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8 책임을 지겠다곤 했지만 안 질 수 있다면 그게 좋다.

김규빈·2026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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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시작 5일 만에 레전드 수면패턴 발생.

이번 방학만큼은 수면패턴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졸리고 피곤한 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억울해 죽겠는 아침이다.

그래서 늘 더 자는 쪽을 택한다.

초심불망 마부작침

최근 우테코에 처음 들어왔을 때를 떠올려 봤다.

떨리는 마음으로 최종 코딩테스트를 보던 기억, 합격 메일을 받던 기억이 난다.

사실 합격 메일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OT에서 우테코는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1년 차 개발자 수준으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나는 우테코에서 개발자로서 실력을 기르고, 개발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인간관계도 적극적으로 넓혀 가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초반엔 꽤 인싸인 척을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관계를 넓히는 걸 포기하고 닫힌 관계에 머물렀다.

학습도 냉정하게 보면 처음만큼의 열정은 없는 것 같다.

처음엔 버스에서 책도 읽으려고 했는데... 요즘은 잘 잤음 청년.


몸도 마음도 지쳐 간다.

우테코가 끝을 향해 달려간다는 건, 나를 씌워 주던 우산이 곧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찾아온 불안감도 한몫하는 것 같다.


그래도 개발자로서 성장했다는 건 확실히 느끼기에,

지금 지친 마음은 사실 별로 상관없다.

내가 두려운 건 다시 정체되는 것이다.

우테코가 끝난 뒤 정체되고, 실패를 반복하고,

그러다 현실과 타협하게 될까 봐.

그 상황을 겪어 봤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늘 발버둥 쳐 왔기에 더 무섭다.


회복 탄력성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나를 아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초심 좀 찾고, 나를 좀 아껴 주자..

우연을 바래서 이뤄진 적이 있나

8월 말, 예상치 못하게 토스뱅크 인턴십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

인터뷰 바로 전날 메일을 받아서, 긴장할 틈도 준비할 틈도 없이 인터뷰를 봤다.

그리고 운 좋게 기술 면접 기회까지 얻었다.

마침 방학 중간이라 준비에 꽤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작년에 덜컥 토스 Next 면접을 보게 됐던 기억이 난다.

이력서를 거의 처음 써 봤을 때라, 취업 스트레스를 건너뛸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붙기만 하면 2학기도 편히 보내고 꽤 근사한 커리어도 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간절했다.

그래서 요행을 바랐던 것 같다.

내가 붙을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면서도, 면접 한 번 시원하게 잘 보는 요행을.


이번 기술 면접을 끝내고 든 느낌은 작년에 떨어진 면접과 비슷했다.

명확하게 말한 게 없는 것 같고, 면접 중에도 점점 자신감을 잃어 갔다.

머리가 꽉 막혀 해결책이 잘 떠오르지 않았고, 문제 상황을 놓치는 순간들도 있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면접이 끝나자마자 기대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해 놓고도 자꾸 기대를 하려 한다.

상황을 내가 원하는 결과에 맞게 끼워 맞추고 각색한다.

기억의 불완전함을 이용해서.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지금이 나의 올타임 베스트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본 면접 중 시작 전에 가장 긴장을 덜 했던 것 같다.

늘 기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결과를 보면 꽤 정신적 타격이 있었는데,

이번엔 잘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라톤 참가했습니다.

토요일에는 마라톤에 참가했다.

마라톤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늘 그렇듯 찾아보고 신청하고 참가하는 과정이 귀찮아 미뤄 왔다.

혼자 뭔가를 시작하는 용기도 유산소 운동 앞에서는 발휘되지 않았다.

그러다 함께 교육받는 크루가 제안해 줘서 충동적으로 신청했고, 결국 참가하게 됐다.

나는 달리기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군대 때부터 고통을 버티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신체 능력이 비슷하다면 내가 좀 더 잘 달릴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는데, 달리다 중간부터 오른쪽 갈비뼈 아래가 아프기 시작했다.

배에 힘을 주면 괜찮아진다는 조언이 생각나 복압을 잡아 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중간에 걸어 버렸다.

마라톤 영상을 보면 달리면서 중간에 주는 물을 마시는 장면이 있길래, 나도 해 보고 싶어서 물을 마셨었다.

아마 그게 독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책임을 지겠다곤 했지만 안 질 수 있다면 그게 좋다.

마라톤 당일 아침, 늦잠을 잤다.

수면패턴이 꽤 틀어진 상태라 일찍 잠들지 못한 데다, 알람까지 잘못 맞춰 뒀다.

7시까지 도착하는 게 목표였는데, 엄마가 깨워 줘서 시계를 보니 7시 10분쯤이었다.


빠르게 불효를 결정하고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8시 전에 도착해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었다.


나는 예전부터 부모님이 깨우는 게 싫었다.

내가 정해 둔 기상 시간이 있는데, 늘 그보다 애매하게 이른 시간에 깨우시곤 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내가 못 일어날까 걱정돼서 확인하시는 거다.

아마 우리 집 딸이 못 일어난 적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문제는 내 입장에서는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을 손해 본다고 느껴졌다는 것.

그래서 이 문제로 예민하게 다툰 적도 있었다.


모순되게도 이번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깨워 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늘 내가 못 일어나서 불이익을 보면 내가 책임지면 된다고 말해 왔다.

물론 마라톤에 못 갔더라도 안 깨워 준 누군가를 탓하진 않았겠지만,

누군가 깨워 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스스로가 조금은 모순적이라고 느낀 하루였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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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9일

다음 글은 토스뱅크 합격 글이 되겠구만유.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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