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끝?

POII·2023년 12월 30일

이번 달의 JNPMEDI 최종합격, DH 최종합격, 카카오 최종합격 발표를 마지막으로 짧은 취준 생활이 끝났다.

이 과정에서 서류 합격률 0%(0 / 3),

면접 합격률 100%(9 / 9)

라는 나름 자랑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기이한 레코드를 가지게 된 과정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올해 취준을 하려고 하지 않은 이유

원래는 Line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주변에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사람들이 다 Line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ㅋㅋㅋ.. 심지어 우테코 안에서 만난 좋은 리뷰어분들도 Line에서 일을 하시는 분이 두 분이나 계셨다.

단순히 그런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내 첫 회사로 Line을 지망하게 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10월까지 Line 신입 채용이 열리지 않았다. 또, Line에 다니시는 분들이 내년 상반기까지도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취업대신 복학을 결정했다. 이 시기엔 도메인이나 기업의 비전 등에 관심이 많지도 않았고, 주변의 뛰어난 사람들을 보고 ‘아직은 더 공부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다시 취준을 시작한 이유

올해 가을쯤 Delivery Hero 패밀리의 CTO 분들이 루터회관에 방문했고, 크루들의 문답을 받아주며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가셨다.

이 문답 시간에선 신기하게도 CTO분들의 답변이 내가 예상한대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 때 처음으로 다양성이 보장되는 회사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안정된 맥락에서 나오는 예상되는 대답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다이나믹한(?) 맥락에서 나오는 예상치 못 한 대답을 통해 더욱 내 사고를 넓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질답 시간이 끝나고, 몇몇 CTO분들께 개인적으로 20대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 것 인지 여쭤보았다.

이 때 한 CTO분이 자기라면 책임이 적은 20대에 실패의 가능성이 크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이라는 답변을 해주셨다. 가장 간단하게는 해외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추천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 때, 옆에 있던 에밀이 자기는 유럽연합 국가의 사람도 아니고, 영미권 문화에 익숙하지도 않으며 visa문제 등에서도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그 CTO 분께서 그러면 우선 자기 회사에 인터뷰를 보러오라고 말을 해주셨다. 수료 후 pobi를 통해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취소하지 못하게 재차 확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우아한테크코스 교육생 대상의 특별 채용 과정을 공개적으로 열어 주셔서 연락을 할 일은 없었다.)

물론 합격할 확률이 굉장히 낮다는 건 알고 있었고, 합격할 자신도 없었지만 처음으로 합격을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Delivery Hero에 당연히 합격하지 못할테니 복학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계속 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 건 리크루팅 데이에 참여한 이후였다.

리크루팅 데이 당일까지도 나는 취업에 큰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취업 정보를 얻는 대신 스타트업의 CTO, 대표분들과 대화하며 인사이트를 얻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과정에서 임상 플랫폼을 만드는 JNPMEDI라는 회사의 부스에도 방문했다. 어쩌다 보니 이곳의 기술 리드분과 인생의 가치관과 직업의 연관성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이때 들은 답변이 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짧게 정리하면, 의료라는 도메인을 통해 내 가족, 주변 사람을 넘어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긍정적인 임팩트를 계속해서 끼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답변을 해주셨다.

이 답변으로 나는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고 취준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서류 100% 탈락

위 두 기업 외 인턴을 네 곳 정도 더 지원했다.
그런데 코딩테스트가 없는 순수 서류 전형은 전부 떨어졌다…

이때의 충격이 너무 커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를 이곳저곳 요청해서 내 이력서와 비교해봤다. 당시에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대강 알게 된 것 같다.

기술적인 접근이 부족했다.

나는 프로젝트를 할 때 기획적인 관점에서만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어플리케이션을 쓸까?’ , ‘어떻게 문구를 표시해야 사람들의 이탈률이 낮아질까?’ 등..

분명 나쁜 고민은 아닐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늘어나고, 계속해서 사용자의 불편을 기술로 해결해 갈 수 있다면..

그렇지만 이 시기의 나는 기획을 공부했던 사람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또 우리 프로젝트의 주제에 대한 문제를 겪어 본 적도 없었고, 겪어보지 않은 일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기획에 대해 적은 양의 데이터로 1차원적인 접근만 할 수 있었으며, 이 접근도 틀렸는지 맞았는지 검증할 수조차 없었다. 회의를 진행할 수록 칼로 계속해서 물을 베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메인 자체도 직관적으로 문제가 보이는 도메인이 아니었다.

기획의 실패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이때 조금이라도 기술적으로 눈을 돌려보면 좋았을 것 같다.

데이터가 적어 부하가 없더라도 많은 데이터를 가정해 최적화를 시도해 보고, 코드가 단순해 수정점이 적더라도 코드가 커지는 상황을 가정해 추상화를 적용해 보고, 패키지 구조를 변경해보았다면 이력서에 쓸 내용이 한 줄은 많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많은 사람이 기술의 적용에 매몰되지 말고 비즈니스 문제 해결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문장을 오해했던 것 같다.

기술의 적용 != 비즈니스 문제 해결이 아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우리는 시장 조사, 유사 사이트 분석 등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통해 기획의 수정을 수행할 수도 있고, 기술적인 관점의 해결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도 있다.

당연히 실제 기업에서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겠지만, 우리는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아니다. 심지어 어떤 방법이 효율적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4년 내내 프로그래밍만 배워온 사람들 8명이 모여서 올바른 통계 기반 판단을 수행할 수 있을까?

설령 효율적인 판단을 항상 선택한다고 해도 대다수 우리의 프로젝트의 목적은 상용화 → 엑싯이 아니다. (나는 이게 목적이 되려면 프로젝트 주제, 진행 방식 등에 대해 구성원 전부가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취업을 위한 이력서, 포트폴리오 작성면에서는 우선 기술적인 해결책을 선택하고 시도 해보는 경험을 쌓는 것이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면접 100% 합격

서류는 전부 탈락했지만, 코테의 비중이 높은 서류전형, 리크루팅데이 특별전형 덕에 면접을 볼 수 있는 곳은 꽤 있었다. 감사하게도 이 면접에 전부 합격하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할 때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많은 기술을 도입하지 않았다. 이 덕분인지 내가 사용한 기술에 대해서는 코드 한 줄, 한 줄 상세하게 근거를 들 수 있었다.

면접관분들도 대부분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보다는 cs 지식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주셨다. (이에 관해 질문할 내용도 많지 않아서 그러셨을 것 같다 ㅠㅠㅋㅋㅋ)

운영체제나 네트워크는 학교 수업을 들을 때부터 재미를 느껴 열심히 했었기 때문에 이러한 cs 질문들에는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어려운 질문은 카프카나 레디스 같은 사용 해보지 않은 기술에 대한 질문이었다. 보통 이에 대해 모른다고 대답하면, 기술에 대한 대강적인 설명을 면접관분들이 해주시고 어떤 상황을 가정한 뒤, 어떻게 이를 적용할 수 있겠느냐는 방식으로 질문을 해주신다.

당연히 구현은 하나도 모르기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구현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상에 맡긴 대답을 계속해서 내뱉었기에 대답의 검증을 위해 면접이 끝나자마자 질문을 다시 검색 해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검색 해보며 놀라웠던 건 실제 구현과 대강 비슷하게 대답은 했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컴퓨터 공학의 지식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띈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뻔한 말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조금은 와닿은 계기였다.

정리하자면, 내가 면접에서 계속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던 이유는 근본적인 것에 집중해서 공부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추가로 운도 엄청 좋았다고 생각한다…ㅋㅋㅋ..)

앞으로

글을 쓰는 시점(12/26)에서 아직 어디서 어떻게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할지는 결정된 게 없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정리해서 글을 올려보겠다!

profile
https://github.com/poi1649/learning

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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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0일

2023년 고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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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0일

우와 포이 멋져용!!!
고생 많으셨고, 어디서든 빛날거에요!
응원할게요 파이팅!!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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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2일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 저도 얼른 취업하고싶네요!!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