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닷넷 아쎄이들이 없는 이유

Composite·2022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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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나도 닷넷 떠난지 꽤 됐네.
물론 닷넷을 완전히 떠난 건 아니다.
근데 한가지 확실한 거 하나 있다.
이건 내가 최근에 닷넷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건데...

닷넷 아쎄이들이 없다.

어쩔 수 없다. 왜인지는 이미 이유가 나와 있다.

수요 부족

먼저, 닷넷을 쓰는 회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당장에, 닷넷을 쓰는 곳만 닷넷을 쓰지, 신규로 닷넷을 쓴다? 아주 드문 일이다.
물론 닷넷코어가 나오다보니 닷넷 쓴 스타트업 나오면 에반젤리스트들이 알아서 대서특필(?) 해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데 이는 후술하도록 하겠다.

닷넷을 쓰는 대표적 국내 기업은, 옥션, 지마켓같은 대형 오픈마켓이 있고,
그리고 잡코리아같은 구인구직 사이트 등...
그리고 한국에 영업 중인 절반 이상의 외국계 기업에서 사용 중이며,
카카오를 등에 업은 전자쿠폰 발행사도 닷넷 쓴다. (그때 나도 비슷한 업무를 다른 회사에서 했다.)

삼성, LG, 현대 등의 대기업도 닷넷을 쓴다.

뭐? 자바밖에 모르는 바보들이 모인 대기업에서도 닷넷 쓴다고?
대체 왜지? 이 또한 후술하도록 하겠다.

일단, 닷넷 쓰는 기업들은 엄청 한정적이다. 인력 풀이 줄 수밖에 없다. 당장에는.
닷넷을 요하는 개발 과제와 프로젝트는 꽤 한정적이다.
대규모라고 해봐야 현재 운영 중인 사이트에 대한 유지 보수가 전부다.
이렇게 한정적인 프로젝트에서 당연히 요구하는 인력은... 별로 없다.

하지만 아쎄이들이 닷넷을 주저하게 만드는 건 이런 시장보다는 더한 게 있다.

당시 자비없는 비용

전자정부프레임워크가 나타나기 전에는, 공공과 대기업 프로젝트에 닷넷 점유율이 상당했다.
하지만 이는 발주사인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크나큰 혈세 낭비로 많은 지적을 받았다.
사실 전자정부프레임워크를 만들게 한 커다란 요인이 바로 이 닷넷인 셈이다.

당시 닷넷이 왜 그러냐. 왜 이보다 더 심한 SAP이 떡하니 지금 시장을 잘 먹고 있는데도
정작 닷넷이 뒤지게 맞았냐...

일단 SAP은 분야가 딱 정해져 있고, 이에 대한 노하우와 풀이 풍족하다.
이들 개발자들은 인서울은 기본인 명문 대학에 졸업하고도 수백만원 주고 배운 기술로 개발자 중 일단 우리가 보기엔 꽤 고급 인력이다.
그렇다 보니 10년 전에는 다른 개발자들보다 배 이상의 단가를 챙길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뭐 심각하진 않지만 배 이상은 아니고 근소하게 많이 가져가기는 한데...

하지만 닷넷은 어떤 분야든 수용할 수 있었다. 쇼핑몰, 백오피스, 그냥 단순한 사이트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개발하기엔 비용이 만만찮다.
먼저, 당시에는 비주얼 스튜디오가 닷넷 웹 개발이 가능한 무료 버전이 없었다.
Express 버전이 있었지만 너무나 부족한 기능으로 아무도 안 쓴다.
당시 1카피만 해도 60만원 이상이나 호가했던 개발 도구다.
겨우 웹 개발 하나 하려고 개발자 수만큼의 카피를 구매해야 했다.
비주얼 스튜디오는 알다시피 웹 뿐만 아니라 온갖 닷넷과 네이티브를 모두 개발할 수 있는 통합 개발 도구다.
하지만 젯브레인처럼 특정 개발 도구에 대한 라이선스를 관리하지 않고 그저 단순히 소프트웨어 자체의 라이선스만 존재한다.
젯브레인으로 치자면 All Products Pack 만 판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이런 개발 도구부터 비용이 자비가 없다.
게다가 지금은 비주얼 스튜디오 맥 버전 나왔지만, (으휴 애미없는 자마린)
당시엔 비주얼 스튜디오는 윈도우에서만 돌아갔으니, 윈도우 라이선스도 당연히 포함.
그리고 그때당시 닷넷 코어 따윈 없었고 윈도우에서만 돌아갈 수 있는데,
윈도우 서버를 사야 한다. 그래야 IIS 를 통해 닷넷 웹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 윈도우 라이선스가 한두푼이냐? Standard 만 해도 몇백 넘는다.

이게 공공기관에도 예산낭비 지적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다 보니 결국 생각해냈다.
어? 자바 공짜네? 어? 스프링도 공짜네? 그럼 이걸로 전자정부프레임워크 만들어 공짜로 배포하면서 이걸로 통일하자.

이래서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가 탄생한 것이다.
전자정부 이전에도 자바 시장은 꽤 컸다. 전자정부가 탄생하기 전만 해도, 닷넷과 자바의 자강두천 시절이었다.
그 외의 언어는 지금 보면 정말 인상 찌푸려질 정도로 인종차별 그 이상을 보여준 개발 언어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이런 시장에 딱 나타난 전자정부가 "이제부터 우린 전자정부를 위시한 자바만 받는다. 왜냐? 자바 공짜, 스프링 공짜니까! 예산 절약 개꿀!"
이렇게 나서서 강제하니, 닷넷 시장은 엄청나게 위축된 것이다.
공공부터 자바만 하게 되니 대기업도 가만히 있으랴? 거의 모든 기업이 따라한 것이다.
네이버도, 다음도 얄짤없다. 따라갈 수밖에 없고 이게 지금까지 고착화된 것이다.
마소가 이걸 막을 수 있을까? 아니, 막을 이유는 없다.
왜냐면 서버 시장 포기해도 어자피 프로젝트 개발할 때 너희들 윈도우 안 쓰니?
딱히 아쉬울 게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렇게 닷넷을 믿었던 닷넷 시니어 개발자들은 마소와 정부, 시장의 3단 뒤통수를 거하게 맞고,
결국 자바로 등을 돌리고, 닷넷을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로 인해 인색해진 시니어 개발자들

닷넷 하다 자바 하는 개발자가 꽤 있을 것이다. 특히 SI 개발자들. 이들에게 절대 닷넷 얘기는 꺼내지 마라.
특히 닷넷 근황같은 거 꺼내지 마라. 닷넷 얘기만 들어도 온 몸에 소름 쫙 돋으며 당신을 멀리할 생각밖에 안할 것이다.
닷넷 코어로 이제 리눅스 돌릴 수 있다느니 이제 완전히 오픈소스라느니... 다 그들에게는 의미없는 얘기다.
왜냐, 이미 떠났고, 더 이상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심지어 완전히 닷넷이란 언어가 사라지길 바라는 개발자들이다.
그러면서 자바를 칭송하고, 자바를 경배하며, 다른 언어에게까지 인색해지기도 한다. 특히 자바스크립트.

그들도 당연히 대학을 나왔으니,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조언도 해줄 것이다.
물론 SI 뿐 만 아니라 솔루션이나 패키지 기업 등 다양한 개발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시절을 겪은 개발자들. 특히 40대 이상의 개발자들.
이들은 이런 암흑기를 뚫고 살아남은 개발자들인데,
이들에게 닷넷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소식 관심없다. 그저 혐오 뿐이다.

이유는 내가 위에 설명한 대로다.

하지만 이래도 살아남은 소수 닷넷 고급 개발자들이 있다.
하지만 고급밖에 없고, 수요도 별로, 공급도 별로다.

이제 곧 사라질 수요

요즘 대한민국 시장에 닷넷을 요하는 개발분야를 보면, 닷넷 7 나온 건 그냥 먼 나라 소식일 뿐이다.
지금 닷넷 개발자를 구한다면, 십중팔구 그룹웨어다.
쉐어포인트 알지? 그거 기반 유지보수다.
아직 대기업 그룹웨어는 닷넷이 잡고 있는데, 윈도우를 쓰기 때문이다.
윈도우를 통해 직원들에 대한 보안 통제 등의 여러 사내 통합 시스템 중 가장 쉬운 게 현재 그거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뿐 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단지, 너희들이 대기업 정직원일 때 메일이나 이런 사내 시스템 들어가보면 그렇게 안보일 뿐이다.
닷넷은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단지 최신 버전이 4.5 (윈도우 10 기준)라는 것 뿐.
쉐어포인트는 시스템에 깔린 기본 닷넷 버전을 취급하기 때문에 닷넷 코어 따위는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조차 이제 점점 비용 절약을 위해 없어지는 추세다.
그룹웨어와 사내 통제를 자체 개발하거나, 국내 기업이 국내 실정에 맞는 솔루션을 팔고 있기 때문에,
이 기반 개발하는데 닷넷의 점유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에 없어지지는 않지만, 대기업들은 이미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조차 사라지만 닷넷 시장의 남은 수요는 그저 기존 시장의 유지보수 뿐만 남게 되거나,
아니면 닷넷을 요하는 해외로 진출하는 것 뿐이다.
한국은 끝났다는 거다.

아쎄이 개발자들에게

개발자 꿈을 안고 가는 예비 개발자나 갓 시작한 아쎄이 개발자도 이 글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한가지 조언하겠다.
난 닷넷 하지 말라고 안 한다. 하고싶으면 하라.
그저 시장과 분야에서 당신에게 가장 알맞은 언어를 파라. 그게 다다.
요즘 딥러닝과 인공지능이 대세라지만, 아닌 개발자가 있을 수 있다.
난 디자인에도 자신있어서 프론트하고싶어할 것이고,
난 데이터 분석에 재능이 있어서 데이터 사이언스에 뛰어들 것이다.

그저 거기에 흠뻑 젖으면 된다. 그게 다다.
개발자는 실력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아무리 인맥 좋다느니 돈 많아서 어디든 투자 가능하다느니,
아무리 좋은 곳에 가도 다른 개발자들에게 인정 못받으면,
아무리 인맥이 커버 쳐준다 해도 한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맥들이 너때문에 리스크 안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좋은 곳에 꽂아 줬으면, 반드시 실력으로 보답하라.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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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개발자

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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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3일

방산도 MFC와 닷넷에서 구해주세요...ㅠ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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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5일

자마린한테 가혹하네 ㅋㅋ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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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1일

당시에는 가혹한 시절이었지만 글로만 보니 재밌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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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9일

너무 공감가는 글입니다. 저도 후배들한테 이런얘기 많이 했었던… ㅎㅎ 저도 닷넷으로 시작했다가 5년차쯤에 뭔가 깔쌈한 기업으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취업시장을 슥 살펴보니 자바로 시장이 잠식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대충 자바프로젝트 몇개 하면서 가라 이력서로 요즘 mz들이 선호하는 기업으로 운좋게 넘어왔습니다.

최근에 교수님이 졸업하는 후배들한테 얘기좀 해달라고해서 이런 저런 얘기들 해줬는데, 결론은 일단 자바 해~ 니 하고 싶은거 자바 하고나서 해도 돼~ 라고 했었는데요

젊은 친구들이 선호하는(물론 저도 선호하는) 기업들 채용공고를 보면 java가 기본이니.. 일단 닥치고 java나 해~ 라고 말할수밖에 없는 현실인거 같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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