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브레인 패스파인더] 패스파인더 후기

dev2820·2022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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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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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 활동은 2월 마지막날을 기점으로 종료되었는데 개학하고 어찌저찌하다 보니 패스파인더 후기를 이제서야 적는다.

한 줄 평을 적자면 이렇다.

실패와 성장

개발자로써도, 기획자로써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패한 기획이 개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뼈저리게 느꼈다. 배운 점을 새자면 너무 많다.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배운 점으로 나누어서 적어보겠다.

좋았던 점

애자일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

먼저 패스파인더 활동을 하며 진행한 프로젝트는 스크럼 방식으로 돌아가도록 고정되어 있다. 또한 애자일 코치들이 팀에 붙어서 스프린트 플래닝 할 때, 회고할 때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주는데 현업에서의 애자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그동안 글로 배운 애자일은 두리뭉실했다. "애자일이 뭔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프로젝트에 적용하는데?"라는 물음에 막혀있던 나에게 "애자일은 이런 것이다!"를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현업자 피드백

카카오 브레인의 훌륭한 프로젝트 매니저와 훌륭한 애자일 코치들이 직접 알려주는 피드백은 정말로 좋았다. 애자일에 대해 배운 것 외에도, 이런저런 궁금한 점들을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멋진 팀원들

패스파인더에 합격하고 다른 합격자분들을 둘러보는데 좀 경악했다. 스타트업하다 온 사람들, 무슨 연합동아리 활동하던 사람들, 프로젝트 이력이 화려한 사람들 등등. 너무너무 훌륭한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어쩌다 여기 붙었지? 나는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멋있고 훌륭한 팀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코드를 볼 기회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너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월급

카카오 브레인이 주는 인턴비는 정말... 정말 좋았다. 인턴비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거금이었다. 월급 스팀팩을 받은 느낌이다. 학생이라 돈을 번다는 게 생소했는데, 내가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코드를 짜는 모든 게 돈을 버는 일이라 생각하니 느낌이 달랐다. 솔직히 인턴비만 보고 활동해도 좋을 수준이었다.

그 밖에도 koGPT를 마구 써볼 수 있었다는 점과 출시하고 UX까지 확인해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있었지만 그런 점들은 패스파인더에서 크게 의도했다고 생각되진 않아 언급만 하고 넘어가겠다.

아쉬웠던 점

기획 실패가 가져온 야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느 정도 실패가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실패한 기획이 개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배웠으면 했던 걸지도?

패스파인더 활동은 개발자 4명이 모여 조를 이루고 기획부터 개발, 출시까지 모두 해야 하는데, 팀을 정하고 기획을 새우는데 1주일이 주어졌다.

뭘 만들지 준비되어 있다면 모르겠지만, 갑자기 1주일의 시간을 주고 기획을 새워보라는 주문은 개발자들(특히 주니어들) 에겐 좀 벅찼다. 나와 내 팀원들의 능력 부족이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기획 공부를 하지 않고 1주일 동안 제대로 된 기획을 세워오긴 보통 사람들에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 팀에선 기획이 제대로 새워지지 못해서 개발 과정이 2배로 어려워졌다. 뚜렷하지 않은 타겟과 목표 때문에 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게 결국 퇴근 시간 이후에도 코드를 작성하게 된 주요 원인이라 생각한다. 패스파인더 활동 중엔 다들 퇴근하고 개발하길래 '아! 2달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제대로된 기획을 새우지 못해 2달이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디자이너의 부재

앞서 말했듯, 개발자 4인 팀으로 기획부터 출시까지 진행한다. 따라서 디자인도 직접 했어야 했는데, 개발 외에 디자인 소스 관리에 시간을 뺏겨서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물론, 패스파인더 운영진 측에서도 디자인을 중요하게 보진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출시를 생각한다면 디자인은 너무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좋은 기능이어도 UI/UX를 어떻게 설계했냐에 따라서 아예 쓰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결국 컴포넌트 개발을 맡은 내가 디자인도 해야 했는데, 개발하러 와서 디자이너로 취직한 느낌을 받아서 좀 별로였다. 물론, 배운 점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기획의 실패가 디자인에 가는 시간을 배로 늘린 점도 있다.

그 외에 GCP 그래픽카드 할당이 안되어 몇몇 팀들이 배포할때 GCP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좀 있었는데, 그건 GCP 잘못인게 크니까 패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개발자의 한계도 개발자들이 극복했어야 했던 점이 아쉬웠다. 물론, 좋은 개발자는 기획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좋은 FE 개발자는 UI/UX를 잘 설계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정도의 역량을 갖추기엔 우린 너무 어렸다.

배운 점

먼저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좀 적어야 배운 점들에 공감이 갈 것 같다. 나는 개발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정확히는 내 의도가 개입되어 움직이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그때그때 관심사가 달라진다. '상상 속의 재미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BE, FE, 기획, 디자인 등등 가리지 않고 찍먹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렇다고 다 잘하는 슈퍼 인간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패스파인더 활동은 너무 좋은 기회였다. 기획자로써도 성장할 기회였고, 책 읽어가며 공부한 디자인을 직접 적용해 사람들에게 보여줄 좋은 기회였다.

기획자로써 배운 점

그래도 나는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것보단 기획자로써 배운 점이 더 큰 것 같다. 특히 훌륭한 프로젝트 매니저의 피드백은 그동안 내가 개발해온 방식에 큰 깨달음도 주었다.

타겟 쪼개기

타겟을 명확히 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그동안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이런 걸 만들면 이렇게 쓸 수 있고 좋을 것 같은데?" 정도가 프로젝트 기획의 전부였었다. 물론 진지하게 사업 구상을 한 기획은 아니었지만, '누가 어떻게 쓸까. 유저가 느끼는 페인 포인트는 뭐지? 시장에 나온 앱들은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을까?'처럼 타깃층에 대한 깊은 분석은 해보지 않았다. 타겟이 모호해지니, 만들려는 서비스의 목적도 애매해졌다.

유저의 페인 포인트가 명확해지면 다시 이 서비스가 필요 없는 유저들이 보이고, 페인 포인트가 더욱 명확해져 목적이 뚜렷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슬프게도 패스파인더 활동이 중턱을 넘어갈 즘에야 이를 깨달았고, 되돌릴 수 없었다.

문어발식 기획은 최악이다

타겟 쪼개기에서 받은 영향이기도 한데, 타겟이 애매해지니 좋은 것 같은 기능은 이거저거 다 달게 됐다. 좋은 것 같은 기능을 전부 다 달기 위해 새로운 페이지들을 미친 듯이 찍어내고, 새로운 페이지들마다 또 디자인을 했어야 했으니 2달간 야근의 행군을 이어가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멍청한 짓이었다. 디자이너가 없는걸 알면서도 늘어나는 페이지들을 꾸역꾸역 소화해냈으니. 사실 프로젝트 중반쯤 '문어발식 기획,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의문을 품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여러 개의 기능이 달린 문어 같은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너무 허망한 결과였다.

반대로 말하면 뭔가 문어발 같은 기획이 나오고 있다면 현재 기획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타이밍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종합하면, 그동안 기획이랍시고 했던 기획은 대충 종이 씹어먹고 배출한 염소똥 같은 거였다. 가설을 새우고 진짜 그럴까? 왜 그럴까?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며 기획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도 깨달은 게 있는 게 어딘가? 실패라는 이름의 어머니라도 생긴 걸로 감지덕지하다.

개발자로써 배운 점

망한 기획이 개발에 주는 영향

앞서 언급한 대로 디자인에 들어가는 시간을 빼더라도, 같은 원리로 개발도 테스트도 배로 늘어난다. 이곳저곳 코드가 흩뿌려지니, 양질의 아키텍처가 나오지 않고, 코드를 통폐합하기 위한 시간이 추가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인력과 시간을 빨아먹는 괴물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쓸데없이 방대해진 코드는 유지 보수도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 잘못된 기획은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에, 앞으로 기획안을 보며 개발 시간을 산정하는데 추가적인 위험이나 비용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리팩토링 타이밍

이건 애자일 코치로부터 배운 건데, 되게 별거 아닌 대답이었는데 뭔가 마음에 확 와닿았던 점이다.

나: "리팩토링은 언제 하는게 좋나요?"
코치: "리팩토링 해야 하는 부분이 보이면 바로 하세요. 뭐, 코드 리뷰할 때 코드에 리팩토링 해야겠다 싶은 부분이 보이면 바로 하면 좋습니다"

이 대답이 별거 아닌데 참 좋았다. 그 말에 항상 코드의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 바보 같은 질문을 한 것 같기도 했고, 가려운 곳이 시원해진 느낌이라 좋았다.

마치며

결론적으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는 2달이었다. 거기에 돈도 받고 ㅎㅎ

만약 패스파인더 2기, 3기가 계속 이어지게 되고, 이 글을 보는 당신이 패스파인더에 지원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 개발에 미친놈이면 무조건 지원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높은 확률로 실패한 기획을 쥐고 고군분투할 테니 체력적으로 몹시 힘들 수 있다. 본인 스스로 그만큼의 열정이 없다면 2달의 시간이 너무 괴로울 수 있다. 물론 힘든 만큼 배우는 점은 많을 것이다. 특히 주니어 개발자라면. 나도 그 괴로움 끝에 배우는 걸 즐기는 변태이기 때문에 패스파인더 활동을 충분히 즐겼고, 추천한다. 확실한 건, 주니어에겐 최고의 성장기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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