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력'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좋아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내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문제'라고 한다면 과장이라 할 수 있다. 누구 뭐라 해도 전달력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리는 능력이다. 전달력을 향상시키면 오해와 상처 없는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종종 '단호하다'는 평을 듣는데, 그다지 불쾌하지 않다. 오해나 혼란의 여지가 없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친절함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명확하고 단호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나중에 후회와 자책감이 밀려온다면 결국 자기 자신을 탓하게 된다. 머릿속에는 존재했지만,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쌓였던 것 같다. 이러한 후회를 줄이기 위해 유연성 강화 스터디에서의 목표를 전달력 향상으로 정했다.
레벨 1에서 전달력을 기르기 위해 진행한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데일리 미팅 시간을 활용하여 '나'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우테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발표는 더욱 의미가 있었다. 자신을 소개함으로써 크루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면서도, 나의 소중한 경험들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발표를 마치고 팀원들에게 전달력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는데, 대체로 평이 좋았다. 내 스스로도 이전보다 발표의 전달력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다른 발표 기회가 있으면 그 기회를 꼭 잡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리뷰어를 논리적으로 설득했다.
팀원의 리뷰를 읽다가 static에 대한 내 의견과 사뭇 다른 리뷰가 있었다. 이 리뷰는 다른 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었다. 나의 담당 리뷰어는 아니었지만, 내 의견으로 한번 설득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Slack DM을 통해 아래와 같이 전송했다.
답장은 아래와 같이 왔다.

설득은 했지만, 내가 기대한 답장은 아니었다. 찜찜함을 느끼며 솔라와 고민한 결과, 아쉬웠던 점은 내가 의견을 전달한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담당 리뷰어도 아니었는데 공백 포함 3500자인 DM 메시지를 받으면 리뷰어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들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견 공유에 있어 상대방과의 친분을 쌓는 과정(네트워크에서의 TCP 3-way-handshake와 유사한?)이 먼저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달력에도 심리적 친밀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페어 프로그래밍을 진행하면서 "왜?"를 정말 많이 물었던 것 같다.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두 가지다. 먼저, 쉬웠던 개념도 "왜?"를 통해 내가 정말 아는 개념인지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머릿속에 있는 개념을 말로 풀어서 전달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부족한 점에 대해 더 잘 파악했다.

질문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질문을 통해 레벨 1에서의 기본 개념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경쟁력과 능력보다는 대화와 협동이 더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똑똑한 엔지니어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화할 수 없고 협동할 수 없다면 절대로 조직 안에서 성공할 수 없다. 심지어 나는 그 똑똑한 엔지니어도 아니기에 최선의 전달력을 발휘해 협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내가 계속 읽고, 쓰고, 말하는 연습을 이어가는 이유다. 전달력은 나를 지키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