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개발자의 연봉이 어마어마 하다는건 모두들 익히 들어서 알고있는 사실이다. 근데 많이 번다고만 하지 속시원하게 누구하나 정확히 얼마다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직급별 천차만별이고 사람따라 다르고 그래 그건 그렇다고 쳐도 그래서 평균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연봉이 얼마냐고?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일단 미국 빅테크기업의 연봉에 대해서 알아보려면 우리가 흔히 연봉이라고 부르는 것에 무엇이 포함되는지를 알아야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연봉은 크게 세파트로 나뉘어져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연봉으로 회사를 짤리지않고 계속 다니면서 숨만쉬고있으면 약속된 날짜에 꼬박 꼬박 받는게 베이스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월급 이 여기에 해당된다. 급여가 나오는 날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미국은 보통 2주급 개념을 많이 사용한다. 회사에 따라서 월급제인 회사도 있긴한데 매우 드물고 보통 2주이거나 한달에 2번 (1일, 15일) 또는 극단적으로는 정말 주급(매주 금요일)으로 받는경우도 있다.
처음 입사를 할때 협상을 거쳐 보통 4년동안 나눠서 받을 주식의 총 갯수를 미리 확정받게되는데 이걸 RSU라고 한다. 처음부터 주식 갯수를 정해주거나 아니면 달러가치로 정해주고 입사 후 1달째에 전달 주식의 일평균 가격으로 주식 갯수를 확정하는 식으로 결정한다. 확정받은 주식을 매년 1회 1/4씩 나눠서 지급하거나 처음 1회는 1년에 한번, 다음부터는 3개월에 한 번씩 이런식으로 받게되는데 얼마나 자주 줄지는 회사의 재량이다. 이렇게 주식을 4년동안 다 나눠받고나면 더이상 받을게 사라지게되는데 그러면 총 연봉이 줄어들게 되는걸 방지하기 위해서 매년 연봉협상때 조금씩 더 주는게 보통이다. 다만 이것도 회사 재량이라 퇴사의 기미가 보일때 준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연말 보너스는 있는회사도 있고 없는 회사도 있는데 위에 1번에서 말한 Base 연봉에서 7~10퍼센트 정도씩이라도 있는게 보통이다. 연봉협상때 주의해야하는게 Maximum Bonus가 아니라 Target Bonus를 봐야한다. Maximum은 내가 엄청나게 특출난 인재여서 회사에 엄청난 기여를 했을경우에 받을 수 있는 최대 보너스이므로 이런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반면에 Target Bonus는 특별히 문제 일으키지 않고 성실하게 일했을경우에 거의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너스이다. 적게는 5~10퍼센트 많게는 20~30퍼센트까지 있으며 보통 직급별로 퍼센티지가 정해져있으므로 협상이 불가능한 항목중 하나이다.
앞의 1번 2번 3번을 모두 합친것을 미국에서는 Total Compensation이라고 부르고 이게 우리가 이제부터 알아볼 연봉이다.
미국 개발자 고용에대한 기업들의 출혈경쟁이 심하다보니 개발자들이 이리뛰고 저리뛰어 옮겨다니면서 엄청난 데이터들이 축적됐다. 개발자라는 직업군의 특성때문인지 연봉도 오픈소스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개발자를 많이 고용하는 IT기업들에 대한 개발자들의 연봉은 더이상 비공개 정보가 아니게 돼 버렸다.
글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서 직접 다녀본 회사들만 나열하겠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1~2년정도 지났다면 Software Engineer2 정도의 레벨로 입사할 수 있다. 저 연봉은 2022년 기준의 평균이고 내가 다녔을때는 2018년도 쯤이여서 그때와는 살짝 차이가 있지만 대략적으로 맞는 것 같다.
어도비에서 제일 좋았던건 ESPP (우리사주 할인구매 프로그램)인데 6개월단위로 15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구입할 수 있다 (연간 최대 $22500까지). 다른회사들도 ESPP가 있긴 하지만 어도비의 경우 처음 구입한 가격이 2년동안 지속된다. 예를들면 입사후 6개월뒤에 주식이 100달러여서 15퍼센트 할인된 주당 85달러에 주식을 구매했다면 그 이후 2년까지 주식 가격의 상승과는 상관없이 주당 85달러에 주식을 구입할 수 있는것이다. 만약 2년사이에 주식가격이 최초 구매가격보다 내려가게 된다면 내려간 금액에서 다시 15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2년간 동결된다. 그 외에도 무제한 휴가, 5년근속시 1달 안식월 제공 등등의 복지가 있다.
이전 회사들에서 2년 4개월정도 경력을 쌓고 2019년도쯤에 시니어 레벨 바로 아래단계로 입사했다. 퇴사전에 시니어로 프로모션을 받고 나왔는데 입사당시 연봉은 저게 맞는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각 직급별로 레벨이 2단계씩 존재하기때문에 다음 직급으로 가려면 프로모션을 두번 받아야 한다.
직급별로 타겟보너스 퍼센티지가 다른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1 은 5%, 소프트웨어엔지니어2 는 10% 그리고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15% 이런식으로 5%씩 증가한다.
보너스는 베이스로 받는 월급으로 계산을 하는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2 정도만 되어도 기본 봉급이 14만~15만 달러가 넘어가기때문에 10%정도 하면 연간 1만5천달러 정도를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요즘은 조금 바뀌어가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입사 당시 RSU를 그렇게 많이 주지않고 매년 추가적으로 받는 RSU도 타 회사에 비해서 그렇게 높지 않기때문에 계속해서 연봉 상승을 이어가려면 4년뒤쯤 연봉을 다시 협상해야 하거나 다른 직장을 구해야한다. 내가 퇴사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401K라는 제도가 있어서 연봉의 일부를 노후자금을 위해서 세금공제 혜택을 받고 저축할 수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내가 저축한 금액의 50%를 매치시켜서 저축해준다. 1년에 401K에 넣을 수 있는 금액이 최대 2만달러 정도여서 추가적으로 1만달러 정도를 더 받는다고 보면 된다. 물론 다른회사들도 대부분 어느정도 매치 해주긴 하지만 최대금액이 1만달러까지 되는 경우는 잘 없다. 또한 나와 가족까지 치과, 의료, 안과 등등의 보험들을 무상으로 제공해주는것도 특징이다.
요즘 일론 머스크의 기행으로 핫한 트위터. 2021년도에 입사하여 지금 나의 현 직장이다. 트위터는 재택근무가 기본인 회사여서 미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에 직원들이 분포돼있는데 그때문에 연봉정보가 약간 부정확할 수 있다. 미국은 땅이 워낙 넓기때문에 어느 주에 거주하느냐에 따라서 생활비나 거주비가 천차만별이라 어느 지역에 주로 거주하느냐에 따라서 연봉체계도 약간씩 차이가 있기때문이다. 그래도 위에 나온 것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시니어 기준 베이스가 20만불에 근접하고 주식도 엄청 후하게 준다. (가격이 맨날 떨어져서 문제이긴 하지만) 그리고 타겟 보너스가 시니어기준 20% 이기 때문에 보너스만으로도 4만불 정도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해당 년도의 회사 퍼포먼스에 따라서 보너스가 삭감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트위터는 출퇴근을 한다면 사무실에서 엄청난 퀄리티의 음식들과 간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게 특징이다. 휴가는 당연히 무제한이고 한달에 한 번 월요일을 휴무일로 받으며 공휴일 대부분 쉰다. (미국의 경우 보통 정부기관이나 은행만 휴무를 하는 공휴일들이 더러 있다.)
처음 입사시 RSU도 많이 주는 편이지만 매년 연봉 협상때 RSU 처음 받은것에 1/4 이상을 더 얹어 주기때문에 4년뒤에도 입사당시보다 연봉이 낮아질 걱정은 없다. 내부적으로 연봉의 평균치를 수치상으로 투명하게 제공해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현재 나의 연봉이 나와 같은 직급의 사람들 중에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준다.
요즘은 이렇게 연봉정보가 다 공개 돼 있기때문에 면접 전에 Levels.fyi를 확인하면 지금 내가 받는 것 보다 더 주지 못할 회사에 면접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나는 가끔 심심할때 들어가서 보면서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자극제로 삼기도 한다. 돈때문에 회사 옮기는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돈만 보고 간다면 옳지않은 결정일 수 있지만 누구나 돈 더 벌어보자고 내 짧은 인생 귀한시간 내어가며 일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더 많은 분들이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노동의 가치를 올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귀한 경험 들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연봉에 비례해서 지출도 그만큼 많다고 들었는데, 그걸 제외하고도 압도적으로 많이 번다고 느끼시나요?
굳이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 1티어 IT 개발자가 받는 것에 비해 호준님의 어도비가 4배 정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집세나 생활비 등도 한국과는 결이 다를 것 같아요. 연봉은 저러한데 실제 느끼는 생활수준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