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돌아보면, 마냥 좋은 해였다고 말하긴 어렵다. 취업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이뤘지만, 그 이후의 나는 내가 생각했던 나의 모습과 꽤 달랐다.
취업 전에는 막연히 이렇게 생각했다.
“퇴근 후에도 꾸준히 공부하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출퇴근만 3시간에 가깝게 걸렸고, 집에 도착하면 몸과 정신이 함께 녹아내렸다. 그 상태가 반복되다 보니 무기력함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었다.
중간에 연애를 시작하면서, 그 무기력함은 더 쉽게 합리화됐다. 공부하지 못한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취업 전에 했던 다짐을 떠올리면, 올해의 나는 스스로에게도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꽤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업무적으로 아직은 불안정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이슈들은 대부분 선배들이 처리했고, 혼자 있거나 동기와만 있을 때는 “이 상황에서 나는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물론, 기본적인 가이드는 들었다. 하지만 비정기적인 이슈라는 특성상, 직접 몇 번 겪어봐야 체화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연휴 전이나 갑작스럽게 대량의 데이터가 누락되는 이슈가 발생했을 때, 나는 그 상황을 스스로에게 좋은 핑계로 만들어버렸다.
“나중에 알려주시겠지.”
“지금은 내가 나설 타이밍이 아닐 거야.”
돌이켜보면, 그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게 아쉽다. 올해 업무 평가에서 내년에 바라는 점으로 이 부분을 직접 적어 넣었을 정도로, 나 스스로도 이 부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고 올해가 완전히 공백의 해였던 건 아니다. 업무가 인프라와 클라우드 위주가 되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데브옵스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클라우드로의 마이그레이션, 사내 라이브러리 구축, 젠킨스 -> 깃액션 ci cd 구축 등등
이런 작업들을 통해 팀의 기반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었다. 우리 팀에 기술 부채로 남아 있던 부분들을 걷어내고 싶다는 게 올해의 목표였는데, 이 부분만큼은 꽤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일이었고, 단기간에 성과로 드러나는 작업도 아니었지만, 팀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바닥을 다지는 경험이었다.
올해는 열심히 달렸다고 말하기도, 완전히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해였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어느 부분에서 흔들리고, 어떤 상황에서 약해지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동시에, 팀의 기반을 만드는 일에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년에는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넘기는 사람이 아니라, 불안한 순간일수록 먼저 해결해보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특히, 성장하려고 불안에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이게 나를 좀먹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거같다. 9월에 이사도 마무리 했으니 이제 잘 추스리고 다시 일어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