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에 큰 일까지는 아니었지만, 최근 2년 동안 가장 크게 놀라는 일이 생겼다. 12월 30일 저녁에 회사에서 야근하다가 턱 아래 부분을 만졌을 때 조그마한 혹 같은 것이 느껴졌다. 큰 혹은 아니지만, 턱 쪽에서 혹이 느껴진 것은 처음이라 조금 놀랐다. 당시 여러가지 상황으로 스트레스를 받던터러 스트레스랑 피로 때문에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당시 나는 발바닥에 난 사마귀 때문에 병원을 다녔고, 그 사마귀도 처음에 티눈인줄 알고 방치했다가 꽤 고생한 케이스라서 내일 병원을 바로 가야겠다 생각했다. 그래도 최소한 어느 진료과를 가야하는지는 알아야 하니..구글에 검색을 했더니 여러 의심 질환이 나왔다.
맨 위에 나오는 병원의 아티클이 정리가 잘 되어 있었고, 그 글을 읽고 나니 이 병원을 가서 진료를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병원이 집근처인 것도 컸다. :) 다음날 아침, 병원을 찾아갔고 목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목 아래 임파선 2개가 크게 부었고, 짐작되는 원인이 너무 많아서 일단 일주일 정도 지켜본 다음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다행히도 일주일 동안 염증을 소염진통제와 해열제를 먹으면서 잘 버텼고, 음식도 가려 먹고, 가벼운 운동도 했더니 많이 좋아졌다. 병원에서도 멍울이 사라진 것 같으니 한 달 정도 더 지켜본 다음에 한 번 더 보자고 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왔는데..이 일이 여러모로 계속 머리에 남아있었다.
난 2021년에도 건강 문제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고 쉬어야 했는데, 그 때의 교훈이 하나도 안 남았구나 싶더라.
그래서 결국 이번 분기는 처음으로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집중 모드로 정해서 살고 있다. 원래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요것도 하고 이런 식으로 산만하게 사는 편인데..이번 분기는 일과 집을 제외한 나의 모든 에너지는 건강 관리에만 쏟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일에 쓰던 에너지도 20% 정도는 다 건강 관리로 전환시켰다.
원래라면 했을 아침에 책 읽고 정리하는 시간, 저녁에 코딩 공부하는 시간, 영어 공부하는 시간 등등을 다 버리기로 했다. 일단은 모든 시간을 다 건강 관리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시간에 운동을 더 해야 하는가 싶긴하다.)
오버타임 근무를 하던 시간에는 병원을 다니거나, 집 근처 헬스장을 가거나, 집에서 홈트를 하기로 했다. 회사 일이 안 되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으면, 그 일을 최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향으로 생각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작년 한 해는 내가 제품이고, 제품이 나인 한 해를 살았다면, 올해는 나와 제품을 분리하기로 결심했다. 돈을 쓰더라도 건강에 돈을 쓰자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여기에만 집중하는 셈이다.
동일 나이 남성의 평균적인 건강 수준을 회복한다.
뭐 내 개인적인 OKR이라서 누군가에게 공유하진 않아도, 매주 한 번씩은 체크인을 하고 있다.(사실 지표는 매일 추적하고, 일지도 매일 쓰고 있다.)
이 목표를 설정하고 살아보니 세가지 좋은 점이 있다.
난 내가 뭘 해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자각하는 순간이 주는 스트레스가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서 나를 가장 오랜 시간 괴롭히던 주제 중 하나는 영어였고, 그 다음이 적극적인 자산 증식 활동이었다. 저 두가지를 내가 제대로 하지 않는게 스스로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이런 것들 말고도 OOO을 공부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어. 이런 스트레스도 있다.
하지만 건강에 집중하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을 일단은 의식적으로 배제하게 되고, 덕분에 마음이 엄청 편해지고 있다.
개비스콘 상황이 된 것이다.
건강에만 집중하겠다고 했고, OKR을 세우고 관리하다보니 확실히 성과가 나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제품 책을 읽을 시간에 건강과 관련된 이론서를 보고(영양학 같이), 코딩 공부를 할 시간에 유산소를 하게 되면서 그 결과가 즉각적으로 잘 나온다.
물론 건강 관리는 긴 흐름이라서 짧은 시간에 그 결과가 다 나올 수는 없지만..또 AC2를 괜히 한게 아니다 싶은게..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을 이리저리 세워서 노력과 보상 구조를 설계해 놓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선순환이 생긴다. 예를 들면, 군것질이 줄어드니까 아내의 잔소리가 줄면서 나도 스트레스를 안 받고 아내도 안 받고 하면서..부부 사이가 좋아진다. 어디 나가서 뭘 사먹고 이러질 않으니 돈이 굳고 시간이 굳는다. 건강이 좋아지니 잠을 잘 잔다. 잠을 잘 자니 일찍 일어나고, 업무를 할 시간이 생겨서 성과도 떨어지지 않는다. 등등
약간 놀란 것은..내가 생각보다 건강으로 인한 영향을 엄청 많이 받는 편이었다. 특히, 좋은 사이클로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에 건강 수준이나 건강을 위한 노력들이 큰 인과 관계가 있거나, 최소한 상관 관계는 확실히 있음을 느낀다.
보통 나는 목표를 3가지 정도 잡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진짜 내 에너지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건강 관리가 목표에서 제외되거나 우선순위가 떨어지면 잘 안 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외부 충격 때문에 건강에만 집중하게 됐는데, 정말 좋은 상황이다. 이번 분기 말이 되고 나서 그 결과까지 같이 이 블로그에서 공유하겠다.
그럼 다들 안녕히.
안녕하세요! changco님의 OKR에 대한 회고 글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서비스 기획을 공부하는 대학생으로, personal OKR 관련 IT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changco님의 OKR 사용 경험에 대해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약 20분여간의 인터뷰 요청드리려 합니다. 😌
changco님의 소중한 경험이 정말 필요합니다!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리겠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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