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상반기 회고 - 게으르게 개발하지 말 것

Broccolism·2026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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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현타가 오는 시기였다.

AI가 뛰어나서 그런 게 아니었다.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지 헷갈렸기 때문이었다. LLM의 발전으로 바이브코딩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나도 그게 편하다고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고민해서 짜던 코드를 몇 초만에 짜고 정리해주니 깔끔한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어떤 순서로 목차를 배열하면 기승전결이 살아있을지 생각하면서 큰 그림을 먼저 짜고 글을 작성하던 일도 이제 AI가 대체할 수 있다. 퀄리티가 낮지 않으냐고? 그렇지 않다. 잘한다. 좀 친다..! 좀 많이 친다. 너무 느리지 않냐고? 내가 직접 하는 거보다 훨씬 빠르다.

그렇다면 나의 이제 역할은 무엇일까? AI가 그저 뛰어나기만 했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AI가 나를 대체하는 데에 뛰어났기 때문에 현타가 왔다.


6개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 TOP 1

AI가 개발자를 대체하지 않을까요? 개발자라면 2026년 상반기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일 것으로 추측해 본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쉬운 질문이다.

“대체”의 역사에서 배운 것

  • 카메라의 발명은 초상화의 종말을 불러오지 않았다.
  • 영화의 발명은 연극을 몰락시키지 않았다.
  • 자동차의 발명은 자전거를 퇴출하지 않았다.
  • 인공지능 번역기는 외국어 학습자를 전멸시키지 못했다.

물론! 후자가 전자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 파이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100% 사라졌는가? 아니다. 이유가 뭘까.

목적이 다르다

  • 둘의 목적이 다르다.

AI 코딩 에이전트의 목적은 코딩을 하는 것이다. 개발자의 목적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코드 작성 ∈ 소프트웨어 제공 의 관계다. 동치가 아니다.

대체의 역사에 대한 건 대학교 교양 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진정한 가치는 변함이 없다.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는 욕구가 초상화와 카메라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욕구가 아날로그 전화기에서 스마트폰까지의 발전을 만들었다. 삶을 보다 효율적으로 가꾸고 싶다는 욕구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수단으로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는 것이고, 또 그 수단으로 AI 코더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중간쯤에 있는 개발자라는 직업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시간여행자가 아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거다.

사람의 역할을 하자. 현타가 와서 주저앉아있기엔 시간이 너무 빠르다!!

6개월 동안 반복한 일

  • 반복적인 새벽 출근! 이라고는 하지만 월간 통계 내어보면 평균 출근 시간이 9시쯤에 머물러있어서 놀랐다. 하하
    • 편차가 큰가보다. 컨디션 좋은 주는 매일 7시에 출근하고 안 좋은 주는 10시 넘어서 출근하기도 했다.
    • 유연 근무제가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
  • 월간 업무 회고
    • 생각보다 한 달에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
    • 분명 하루하루 밀도있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체감상 내가 한 일과 실제로 내가 한 일에 차이가 있어서 놀랐다.
  • 낮잠을 자는 습관이 생겼다.
    • 이게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특히 회사 출근하고나면 10분~20분정도는 낮잠을 자게 되었다. 이게 점점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일까…
  • 입사 초반부터 같이 스터디했던 모임을 꾸준히 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그리고 이벤트

  • 처음으로 대학교 선배 초청 직무토크에 참여해보았다. 뭔가 이런 멘토링은 낯간지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제안이 와도 모두 거절하고 있었는데, 일반적인 사기업이 아닌 모교에서 요청을 주셔서 참여해보았다.
  • 과정: 클로드가 PPT를 기깔나게 만들어줬다.
  • 결과: 헉 너무 뿌듯해 인류애가 차올라…!! 여러분 감사해요
  • 내년에도 불러주신다면 참여해야겠다.

새롭게 시작한 일

  • 개인적으로 하는 일에다가 ROI를 따져보기 시작했다.
    • 사실 이게 블로그에 소홀해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내가 블로그 글을 쓴다고해서 얻는게 뭐지? 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 것이다.
    • 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내공이 쌓이는게 분명 있을거라 생각하고 계속 글을 쓰기로 했다. 소재가 고갈되지 않는 한.
    • 세상 모든 일에 대한 ROI를 따지는건 그닥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
    • 나는..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이고.. 학과 수업 재밌었고.. 학점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개발자로 5년째 일하고 있지만..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없다.
    • 필요없을 것 같아서 안 땄다. ㅎㅎ.. (라고 생각했을 때 딸 걸!!!!!)
    • 근데 나중에 기술사 자격증을 따려면 기사 자격증을 보유하는게 좋을 것 같아 따놓기로 했다. 정처기 공부를 하면서 실무와 동떨어진 이론 내용을 많이 접했는데, 이걸 따로 모으고 있다. 필기/실기 합격 후 공개할 예정이다.
  • 새로운 TODO 관리 앱을 사용하고 있다.
    • 클로드한테 시켜서 직접 만든 앱이다.
    • 새 앱을 사용한다고해서 할 일을 제깍제깍 잘 하는건 아니었다. ㅎ…! 대신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게 했더니 좀 더 정리가 잘 되고 해야할 일이 명확하게 보여서 좋았다.

더이상 하지 않는 일

  • 거대한 PR을 올리는 것
    • 사람뿐만 아니라 AI 에게도 PR 크기가 작은게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신규 이슈 받자마자 코드 작업에 착수하는 것
    • 그렇게하지 않고 설계 단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 블로그에 책 리뷰를 계속 올리는건 그만두기로 했다.
    • 서평을 작성하는 것과 책을 정독하고 내용을 숙지하는건 또 다른 얘기다.
    • 매달 리뷰 1개씩을 올리는게 내 입장에서는 크게 영양가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렇다고해서 그동안 만났던 책이 모두 별로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책이 많았지만, 시간을 내서 정독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게을렀을 뿐이다.🥲 언젠가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이다.)
  • 밤을 새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 이건 체력이 떨어져서일까, 업무 습관이 잘 잡혀서일까? 잘 모르겠다.
    •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날이 많아졌는데 그 전날에는 특히 더 일찍 자려고 하는 편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는건 생각보다 더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깨달은 점

  • 기존의 것을 지키고 변화에 보수적인 성향과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고 탐색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 2가지로 사람을 분류한다면 나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닥 후자에 치우친 편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 맨 처음 AI 붐이 일어나서 회사 엘리베이터, 식당, 지하주차장, 어디서든 항상 AI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에는 모두가 AI를 얘기하고 있어서 오히려 반감이 들었다.
  • 그리고 중반쯤 회사 KPI중 하나로 ‘AI 활용’과 관련된 주제가 나왔다는 걸 알게되었을 때 더 의구심이 들었다. ‘AI는 그냥 도구일뿐인데 이걸 활용하는거 자체가 KPI라고? 이건 마치 .. 전사 KPI가 자바 대신 코틀린쓰기 로 정해진거나 비슷한거 아냐?!’라는 생각도 들었다.
  • 이런 생각을 얘기했을 때 내게 와닿았던 말은 ‘AI라는 좋은 도구가 나타났는데 모두가 그걸 어떻게 활용할 지 모르는 상태다. 그걸 탐색하는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란 얘기였다. 이 얘기를 들으니 조금 납득이 되었다.
  • 그래서 연초에는 리더님과 면담할 때도 ‘엥 저는 AI 별로에요 몰루’라는 식으로 얘기했었다가 상반기 회고 면담 때에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씀드렸다.

하반기에 이루고싶은 일

  • 다시 체력을 좀 끌어올리고 싶다. 진짜로 매일 몸 쓰는 시간 2-30분정도는 확보해야겠다.
  • 독서. 다시금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인문학 책을 2권 이상은 읽어보고싶다. 그걸 개발과 연결할 수 있다면 제일 좋고 아님 말고!
  • 그동안 생각만하고 실천하지 않았던 일을 1개는 완성하고 싶다. (사이드 프로젝트 얘기다.^^…)
  • 게을러지면 안되겠다. 항상 부지런해야한다. 게으르게 개발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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