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4년차 로펌비서인 나는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나에게 의지를 다지기위해,
또 미래의 내가 초심을 잃지 않도록 진솔하게 적어보는 글.
경영학도인 나는 대부분의 문과생들이 그렇듯 졸업반이 되자 대기업의 상대적으로 티오가 많은 직무(ex.영업관리)에 벌떼같이 지원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알게 된 직업, 로펌비서
수 년간 내 일정을 관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에 큰 고민없이 나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우선 취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고, 주변의 잘어울린단 말도 한 몫했다.)
그 날 바로 대형로펌의 비서직 공고에 지원했고, 운좋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3개월이란 짧은 취업준비 후 취업에 성공했다. 당시 나는 학교 수업과 아르바이트, 제2외국어학원, 취준을 병행하며 하루에 2~3시간의 수면시간으로 버텨왔기에 최종합격을 한 순간 이제 고생은 끝났구나, 이 곳에 뼈를 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험생 때에는 학과보다 대학 간판(+인서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취준생 때에는 직무보다 크고 좋은 회사를 들어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대로 직무보다 회사를 보고 들어간 첫 직장.
남들이 알아주는 큰 규모의 조직 속에서 만족스러운 연봉과 워라밸, 안정성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또 부모님의 뿌듯한 표정에) 취업 후 1년은 그저 감사히 적응하며 보냈다.
그렇게 2년 차가 되고 나를 붕 뜨게 만들었던 거품이 걷히기 시작했다.
마냥 감사하던 마음이 어긋나며 진로 고민을 곁들인 오춘기가 찾아온 것.
스스로를 성취주의자라고 칭할 만큼 계획을 세우고 성취하는 것에 큰 기쁨과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나인데, 직무 특성상 업무적으로 성취감을 전혀 얻을 수 없었다. 상사의 일정과 업무 자료, 실적을 관리하고, 상사의 눈치를 보며 읽지않은 메일을 리마인더하고.. '나' 자신이 없는 서포터로서의 업무에 가지고있던 성취감마저 빼앗기는 기분이였다.
퇴근 후 외국어학원을 다니고, 자격증 공부를 해보고, 운동을 다니며 많은 책을 읽어봤지만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나는 '일은 일, 나는 나! 퇴근 후가 내 하루의 시작이다' 싶은 사람은 아니다.
요즈음의 여론과는 조금 다르지만 직업이 자아실현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고,
일을 사랑하며 관련된 공부를 계속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삶을 꿈꿔왔다.
지금의 직업은 그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20대 중반에 찾아온 오춘기는 거진 2년동안 나를 뒤흔들었다.
맞지않는 직업으로 하루 대부분을 보내며 마음이 조금씩 병들어 갔고,
이내 내 자신이 깎여나가는 기분이 들자 커리어 전환을 결심했다.
내게 개발자는 그 과정은 다소 고통스러울지라도 기능이 구현되었을 때 짜릿한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을 가져다주고, 공부하는 만큼 내 실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직업이고, 이는 내 성향 및 직업관과 일치한다고 생각해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경영학도인 내가 개발자란 직업을 알게 된 건 영화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래, 나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 란 생각이 든건 아니다. 앞서 말한 내 성향과 직업관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직업을 리스트업해 소거법으로 골라냈다. 이 과정은 2년 정도 걸렸다. 추가로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5개월 가량 생활코딩, 스파르타코딩클럽, 노마드코더 등의 온라인 강의를 통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공부를 하며 느낀 것
오타 하나에서 비롯된 에러에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고 (a.k.a. 삽질), 새로운 기능을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 몇 시간을 구글링하는 작업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코드가 실현되어 원하던 화면이 출력될 때의 짜릿함은 처음 느껴보는 신선한 성취감이였고, 그 동안의 고생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이미 가져왔던 것을 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힘든 길을 걸어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의 힘듦보다 내가 느낄 자기효능감, 만족감이 더 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하다)
지금도 짬짬이 공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커리어 전환을 시작하는 시점은 퇴사 후 시작할 8월의 부트캠프 개강일로 생각하고 있다.
남은 2개월동안 내가 할 수 있는만큼 탄탄하게 Web, HTML, CSS, JS의 기초를 다지고, 잘 버틸 수 있게 기초 체력도 향상시키려 한다.(제일 어려운 것..🏃♀️)
무엇보다 내가 왜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결심했는지에 대한 확신을 다져갈 예정이다. (이 포스팅도 그 과정의 일환이다)
멋진 결심, 응원합니다!! 판교길만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