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즈음 회사 동료로부터 선물받은 책이 있는데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책장에 고이 모셔두다가 몇 일 전에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마저 읽게 되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자기개발서이다. 나는 평소 개발 관련 서적이나 소설책을 제외하고는 책을 잘 읽지 않는다. 특히 자기개발서는 “이렇게 해야 발전한다, “저렇게 해야 성공한다” 하는 식이어서 막연하게 느껴지고 공감하기가 어려워 읽는 도중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내가 아직 좋은 자기개발서를 읽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 덕분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선물 받았으니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한몫했다.)
책 제목에도 커다랗게 등장하듯이 책은 Why(왜)라는 단어를 거듭하여 강조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What)을 어떻게(How)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지만 왜 해야되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왜 하느냐는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누군가에게 왜 하느냐라는 질문도 쉽게 할 수가 없다. ‘왜’라는 질문은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Why는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그 당위성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극제 역할을 한다.
애플이라는 기업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컴퓨팅 기술은 주로 비즈니스를 위한 도구(기업을 위한 도구)로 여겨졌고 평범한 개인이 사용하기에 너무나 사용법이 복잡했고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고가였다. 워즈니악은 돈에 휘둘리지 않고 이 기술을 통해 이루어야 할 숭고한 목표를 마음속에 그렸다. 그는 PC를 보잘것없는 개인들이 거대 기업에 대항해 비즈니스에 진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보았다. PC만 있다면 자본과 파워로 무장한 거대 기업만 할 수 있었던 일에 개인들 모두가 평등하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워즈니악의 Why였다. 왜 PC를 만들어야 하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고 워즈니악은 해내고 말았다. 물론 무슨 일(What)이 필요한지 정확히 포착해내는 잡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에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조종(Manipulation)이고 두 번째는 영감(Inpiration)이다. 가격 인하, 프로모션, 두려움, 집단 압박, 욕구를 자극하는 메시지 등은 조종 전략이고 구매, 후원, 투표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들이다. 회사든 정당이든 그 어떤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조직이든, 상대가 굳이 나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지 못할 때 이 조종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다. 그리고 조종은 매우 가시적인 결과를 보장하는 효과적인 방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을 지속해서 사용하게 되면 점점 상대방은 무감각해지고 결국엔 신뢰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영감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된다. 왜 사야하고 왜 뽑아야 하는지 이유가 명확해지면 가격 인하, 프로모션 없이도 구매하게 되고 집단 심리, 포퓰리즘이 아니더라도 뽑게 된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난잡한 프로모션 팝업 대신 매력적으로 표현된 제품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애플이 추구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바보라서 영감 대신 조종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영감을 불어 넣는 일은 쉽지 않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월마트 사례이다. 다소 이상적이고 형식적이게 들릴 수 있겠지만 월마트의 창업자 월튼은 인류에게 봉사하기 위해 월마트를 설립했다고 한다. 월마트는 저가로 제품을 공급할 능력이 있는 유일한 소매점도 아니었다. 가격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어렵다. 월마트는 저가에만 생각을 가두어놓지 않았다고 한다. 월튼을 추진시킨 힘은 더 깊이 있는 목적과 대의와 믿음이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월튼은 사람을 믿었고 자신이 사람들(직원, 고객, 지역사회)을 돌보고 살핀다면 사람들도 자신에게 마찬가지로 대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종업원과 고객과 지역사회에 월마트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수록 종업원과 고객과 지역사회는 월마트에게 되돌려줄 거라고 믿었다. 서비스와 봉사는 한 차원 높은 대의명분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모가 뛰어난 경우도 있고 능력이 특출난 경우도 있으며 돈이 많아 잘 베푸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앞선 경우보다 성격이 밝고 선향 영향을 주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사람 뿐만 아니라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