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개발자가 되겠다고 공부를 시작했고, 3개월 간의 부트캠프 생활도 끝이 났다.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너무나 많은 정보가 머리 속에 들어왔기 때문에 중간에 너무 힘든 적도 있었고, 아직도 알아야 할 것과 해야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에 그저 막막하기도 하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각오했던 일이고 지금까지도 그만둘 생각은 없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할 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만 하기에도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트캠프에서 보낸 지난 3개월을 돌아보고, 이제는 개발자로의 취업을 위해 혼자 나아가기 위해 느낀 것과 앞으로의 방향을 정리해볼까 한다.
전 직장에서 어느 순간부터 칭찬을 받아도 '일을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특히 그곳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싫어하는 것과 내 가치관에 맞지 않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잘 해내야 하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졌다.
사실 나는 일 자체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고, 누군가에게 잘 보여서 인정 받으려고 하는 욕심은 더더욱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업무 평가를 피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럴 때는 밑천이 드러나더라도 나의 성과에 대해 깔끔하게 평가받고, 보완점을 파악해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개발자라는 직업은 '비교적 젊고 유연한 분위기', '냉혹하지만 깔끔한 역량 평가' 등의 특징 때문에 내 생각과 부합하는 점이 많았고,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자 하는 나의 막연한 작은 욕망과도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다.
큰돈을 들여 부트캠프를 가기로 결정했을 때 '3개월 동안 커리큘럼을 잘 쫓아갈 수 있을까?',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등 여러 걱정이 앞섰다. 지금 생각해 봐도 지난 3개월은 재밌었지만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고, 위의 궁금증이 100% 해소됐다고 말하기엔 어렵다. 그래도 분명히 느끼고 배운 것들이 있기에 하나하나 곱씹어 보고자 한다.
- '소통'의 중요성
부트캠프에서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소통'의 중요성을 외쳤다. 그 정도까지 할 일인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왜 그런건지 이해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떻게 하면 소통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개발 업무 측면에서는 프론트-백 서로의 담당 파트, 구현 기능과 범위, 주고 받는 데이터의 종류와 key name 등을 세세하게 정의해야 불필요한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는 전체 업무 속도와 데드라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모두가 신경써야 한다. 그래서 'POSTMAN' 이나 'swagger' 등의 툴을 사용해서 API를 문서화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개발 외적으로는 어느 직무에서나 그렇겠지만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업무 매너는 차치하더라도 개발자 간 성향이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최소한의 존중이 밑바탕이 돼야 하고, 프로젝트 기간 동안은 계속 같이할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아야 끝까지 으쌰으쌰 하면서 마무리할 수 있다.
- 개발 공부 방법
부트캠프 처음 한 달 동안 가장 힘들었던 부분인 것 같다. 다른 공부처럼 이해가 안가는 부분을 먼저 공부하고 실습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은 흐르고 진전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구글과 멘토님들이 일단 구현해 보면 조금씩 알게 될 거라고 해서 내키진 않지만 그렇게 공부를 시작해봤는데 조금씩 나아가는 느낌을 받아서 계속 그렇게 해보는 중이다.
이 방법은 뭔가 일단 부딪혀 보는 성향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차분하게 하나씩 준비하는 내 스타일과는 달라서 충분히 도전해 볼 만 하고, 업무 외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 적응에 능한 개발자
기술 스택은 한정적이고, 경험은 부족한 개발자로서의 큰 장점은 새로운 능력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는 개발자의 특성상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환경과 기술을 익힐 최적의 순간이 아닌가 싶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은 키우면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한다면 향후에 이직을 해도 적응 기간을 줄여 기업에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소통이 원활한 개발자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소통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상대방의 의견은 어떤지 잘 듣고, 내 생각을 표현하고,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합의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파트너와 작업할 내용을 사전에 최대한 깊고, 세세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개발 기간 중 발생하는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소통이 원활한 개발자라면 다시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취업 준비 기간이 어느 정도 될 지 알 수는 없지만, 오늘 정리한 내용들을 잊지 않고 지금 내게 필요한 부분들을 하나씩 채운다면 목표하는 기간 안에 원하는 곳에서 일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만큼 항상 겸손하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로 공부해야겠다. 같이 고생한 동기들에게도 얼른 좋은 소식들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