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5년의 1월이 다 지나가고 있지만, 그만큼 2024년에 많은 일이 있었기에 정리하는 데에 오래 걸렸다. 절대 회고를 미룬 게 아니다. 그냥 2024년 동안 뭐 하고 살았나 쭉 적어 보겠다.
긴 글이 될 것 같다. 이것저것 꽉꽉 눌러 담은 나의 2024년 🥹
2023년 12월 31일, 인턴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2월 졸업을 앞둔 채 2024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동시에 취준을 시작했다.
취준을 하며 이용했던 구직 사이트는 사람인, 잡코리아, 원티드 정도... 쓸 말이 없다. 부실한 이력서와 마음가짐으로 소심하게 지원을 했기에 😭
웃기지만 취준이라곤 고작 8일 정도밖에 안 했다. 왜냐하면 8일 만에 한 SI 기업에서 최종 합격 소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웹 개발자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으로 삼기에 나쁘지 않은 기업인 것 같았고, 무엇보다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꽤 안일하고 단순한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당시엔 행복해서 입사 전에 짧은 강릉 여행도 갔다 왔다.
첫 회사에서의 포지션은 웹 개발자였다. 어디든 그렇듯이 React+Next.js 프론트 조합에 Node.js로 백엔드를 짰다. 해당 스택을 가지고 입사 직후에는 혼자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수행했다. 아마 간단한 테스트 용도였던 것 같다. 어떻게든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어서 폴더 구조, 코드 스타일 등등 신경을 많이 쓰면서 개발했었다. 2주 동안 9to6으로 웹사이트를 뚝딱뚝딱 만들고 있으니 직장인으로써 실감이 나는 기분이었다. 와, 내가 개발자로 취업했다니!
짧은 시간이 바쁘게 지나고 사수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스택을 사용할지, 공통 컴포넌트는 어떤 게 있을 것이고 개발 분담은 어떻게 할지, 커밋/코드 컨벤션은 어떻게 할지... 등등. 프로젝트 시작을 위한 회의를 거치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다. 이때까지 혼자 진행한 프로젝트가 더 많았기에 누군가와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건 꽤 두근거리고 재밌는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급여일이 되었지만 급여 통장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오, 세상에... 말로만 듣던 임금체불을 겪게 되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졸업식을 다녀왔다. 얏호! 나도 학사 학위가 있다! 그치만 월급은 안 들어오네... 🙃
일에도 일상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했다.
첫 월급이 밀렸다는 건, 3개월 수습조차 떼지 못했다는 것...
어딜 가도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을 기간이 생겨버렸다. 급여가 밀리자마자 퇴사하지는 않았다. 1달 정도는 더 다녔었다. 틈틈이 이직 준비를 하다가 더 이상 출퇴근과 이직 준비를 겸하고 싶지 않아서 퇴사하게 되었다. 희망 퇴직을 신청하고 싶었으나, 터무니 없이 짧은 기간 동안 근무한 나는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돈 문제로도 아주 힘들었지만 첫 회사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도 많이 아쉬웠다. 회사라는 딱딱한 곳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사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소중한 인연이다! 🥰)
이직이라기보단 재취업이라는 단어가 더욱 알맞을 것이다. 4월부터 정신에 기강을 잡고 본격적인 취준을 시작했다. 이전에 8일 동안 한 취준은 가짜 취준이다. 다시 열심히 준비해서 멋진 곳으로 취업할 것이다. 난 할 수 있다! 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
일단 이력서가 너무 부실하고 못생겼었다. 학교를 다니며 수행한 프로젝트, 인턴, 외주 등 아무튼 뭔가 많은데 나를 어필하고 있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질서 없이 우겨 넣기엔 이력서를 살피는 입장에서 피곤해질 것 같았다. 괜찮은 이력서 템플릿 어디 없나? 하며 찾아본 결과, '랠릿'이라는 플랫폼을 발견했다.
랠릿의 허브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이력서를 볼 수 있었다. 이력서 작성이 많이 막막했던 나에겐 다양한 연차의 이력서를 모아 보며 참고할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이력서 템플릿도 마음에 들었다. URL과 PDF 형태 모두 깔끔하게 내보내기가 가능했다. 그래서 랠릿 이력서로 정착하게 되었다. 지금도 랠릿에서 이력서 유지보수 중이다. 확실히 서류는 쓰면 쓸수록 느는 것 같다.
💡 그래서 어떻게 썼냐면 이렇게 씀
포폴 형태에 대해서는 토론이 끊이질 않는데... (이력서도 마찬가지)
고민이 많았다.
웹사이트(직접 만들기, 노션 등) vs PDF
사실 나는 둘 다 만들었다. 지원을 위해 여러 회사의 채용 공고와 분위기를 살피다 보면, 어떤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선호할지 예상이 되긴 해서... 아무튼 내 뇌피셜이지만 잘 맞춰서 지원했던 것 같다. 결국 이력서와 마찬가지로 URL, PDF 두 형태로 만들었다. 그치만 노션 PDF 내보내기 만큼은 말리고 싶다. 한 페이지가 아닌 이상 깔끔하게 내보낼 수가 없다...
본인의 경험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 지나온 프로젝트가 많더라도 기록이 없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알 방법이 없고, 내가 고민을 수없이 해왔더라도 증명할 수가 없다. 그리고 기억도 안 난다. 그렇기에 개발 블로그를 작성하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리드미, 깃허브 위키라도 잘 써두는 게 좋다.
💡 그래서 어떻게 만들었냐면 이렇게 만들었음 (oopy를 통해 노션 웹 배포)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과제 전형에 소비한 시간이 너무 너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서류 합격 이후 아마 5~6개 정도의 과제를 수행했었는데, 대부분의 과제는 1~2주 정도의 기한을 준다. 구조와 스택 선정, 코드 스타일 등을 당연히 신경 쓰면서 개발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든다.
물론 이렇게 시간을 들여 만든 프로젝트를 보면 지원자의 실력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그치만 긴 시간을 써가며 제출했는데 탈락 소식을 들었을 땐... 마음이 아팠다. 심지어 피드백 메일을 준 회사는 한 곳 뿐이었다. ㅠㅠ 면접과 다르게 내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코테처럼 날을 잡아버리고 4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과제도 있었다. 오히려 주 단위로 시간을 잡아먹는 것보단 나았다. 근데 프론트 개발을 4시간만에 하려니까 거의 뭐 타이쿤을 하는 느낌이었다.
취업했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으나 나는 퇴사한 상태고... 친한 친구들 몇몇 외에는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말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얼른 다시 취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재취업 켠왕 같은 느낌 🥲🎮 남들은 나보다 훨씬 오래 취준하기도 하는데 고작 이런 시련 가지고 왜 이럴까~ 싶었고.
도저히 좁은 자취방에서 혼자 공부할 자신이 없어서 4월 동안은 억지로 스터디 카페로 출석하기도 했다. 파고들수록 나의 기술적 부족함을 아주 많이 깊게 느꼈고, 이미 안다고 생각 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다시 꼼꼼히 공부하며 서류를 보완하고 면접 준비를 했다.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서 견딜 수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4월 말에는 서울로 여러 번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그리고 밀린 월급도 받게 되었다. (돈이 없어서 부산-서울을 무궁화로 왕복하는 게 제일 힘들었을지도...)
중요한 일로는, 눈여겨보던 스타트업의 1차 면접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2차 면접을 보러 대전으로 갔다. 당연히 성심당도 들렀다. 면접 경험은 꽤나 좋다고 느껴졌다. '웹 브라우저 렌더링 과정을 설명하세요' 같은 식상한 질문이 아니라, 정말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흥미로운 면접이었다.
이후에 조금? 큰? 기업의 면접도 보러 가게 되었다. 그러나 면접을 보기 1시간 전, 눈여겨보던 스타트업에서 최종 합격 연락이 왔다. 그때 이미 '아, 여길 가야겠다!'라고 속으로 확정을 해버린 상태였지만, 당연히 당장 봐야 하는 면접도 제대로 보고 왔다. 배울 점이 가장 많았던 면접이었다. 재밌었던 질문으로는 '클로저 내부에서 동적 할당된 메모리가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순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였다. 오 세상에... 🤦♀️
면접을 보면서 느낀 건데, 나 또한 '프론트엔드 면접 질문 리스트' 이런 걸 보면서 면접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달달 외워서 말해야 할듯한 특정 기술 질문을 하는 곳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내 포트폴리오에 적힌 경험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면접 경험은 쌓이면 쌓일수록 좋다. 서류 지원을 망설이지 않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5월 말에는 입사 전까지 부산만의 컨텐츠를 즐겼다. 친구들을 잔뜩 만나고, 학교 축제도 가고... 2n년 동안 부산에 살다가 타지역으로 떠나려니 마음이 이상했다. 사실 내가 갈 지역이 수도권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안도하기도 했다. 대전에서는 인턴 경험이 있어서 많이 낯설지는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지방에서 취준하다가 취업이 돼서 떠나는 사람은 당연히 많겠지만... 아,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나를 포함한 신입 개발자는 3명이었다. 모두 본격적으로 서비스 개발에 투입되기 전, 미니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다. 백엔드는 익숙한 Node.js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아주 긴장되던 점으로는... 프론트엔드 스택이 스벨트였다는 것. 학부생 시절 거의 Vue, React만 하다가 갑자기 스벨트를 하려니 걱정이 앞섰다. 그치만 생각보다 스벨트 문법은 아주 쉬웠고, 가벼웠고, 리액트처럼 코드가 마구마구 길어지지 않으며 등등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미니 프로젝트를 잘 수행했던 것 같다.
미니 프로젝트를 마친 후에는 회사에서 개발 중이었던 서비스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코드를 열심히 읽었다. 서비스 사일로의 데일리 미팅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코드 리딩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는 스프린트 속 하나의 백로그 일원이 되어 태스크를 배정 받아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다.
솔직한 Svelte 첫인상: 아니 코드가 이렇게 짧아도 됨?
$
붙인다고 반응성이 부여된다고? ? ? ? ?
사실 서비스 개발에 투입된 이후 보게 된 프로젝트의 상태는 솔직히... ㅎㅎ 쉽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명세 관련하여 문제가 있었고, 컨벤션이 존재하지 않았고, 리팩토링이 절실하고, 워크 플로우가 정립되지 않았다. 문제점에 관해 얘기를 나눠볼 기회는 빠르게 생기게 되었다. 바로 '엔지니어 간담회'에서 모든 개발자가 모여 고민을 나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거 나름 주기적으로 했다.)
엔지니어 간담회에서는 'PR 템플릿 만들자'부터 시작해서
'AnyScript를 쓰지 말자',
'코드가 너무 불친절해요',
'모듈화 좀 해라',
'PS식 코드를 보면 눈물이 나요' 등등...
그렇게 git flow와 컨벤션이 생기고, 리팩토링도 마구마구 하고, 코드 리뷰도 하고 꽤 나아진 개발 문화를 만들어 나가게 되었다. 마치 초창기 개발팀에 속하게 된 듯한 기분... 나름 재밌었고 나쁘지 않았다. 개발 문화를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한 욕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역시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항상 더 나아지고자 하는 팀의 열정인 듯.
여러 백로그를 거쳐 이것저것 기능을 개발하며 서비스에 대한 애정을 쌓아 가는 3개월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자주 겪는다는 서비스 종료는 피할 수 없었다 🥲
많이 아쉬웠지만, 개인적으로 SI 관련 경험만 있었던 나는 우리 회사만의 서비스를 개발해보았다는 것 자체에서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끊임 없이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열심히 만들어낸 아이를 위한 생각을 멈추지 마라)
3개월의 수습 기간 동안 꽤나 우당탕탕 지냈던 것 같기도 하지만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고민이 서비스에 반영 되면서 착착 쌓여 가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좋았다. 물론 다른 서비스를 개발 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는 10-4 코어타임 제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8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건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므로, 코어 타임 외의 시간에는 아무 데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달에 4번 사용 가능한 재택근무 복지는 삶을 아주 윤택하게 만들어 줬다. 왜 다들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를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
(게임 리뷰 문화가 있었던 시절... 게임 열심히 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이번 회사에서도 좋은 팀원들을 만나게 되었다. 퇴근하고 같이 마작 치러 갈 정도로 나름 친해졌다. (저희 친한 거 맞죠?) 일 할 땐 다들 열정적이고 의견을 거리낌 없이 나누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고 있다. 그치만 사실 이제 7개월차이지만 나는 아직도 공적인 측면에서 이런 분위기가 낯설다... 너무 탑-다운스러운 삶을 오래 살아왔던 걸까 🫠 하지만 노력해서 팀의 분위기에 더욱 자연스럽게 올라타고 싶다. 2025년의 작은?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대전에서 2025년 새해를 맞이했고, 부산과 다르게 눈까지 내린다. 성심당도 질리도록 갔다. 여기서 늘 그렇듯이 지금은 웹 개발을 하고 있다. 프론트만 하는 건 아니고 종종 백엔드도 함 근데 풀스택이라고 부르기엔 흠... 내가 하고 싶은 직무를 하고 있다는 게 참 행운이다.
최근에는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이번부터 스벨트가 아닌 결국 리액트로 스택을 변경하게 되어 또 새로운 기분으로 개발을 하고 있다. 리액트를 7개월만에 하려니 긴장되긴 하는데, 아무튼 재밌다. 역시 현재를 즐기는 게 짱이다. 스벨트만 해왔던 개발 팀원들과 리액트 스터디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정보 공유는 좋은 것이다.
회사에는 배울 점이 많은 팀원들이 있고, 나에게는 공부할 여력이 존재한다. 배운 것을 짧게라도 글로 남겨 두는 습관이 생기면 좋겠다. 입사 초반에는 스벨트와 싸우느라 포스팅을 몇 개 올렸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갈수록 저조해지긴 했다. 변화와 고전하며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고, 그래서 기록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어느 자리에서든 내가 핵심 인재가 될 수 있음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갖고 계속 공부하고, 기록해야 한다.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딱딱 맞추며 정리해서 작성하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냥 연말 정산에 가까운 느낌... 틈틈히 기술적인 회고를 올리든가 해야겠다.
2024년 동안 겪은 경험들이 소중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감사한 일이 많은 한 해였다. 2025년 올해를 무사히 지내게 된다면 개발자로의 온전한 1년을 채우게 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