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시작했을 무렵, 회사에서는 서비스 프로젝트를 새로 개발하려는 소규모 팀을 꾸렸고, 나는 유일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기술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부족함이 많은 나는, 신규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부터 배포 직전까지 어디 불이라도 난 것처럼 작업을 해야만 했다.
신규 프로젝트 배포가 마무리되고 생긴 물리적, 심리적 여유에 나는 취득해야겠다고 마음 한 구석에 계속 생각 해오던 정보처리기사 취득을 준비하였다.
사내 스터디를 모집해 주니어 개발자들 다섯이서 같이 교재를 사 필기 시험, 실기 시험 차례차례 준비해 나갔다. 회사에 알린 김에 창피 당하지 않게 꽤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무사히 정보처리기사를 취득할 수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정보처리기사 시험을 준비하느라고 퇴근하고 나서 매일 두 세시간씩 공부를 하는 버릇을 잃지 않기 위해, 손을 떼고 있던 알고리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바쁠 때는 B5,B4 문제만 후루룩 풀어서 내는 건 비밀...)
매일 퇴근하고 공부를 하는 버릇은 슬슬 잡히고 있는데, 가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학습에 투자하기 위한 로드맵이 부재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A to Z를 모두 알아야 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모두 공부하는 게 맞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러기에 내 몸은 하나였고 대부분의 시간은 회사에 있었다.
그와 동시에 회사에서 하던 업무들도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입사한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주니어 개발자답게 기술적으로나, 커리어적으로나 궁금증이 여럿 생겼다.
"내가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라이브러리나 패턴들이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것들인가?"
"앞으로 뭘 공부해야지 실력 있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될 수 있지?"
"앞으로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지?"
다니는 회사가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인데다가, 프론트엔드 기술에 대하여 공유할 수 있는 동료가 몇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들은 계속 깊어져만 갔다. 특히 선임급 개발자들 중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없다는 것이 드러내기 힘든 큰 불편함 중 하나였다.
내가 그 때 쯤 가지고 있던 문제는 이렇게 크게 두 가지였다.
커피챗이나 멘토링 등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플랫폼들을 찾아보았다. 이것저것 시도해볼까 궁리하고 있던 도중에 현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코스들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반적으로 이직을 목적으로 멘토링이나 이력서 첨삭 등을 해주고, 이직 컨설팅을 메인 컨셉으로 잡는 코스들이었다. 물론 현직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가 지원금이 따로 나오지 않아 가격대 자체가 취준 코스보다 훨씬 높게 책정된 것 같아 보였다.
두 세 가지들을 비교해보다가 스파르타 코딩 클럽의 항해 플러스 코스를 들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현직자 코스들 중에선 가장 적절한 가격대이면서 이직 자체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고, 멘토링과 스킬 업을 위한 과제 등에도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10주짜리 코스였고, 매주 달라지는 발제 컨셉에 맞춰서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하였다.
물론 까봐야 알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큰 두 가지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은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간에 부분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확인받고, 찍어먹어보고 여차하면 환불받을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10주가 지난 현재, 마지막 과제 제출만을 남기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항해 플러스 코스를 참여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배우게 되었고,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는 기술적인 부분들은 당연히 잘 공부하였다. 그 외에도 알게 된 내용들이 많이 있었는데,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들만은 아니었기에 적당하게 분류해서 정리해볼까 한다.
사실 처음에 코치들이 누군지 알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뭐...대기업 몇 년 다닌 사람들이겠거니 했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로 코치들이 구성되어있었고, 총 4명의 코치들이 각양각색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커리어도 다양했고 실력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시니어들이었다.
매 주 원하는 코치들과 멘토링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질문지를 들고가면 정해진 시간을 항상 초과해서 열정적으로 같이 이야기를 나눠준다. 10주차쯤 되니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고갈돼서 매주 머리를 싸매야할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다.
낮은 연차의 작업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관점들을 가감없이 전달받을 수 있어서 아주 재미있는 인사이트들을 많이 얻게 되었다. 정말 많이 배웠다. 지금 기억나는 것만 몇 가지 적어보자면,
이외에도 많은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에 기회되면 하나하나 더 자세히 공부하고 블로그 글로도 작성해보고 싶다고 느꼈다.
새로운 사람을 굉장히 많이 알게 되었다. 대학 시절 해커톤을 참석했을 때 이후로 이렇게 많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한 자리에 모여있는 걸 처음 본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많은 프론트엔드 개발자와 대화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만 가지고 있을 것 같았던 고민들이 다들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었거나, 다들 똑같이 고민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만의 고민이었거나 하는 아주 재밌는 경험들을 많이 했다.
혼자 공부했다면 절대 알 수 없는 비슷한 연차의 많은 동료들을 얻은 것 같았다. 수강생들 성격도 다들 좋아서 나중에는 세션 마치고 다같이 클라이밍이나 볼링 치러도 많이들 다니는 것 같았다. 코스 끝나면 엠티 가자는 이야기도 있던데...
물론 좋은 점은 그냥 같은 연차라는 것 뿐 아니라, 같이 공부하면서 공유하는 기술적인 이야기들도 너무 많고 학습에 의지가 있는 열정적인 사람이다라고 어느정도 보장된다는 것이 큰 이점인 것 같다.
React, Next, Vue, Svelte, Angular, emotion, styled component, tailwind, chakra, headless ui, webpack, babel, tsc, zustand, react-query, context-api, recoil, redux, axios, fetch, vite, vitest, jest, aws s3, ec2, ...
프론트엔드 개발을 아우르는 기술들은 그 분류도 너무 많고 분류별로 사용되는 라이브러리들도 너무 다양하다. 우리는 그 중에서 항상 뭘 공부해야 하고,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자연스럽게 선택까지 하게 된다.
1번과 2번에 이어서 다양한 사람들과 라이브러리 사용 경험들을 공유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적용 사례 등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레퍼런스와 라이브러리에 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프론트엔드 업계에서 어떤 기술들을 사용하는지,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기술들이 트렌드 기준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등과 함께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해결하려는 문제라는 관점을 일깨울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어떤 수준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같은 연차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노력들이 적절한 방향으로 좋은 작용을 하고 있는건지 등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코스를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러한 부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항해 코스에서는 과제를 통해서 메타인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본인의 과제 수행 능력을 통해서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느꼈다. 솔직하게 다들 시간이 부족해서 과제 제출을 못하는거지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의 과제들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시니어 개발자들의 인사이트를 엿보면서 테크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고 내가 어느 위치에 있고 어떻게 가야할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물론 짧은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불편한 점들도 많았다. 적기 부끄럽거나 민감한 내용들도 있지만 가감 없이 적어보겠다. 사실 명확하게 단점이라기 보다는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참여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이라 하면 좋을 것 같다. 긍정적이지만은 못한 느낀점들이랄까?
나는 열심히 참여한 편에 속한다. 과제를 한 번도 빠짐 없이 제출하였고, 매주 토요일에 있는 오프라인 세션도 모두 참석하였으며, 네트워킹 자리에도 최대한 함께했다. 매주 오프라인 세션에서 발표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는데, 발표도 1회 지원해서 진행하였다.
나는 지금 1년차 개발자이고, 지금 이 연차가 아니면 이런 의욕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어도 밖으로 드러낼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용기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임했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여러 가지들을 얻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참여도가 낮은 사람에게 떠먹여주지는 않는다. 필요하다면 과제를 밤새서 하는 시간도 본인이 만들어내야 하고, 멘토링을 매주 진행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사전 질문 노트도 직접 모두 작성해야 한다. 물론 그만큼 돌아온다는 건 확실하게 느꼈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초기에 배정해주는 팀끼리 과제나 멘토링 등의 코스가 진행되는데, 몇몇 의욕이 없는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함께 이탈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생각된다.(팀원 뽑기 요소도 충분히 있다. 이건 어떤 방향으로든 개선을 노력하겠지만 완전히 해소될 순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제대로 본전 뽑겠다는 생각이 없이 그냥 흐르는 듯이 하겠다는 생각으로는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스파르타 클럽에서 진행하는 현직자 대상의 웹 스택 코스는 항해플러스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AI로 나뉘어져 있다.
백엔드의 경우 작년부터 시작해서 이제 6기를 모집중인 것 같고, 내가 참여한 프론트엔드 코스는 2기이다. AI 코스는 내가 항해플러스를 시작했을 때는 없었는데, 지금 1기를 모집 중인 것으로 보인다.
코스가 초창기인 것에 대해 나는 솔직히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일단 단점으로써는 명백하긴 하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운영이 미숙하다는 느낌과는 다르다. 운영진측은 수강생들의 피드백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한다는 것들이 느껴졌다. 나도 이러한 피드백 창구들을 통해서 위의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고, 개선하려는 의지와 점차 개선됨도 느꼈다. 물론 현재 체제상 개선이 불가능한 부분들도 있겠지만, 이후의 기수에서 점차 개선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 항해플러스 프론트엔드 코스에서 3기 수강생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8월 22일 이전에 지원하면 얼리버드 혜택으로 꽤 수강료를 할인해주고 있고, 추천코드 HHPGS0589입력 시에 20만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일단 나는 돈값한다고 생각한다.
프론트엔드 개발 기술들은 어렵지 않다.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 기술들을 공부할 때 힘든 이유가 각 기술들이 가지는 난이도나 러닝커브가 아니라, 시시각각 바뀌는 업계의 유행과 논리성이 없는 히스토리들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겉치레들을 드러내고 각 기술들을 꿰뚫는 개념적이고 추상화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항해플러스는 적어도 프레임워크를 다루는 강의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적절한 방향이라고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코치들은 Vue를 잘 쓰는지, React를 잘 쓰는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되었건 프론트엔드 라이브러리를 잘 다루는 것은 중요하고 기본이다.와 같이 특정 기술에 매몰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환기시켜주었다.
매주 진행되는 발제와 주어지는 과제의 퀄리티도 꽤 훌륭한 편이라고 느꼈다.
조금 장황한 회고 느낌으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항해플러스 코스가 어땠는지 감상문으로 빠지게 된 것 같다. 뭐, 애초에 이 글을 쓰는 게 이번 주 수료식날 회고 발표를 하게 되어서 스크립트 정리하는 식으로 쓰기 시작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시간 관리를 좀 더 잘해서 포트폴리오나 이력서 같은 걸 초안을 뽑아 코치들한테 첨삭 같은 걸 부탁드려도 괜찮았을 것 같았는데 그 부분은 좀 아쉽다.
글의 앞부분에서 시작했던 어떤 개발자가 되어야 할까는 아직 답이 완성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업계에서 개발자들이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고 어떤 능력을 가져야 좋은 개발자라고 평가 받는지는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항상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껴지는데, 일단 당분간은 같은 템포로 잘 달려보아야겠다.
그리고 실제로 아직 끝나진 않았다. 10주차 과제... 다시 하러 가봐야겠다.
글을 올리고 10주차 과제를 제출한 뒤, 그 주 토요일인 8월 24일. 항해 플러스 코스 수료식을 다녀왔다. 어쩌다보니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전체 발표를 한 번 하게 되었는데,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했던 코드 레벨의 트러블 슈팅이었다. 시간 날 때 글로 적어봐야겠다.
수료식에서는 수료증도 받고, 과제 진행률에 따라서 다른 색깔을 주는 뱃지도 최상 등급인 블랙 뱃지로 받았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최우수 수료생 대상으로 주는 최고상도 받게 되었다. 진짜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름을 호명받아서 당황하며 나가서 받았다.
수료생 중에서도 나보다 잘한 사람, 나보다 열심히 한 사람은 분명히 계셨다. 그저 눈에 좀 띄는 스타일이라 운 좋게 좋은 평가를 받아서 상을 받은 것 같다. 그래도 보기에 수상 기준은 될 정도로 열심히 했다는 걸 인정받은 거니까 기분 좋았다.
몰입하고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의지만 있어서는 부족하다.
몰입하는 과정을 함께 해준 동기들과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 운영진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