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게 됐다. 일론 머스크가 회사를 인수한 수 첫 50% 정리해고 당시에는 대상자가 아니였는데 대들다가 타겟이 되어서 Layoff가 아닌 Fired로 해고를 당하게 됐다. 해고됐다가 다시 고용된 사람들에게 비난섞인 말을 하는 Senior Director의 메세지에 토를 달았다는 이유였다.
트위터에서의 마지막 6개월은 정말이지 혼돈의 카오스였다. 여러가지 걱정속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블라인드나 보고 기술면접 준비나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회사이름이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오르내렸고 링크드인을 통해서 메이져 언론사 기자들에게 연락을 받기도 했다. 갑자기 헤드헌터들이 내 프로필을 조회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연락도 더 많이 받았다. 리더쉽들은 정리해고는 지금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인수합병 이후에도 직원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라는 말만 앵무새같이 반복했고 그 말을 직원들은 믿지 않았다. 그리고 더 최악인건 그 말을 믿지 않은 직원들이 결과적으론 맞았다는 것.
안그래도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였는데 내 인생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오니 너무나도 열이 받았지만 어쩌겠는가 돈이 전부인 세상에 돈없는게 죄지. 일론 머스크 인수 직후 나올준비를 하고있었던 터라 이미 연락을 하고있는 회사들이 여럿 있었고 평소에도 언제든 나갈 수 있게 이직 준비를 하고있는게 습관이라 금방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시장이 좋지 않고 대기업들이 정리해고, 고용동결을 하고있었지만 그 덕에 작은 기업들은 이걸 기회삼아 대기업에서 떨어져 나오는 인재들을 유치하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10개 이상의 회사와 면접을 잡을 수 있었다.
늘 하던대로 붙어도 그만 떨어져도 그만인 회사들의 면접을 앞쪽으로 배치하고 뒤쪽으로 갈 수록 붙으면 좋은 회사들의 면접들을 배치했다. LeetCode.com 에서 문제를 풀면서 면접용 코딩 능력을 다시 끌어 올리고, 시스템 디자인관련 서적들을 다시 읽으면서 공부했다.
면접을 보는 족족 다 붙으려면 회사 스타일에 다 맞춰가며 따로 준비를 해야하는데 그러기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이 부족하고, 한 회사의 면접을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떨어졌을 경우의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아래와 같은 스타일의 면접을 본다면 그 회사에 탈락했을 경우 별로 억울해 하지 않아도 된다.
1. 수수께끼 면접을 보는 회사
내가 꼽은 최악의 면접방식 1등은 바로 수수께끼 면접이다. 면접관은 당연히 면접자를 심사하는 입장에서 정보에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둘은 서로 다른 회사에서 다른방식으로 일을 해 왔고 당연히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 역시 분야가 다를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것을 상대방이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드는건 무의미한 짓이다. 대부분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구글링을 통해서 가능한 지금, 정확한 명칭이나 특정 툴, 프로토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머릿속에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려고 드는 방식의 면접을 하는 회사는 고려 할 가치가 없다.
2. 함정면접을 보는 회사
문제에 덫을 놓고 거기에 빠지길 기다리는 면접관들이 있다. 이들은 보통 문제를 주고 면접자가 문제를 푸는동안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그저 문제를 푸는걸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만 본다. 이런방식의 문제 또한 준비 할 가치가 없다. 실제로 업무를 하게되면 여러명의 팀원들이 수많은 단계를 거쳐 가설을 검증하고 서로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증한다. 1시간이라는 짧은 면접 시간동안 이러한 과정을 재현하는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앞에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면접관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면접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아감과 동시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경우 적절한 양의 힌트를 제공하며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도움을 줘야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문제만 던져주고 알아서 풀어라는 식의 면접을 보는 회사는 역시 고려 할 가치가 없다.
3. 그간 사용해본 기술들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회사
어차피 개발자들은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이다.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요' 라고 소개하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들이 있다. '무슨 언어 쓰세요?' 정말 의미없는 질문이다. 개발자들은 어차피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고 모르면 배워서 쓰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전의 경력이 우리회사와 겹친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용해왔던 기술스택이 다르다고해서 떨어뜨릴 회사라면 그냥 안가는게 낫다.
면접을 보다보면 정말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에 대량해고를 겪으면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면접을 보는 회사가 겹치는 일이 정말 많았는데 A가 회사1에 붙고 회사2에 떨어지면 B가 회사2에 붙고 회사1에 붙는 이런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다.
면접은 실력도 중요하긴 하지만 운이 50%이상 작용한다. 그러니 떨어졌다고 너무 마음아파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와 인연이 아니였을 뿐인거다. 이번에 10개이상의 면접을 보면서 할푼리로 따져보면 대략 2할 후반대의 성공률이였던 것 같다. 물론 면접 준비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해서 타율을 끌어올리는게 가능하겠지만 세상엔 면접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기도 하고, 준비 많이해봐야 운이 안좋아서 떨어지는 경우도 너무 많기 때문에 그냥 면접횟수를 늘리는 전략이 나한테는 더 맞았던 것 같다.
각자의 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뭐가 정답이다 라고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이런식으로 면접을 보고 정신승리 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으니, 우리모두 탈락했다고 너무 상심하지 말고 화이팅 했으면 좋겠다.
면접을 볼 때 마다 결과에 상관없이 멘탈이 깨졌었는데 이 글 덕분에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고 용기 얻어갑니다. 저도 개발자는 늘 공부하고 배우는데 기술에 왜 이렇게 집착하나 싶긴 했습니다...
혹시 무슨 면접이 좋은 면접인가요? 예시가 궁금합니다. 제가 면접 경험이 부족해서 잘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될수있는한 준비하려고하는편인데, 저는 한국의 회사들 기준 취업이라 미국하고는 좀 다른거같습니다. 미국 기준으로 이야기 하셔도됩니다 :)
정말 많은 공감이 갑니다. 저도 2번째 이직까지는 정말로 가고 싶은 회사 3개 정도만 지원하여 면접 전까지 그동안 잊어버린 CS 및 도메인 지식들의 디테일을 복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방식으로 준비를 했었는데요,
그 이후로는 호준님과 동일하게 아주 많은 회사를 지원해서 인터뷰 순서를 잘 배치하는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몰랐던 좋은 기회들이 더 많이 생기고, 불합격에 대한 스트레스도 훨씬 덜하며, 처우 협상 단계에서도 훨씬 우위에 있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앞에 배치한 인터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부족한 부분들이 보완도 되고요.
선택지가 많으니 결과적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것같아요.
안녕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저는 미국에서 cs 전공하다가 한국 잠시 들어와서 경력먼저 쌓고 있는 학생입니다.
바쁘시겠지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상황 관련해서 몇가지 여쭤보고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