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

Chang·2023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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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23년도 6시간 정도 남았다.(밥먹고, 카펫 빨래하고 왔더니..이제 2시간 남았다.) 본디 시간이란 연속적인 것이라서 그냥 놔두면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가만히 있으면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기 쉽다. 한마디로 떠내려가는거지.그래도 이렇게 연말이라는 이벤트 하면서 한번씩 툭툭 끊어서 생각을 정리하면 도움이 된다. 본격 회고에 나서기 전에 월별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타임라인 회고

언제나 그렇듯 일단 뇌를 시간의 흐름과 동기화 시키는게 중요하다. :)

  • 1월: 2023년 12월 28일 즈음에, 왼쪽 턱 쪽에 멍울이 잡혔다. 난 평소에 나이브하게 지내다가, 뭔가 아프거나 증상이 나타나면 걱정을 어마무시하게 하는 스타일이라서 28일, 29일 이 시점에는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급히 Danny한테 병원 추천 받기도 하고, 검색 결과로도 같은 병원(분당 서현에 있는 위드심의원)이 떠서 거기 가서 초음파도 찍고 뭐 검사도 여럿 받았다. 누워서 초음파 사진 찍는 것을 이리저리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생각이 뭐 업적, 성과, 제품 이런게 아니라..와이프랑 어디어디 다녀볼걸, 엄마랑 어디는 좀 가볼걸 이런 생각들이어서 내가 워커홀릭으로 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생겼다.
  • 2월: 세종 이사를 결정했다. 원래 판교 살다가 아내가 2022년 11월에 산 피아노를 좀 더 자유롭게 칠 수 있는 집이 필요해졌다. 뭔 대낮에 피아노를 쳐도 클레임이 들어오는지 사실 잘 이해를 못 했다. 처음에는 우리 예산으로 갈 수 있는 단독주택들을 알아봤는데, 광교, 수원, 서판교, 평창동, 일산 등등을 알아보다가 처가 근처면서 인프라가 어느 정도 있는 세종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와이프가 계약하러 간대서 그 집 보러 내려 오라고 했을 때...그 때 처음 차를 댔던 곳이 지금도 커피 마시면서 일하러 가는 곳이니 이건 뭔 인연인가 싶다.
  • 3월: 세종 이사를 결정하고 나니까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아내의 필요 때문에 이사를 결정하다보니, 뭔가 떠밀리는 기분으로 내려가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집을 이사하고 나도 잘 살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도 생각보다는 컸고, 분당/판교/서현 등등에서 하던 취미들 중에서 세종에 가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적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럭저럭 잘 넘어가긴 했는데...사실 위기긴 했다.
  • 4월: 처가 식구들과 다 같이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고, 세종으로 이사도 마무리 했다. 결혼 후, 첫 해외 여행이었는데 그게 처가 식구들과의 가족 여행이었다. 베트남 다낭에 다녀왔는데 휴양지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생각보다는 큰 소득이다. 세종 이사는 정말 쉽지 않았고, 이사 와서도 한동안 집이 정돈이 안 되어서 어려움이 컸다. 세종 와서 좋은 점은 대전, 공주, 청주에 있는 맛있는 식당을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쁜 점은 회사를 한 번 다녀오면 진이 다 빠진다는 점이지.-_-;
  • 5월: 헬스에 다시 빠져들었다. 세종에 이사 오자마자 헬스장들 알아보고 결국 이사 온 다음 날 등록했다. 근데 여기 사장님이 프로 보디빌딩(클래식 피지크 부분) 선수인데...나름 1st tier와 2nd tier 사이 정도는 되는 것 같더라. 덕분에 서울에서 이 정도 선수에게 배우려면 돈을 2배는 더 내야 할텐데, 정말 적은 돈으로 잘 배웠다. 물론 이 분이 아주 과학적이고, 아주 티칭이 좋은 스타일은 아니긴 했는데, 그래도 처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뭣보다 운동에 다시 재미를 느껴서 이게 2023년 내내 좋은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는데...운동 덕분에 지치지 않았다.
  • 6월: 2023년 두번째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4월 여행이 처가 여행이라면, 6월 여행은 아내 입장에서는 시댁 여행이었다. 아내랑 어머니랑 셋이서 3박 4일 일정으로 대만에 다녀왔다. 6월 대만은 정말 가고 싶지 않았는데, 삿포로를 거부하고, 너무 먼 거리의 여행은 힘들어서 빼고 이러다보니까 결국 대만 밖에 남는 곳이 없더라. 여행 다녀왔더니 회사에서 역할을 확장시켜줬다. 원래 하던 PO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Head of Product라는 포지션을 겸임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많은 일을 다르게 하기 시작했다. 사람 관리도 좀 더 하게 되고, 업무 관리도 좀 더 하게 됐다. 그러면서 새로운 스트레스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 7월: 올해 가장 큰 즐거운 중 하나였던 만쥬 강아지가 집으로 왔던 때다. 아내의 외삼촌이 키우는 강아지인데, 외삼촌이 자리를 종종 비우면 우리 집에 맡겨졌다. 7월에 한 달, 9월에 3주, 11월에 한 달 뭐 이런 식이으로 지냈다. 옛날에 집에서 키웠던 강아지가 있긴 했어도, 본격적으로 집에서 개를 키워본 것은 처음이라 나름 공부도 좀 하고 그랬다. 강아지 덕분에 삶 자체가 더 안정되고, 단순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5월의 스트레스를 운동이 해결해줬다면, 7월의 스트레스는 강아지가 해결해줬던 것 같다. :)
  • 8월: 요때부터 3개월 정도가 좀 쉽지 않았다. 스쿼드 업무도 쉽지 않았는데, Head of Product 업무도 본격적으로 진행하던 때여서 일의 맥락을 사정 없이 바뀌고 사람 상대도 정말 많았다. 거기다가 일 자체도 좀 데드라인 드리븐한 일들이 많아서 신경이 꽤나 날카로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휴가도 내서 쉬기도 했는데, 마음을 비우기는 어려워서 여행을 가진 못 하고 집 근처에서 그냥저냥 쉬었다.
  • 9월: 앞서 8월에 시작한 프로젝트들의 어려움이 정점에 달하기 시작했던 때다. 회사의 모든 동료들이, 특히 리더십들이 스쿼드가 일하는 방식 등을 고민하고 걱정하던 때였는데, 반대로 나는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눈 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모드로만 살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8월과 9월은 꽤 잘 보낸 셈인데, 그만큼 1월부터 7월까지를 더 잘 보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 10월: 팀원들을 대하던 것에 변화를 크게 가졌던 때다. 원래 좀 충돌회피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터인데, 덕분에 충돌을 건강히 소화하기보다 충돌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도 일을 많이 진행했다. 근데 그렇게 해서는 팀도, 그리고 나도 얻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어느 순간부터 내렸고, 팀원에게 radical candor를 적극적으로 실천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는게 꽤나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이 기조 내에서만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
  • 11월: 아내와 처음으로 둘이서만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아내는 처음 간 도쿄여행이었는데, 여행 출발은 조금 빡세긴 했지만, 그래도 도쿄 시내를 쏘다니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여러 구경도 했다. 덕분에 2024년에도 그냥 도쿄 한 번 더 가자고 결론을 내려서 지금도 비행기표(이번에는 청주에서 가야지.) 사려고 이래저래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11월부터 팀을 인수인계할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고,나는 Head of Product 업무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 12월: 차를 새로 샀다. 결국. 진찌 오랜 기간 알아보고, 고민하고 이렇게 했었다. 블로그에 글도 적어봤는데, 결국 마무리를 했다. :) 새 차 받자마다 강릉까지 워크숍 다녀오고, 이후에 새 차로 아내랑 같이 변산반도, 보령, 홍성, 군산 등등을 여행하면서 연말 휴가를 정말 알차게 보냈다. 거기에 몇년 만에 연말에 열흘 가까이 휴가 내고 쉬니까 리프레시도 되고 너무 좋았다. 일 측면에서는 Head of Product 업무로 제일 먼저 시작한 큰 프로젝트인 One Product Narrative의 큰 벽을 넘은 것이 보람이 컸다.

2023년 - 기억하고 싶은 것들

올해 많은 일들이 있지만, 이런 것들이 기억에 좀 남기도 했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기도 하다.

  1. 세종으로 이사한 것
  2. 강아지와 함께 살아본 경험
  3. 정말 타고 싶었던 차를 결국 사서, 즐겁게 타고 다닌 것
  4. 아내랑 둘이서 즐겁게 해외 여행 다녀온 것
  5. Head of Product로서 제품의 전체 방향, 일부 제품의 방향 잘 잡은 것
  6. Head of Product로서 동료를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된 점
  7.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관리 잘 해서 체중 12kg 감량까지 한 점

이걸들을 하나씩 간단하게 적어보겠다.

세종 이사

세종 이사는 지금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준 것 같지만 앞으로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굳이 서울에서, 혹은 수도권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 가장 컸다. 그리고 서울에서 살 때는 부동산이랑 동떨어진 삶을 살 수가 없으니까..매번 집값이 어떻게 되는지, 청약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여기 와서는 확실히 좀 줄기는 했다.

일단 세종 집들은 우리가 가진 자산에서도 충분히 매수가 가능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집에 자본 다 밀어넣고, 대출 50% 깔고서 갚아나가면서 집만 바라보는 삶"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형성되었다. 물론 자산 증식이 나쁘다거나 레버리지를 통한 부동산 투자가 나쁘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다만, 1급지/2급지 단위의 급지 상위 이동이나, 집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서는 조금 벗어난 것 같다 정도다. 물론 이래놓고 나중에 50대 되어서 후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태는, 부동산을 투자의 대상으로서 바라보되...그렇다고 해서 인생의 희비를 부동산이랑 align 시키지는 않게 되었다 정도인 것 같다.

약간 부동산의 압박, 특히 내 집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정도랄까.? 그래도 새해에 적극적으로 자산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할 것 같다. 너무 이 노력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한 해였다. 물론 자산 증식 쪽에서 연금의 투자 방침을 정한 것만으로도 절반의 소득은 있었다.

강아지와 함께 살아본 경험

이건 좀 크다. 우리가 키웠던 만쥬는 꽤나 규칙적인 생활을 원하는 강아지였다. 아침에 실외 배변을 하고, 낮에 저녁에 산책을 하면서 배변을 해결해야 했던 친구라서 아침/점심/저녁에 다 산책을 돌아야만 했다. 거기에 먹는 것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들이 명확하기도 해서 키우기가 정말 편했다.

일단 산책이 생활화 되고, 강아지가 뭔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보고 이러다보니까 단순한 삶을 살고 있는 강아지의 삶이 녹아들어오면서 나의 삶도 단순해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나 나를 기다려주는 강아지가 있다는 점도 좋은 경험이라서, 아마 한동안은 진짜 우리 강아지를 데려오기 위해서 이리저리 알아볼 것 같다.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결국 새 차를 샀다. 물론 신차로는 사지 않았고, 중고로 샀는데..그래도 원래 원했던 차 중 하나인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를 샀다. 보증이 끝난 수입차를 과감하게 질렀는데, 닥신 TV 보면서 중고차 소거법을 통달한 다음에 성공적으로 질렀다. (물론 선루프 쪽이 좀 말썽이지만 이것도 케이카 보증 수리 범위 안에 있어서 그냥 다행이다 싶다.)

정말 타보고 싶었던 웨건, 그것도 크로스 컨트리랍시고 신나게 타고 다녔다. 12월 14일 정도에 샀는데...벌써 1,900km 정도 탔으니 많이 타긴 했다. 기대했던 오디오, 주행 성능, 질감 등등은 이미 다 만끽하고 있어서 한동안은 자동차 유튜브는 안 볼 것 같다. :)

물론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가하면 그건 아닌데, 가장 큰 아쉬움은 결국 이 정도 주행거리에 이 정도 연식의 보증 끝난 차량을 가져왔다면 이것보다는 좀 더 적은 시간을 쓰고 차를 가져올 수 있었겠다는 점이다. 하지만 보증 끝난 수입차라는 다소 결정이 쉽지 않은, 그리고 볼보라는 마이너 브랜드라서 더 어려운 점이 있었으니 이후에 다음 차를 고민할 때는 좀 더 잘 할 수 있지 싶다.

아내와의 도쿄 여행

도쿄 여행은 이미 글로도 한 번 적었지만,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에 남는 것을 보니 꽤나 좋았던 것 같다. 벌써 두번째 도쿄 여행을 계획할 정도니 말이다. :) 조금 아쉬운 점은 당시에는 시부야랑 신주쿠 쪽에서만 놀았다는 점인데, 다음에는 조금 더 다양한 곳에서 놀고 올 생각이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여행을 미리 계획하지 못 해서 더 비싼 비용으로 다녀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2024년은 아예 두번의 해외 여행을 다녀오기로 아내랑 어느 정도 얘기를 마무리 했고, 미리 항공권을 좀 사놓으려고 한다. 그래야 좀 더 적은 돈으로 다녀오지 싶어서.

Head of Product 역할을 해낸 것

사실 100% 다 잘 해낸 것도 아니고, 충분히 전문성을 잘 발휘한 것도 아니긴 해서 아쉬운게 더 크다. 선택과 집중을 잘 한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방향으로, 어떤 태도로, 어떤 리듬으로 접근해야 할지는 잘 알게 되어서 2024년은 하나씩 해내는게 중요한 것 같다.

특히나 제품의 방향을 정리하는 스토리 텔링은 처음 해봤는데, 이제 그 수준을 더 높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고 1월에는 그 일을 제대로 해내보려고 한다. 제품을 관리하는 일은 꽤 오래 했지만 전체 제품을 다 관리하고 방향을 잡았던 적은 처음이라 모두 다 낯설고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 그래도 동료들을 믿고, 혼자서만 잘 해내려고 하기보다는 함께 협력하여 잘 해보려고 한다. 특히 AC2 레벨 2가 마침 오픈되니 2024년은 AC2 커뮤니티의 도움도 다시 얻어볼까 한다. :)

건강 관리

2023년은 건강을 꽤나 잘 관리하다가 마지막에 좀 무너졌던 해였다. 일이 많아서 무너진 것도 있지만, 시간 관리를 잘 못 했던 점이 꽤나 컸다.

그래도 중반까지는 리듬이 꽤 좋았는데, 일단 꾸준한 근력 운동, 그리고 꾸준한 식이 요법이 분명히 효과를 거두긴 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1월 1일부터 바로 진행을 해보려고 하고 이미 방향도 잘 정리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디 내년에는 희망하는 체중까지 잘 가고, 혈당/혈압 모두 관리가 잘 되길 바란다.

2023년을 마무리하며..

사실 올해는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이고, 그 변화에 잘 적응하기도 했고, 아쉬운 적응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Phase 2가 시작된 느낌이어서 좀 색다른 느낌이 들었던 한해였다. 내년의 OKR은 슬슬 정리하고 있어서 내일은 그것만 하루 종일 고민하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올해는 잘 마무리 했으니..내년도 잘 시작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모두 다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길.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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