭐랄까,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은.
이젠 오사카를 떠나 보내야 하는건가 싶었다.

칸사이 국제공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탁해진 하늘 아래 바다가 어찌 빛이 날까.
그저 썩어들어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하늘을 날았다.
어두컴컴한 구름 사이를 뚫고 모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구름과 구름 사이, 저무는 태양이 일직선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려는 듯.

자유란 무엇인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관서 하늘과, 지나간 우메다를 상기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서 가질 수 없는 것.
지금 행하고 있는 스스로의 행동이 정녕 자율에 의거하는 행위인지.
그저 시대와 환경이 만드는 흐름에 편승하는 행위인지.

모든 것에 의문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확인된 결론은 “나 자신은 스스로의 자유를 박탈시켰다” 라는 것.
두번째로 확인된 결론은 “열심히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것.

인생 계획 상 내 나이 서른 전에는 그저 시대와 환경을 따라 흘러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계획 수립 당시에는 별 생각을 안했으나,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 사회가 바라는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을.
그 과정에서 내 개인의 의사결정 범위는 좁아져만 갔고
그저… 흐름을 따라 떠내려갈 뿐이지 아니한가. 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불신을 뒤로하고 다시 하늘을 보았다.
저 너머로 인천이 보이고, 하늘을 뒤덮던 구름은 저 멀리 동쪽으로 사라져갔다.

석양만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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諸行無常、이과적 논리를 문과로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야 하는 복합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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