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장의 주류 내러티브는 대략 다음과 같다.
AI가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비용 압력을 낮추며, 결국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다시 자리 잡고, 강세장이 이어진다.
이는 일종의 디지털 버전 골디락스 시나리오다.
참고로 디스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다른 개념이다.
현재 시장 참여자 다수는 이 AI 생산성 시나리오에 배팅하고 있다. 빅테크 주가가 강세 기조를 이어가는 것도 이 맥락 위에 있다.
다만 이 시나리오가 반드시 틀렸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시장 분위기가 이미 이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한쪽 시나리오에 강하게 기울 때는 반대편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현재 시장은 자세히 보면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결론 내리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시장은 AI 디스인플레이션 시나리오와 원자재 인플레이션 시나리오 사이에서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시장의 흐름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 해석은 시장 주류의 시각이다.
이 경우 주류 내러티브가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다.
두 번째 해석은 현재가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로 이어졌던 인플레이션 사이클과 유사하다는 관점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1970년대 비유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70년대 자체보다 60년대 후반을 먼저 봐야 한다.
70년대는 이미 인플레이션에 불이 붙은 시기이고, 60년대 후반은 그 불씨가 구조적으로 축적되던 시기다.
세 번째 해석은 양쪽 힘이 균형을 이루며 교착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 모습은 이 시나리오에 가장 가깝다.
결국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이 균형이 깨질 때 어느 방향으로 깨질 가능성을 더 진지하게 봐야 하는가?
이 글의 핵심 가설은 두 번째 시나리오, 즉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로 이어진 인플레이션 사이클 가능성을 시장이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본격화된 시기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불길은 1973년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60년대 후반부터 구조적으로 축적되고 있었다.
60년대 후반 미국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이 동시에 존재했다.
결과적으로 60년대 후반에는 이미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경제 전체에 깔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연준이 이 불씨를 제대로 끄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끄려고 했지만 정치권의 압력에 계속 굴복했다. 그리고 누적된 압력 위에 1973년 오일 쇼크가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은 산불처럼 번졌다.
따라서 70년대 인플레이션을 이해하려면 오일 쇼크 자체보다 그 이전에 축적된 60년대 후반의 구조적 압력을 먼저 봐야 한다.
현재 미국도 60년대 후반과 유사한 누적 압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2기에서는 관세가 본격적인 산업 정책 도구가 되었다. 동시에 AI 관련 자본 지출도 급증하고 있다.
CAPEX(Capital Expenditures): 자본적 지출, 즉 기업이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
빅테크들의 AI CAPEX는 한 해 7천억 달러대까지 올라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투자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일부이며, 사실상 국가가 계속 등을 떠밀고 있는 자본 지출에 가깝다.
이 모든 것이 민간 기업의 투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 전략과 결합된 자본 지출이다.
현재 상황에서 호르무즈 사태는 1973년 오일 쇼크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호르무즈 사태 자체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그 이전부터 인플레이션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었고, 호르무즈 사태는 그 위에 떨어진 불씨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환경이 70년대와 유사하다는 말은 단순히 “오일 쇼크가 다시 올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60년대 후반처럼 누적된 인플레이션 에너지가 존재하고, 그 위에 에너지 충격이 얹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가 구조적 인플레이션 사이클의 초입이라면, 본격적인 사이클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 수 있다.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천천히, 그리고 누적적으로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로 넘어갈 때 시장은 미래의 인플레이션 충격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
당시 미국 주식 시장은 계속 고점을 갱신했다.
S&P 500은 1968년 고점과 1982년 저점이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즉 명목 가격은 본전이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가치는 거의 반토막에 가까웠다.
현재 기준으로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2026년에 S&P 500에 투자해 2040년까지 보유했는데 지수는 그대로이고, 그 사이 물가는 두 배가 되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주식이 부진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산 가격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현금 흐름 ÷ 할인율
엄밀히는 성장률도 고려해야 하지만, 핵심은 분자의 현금 흐름과 분모의 할인율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S&P 500의 PER 하락이다.
현재 기준으로 PER 6배는 S&P 500이 1800 부근까지 내려가는 것과 비슷한 충격으로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채권도 함께 무너졌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자산 배분에서는 주식과 채권을 섞어 위험을 분산한다. 대표적으로 60/40 포트폴리오가 있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이 모델이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주식과 채권을 섞어 위험을 분산한다는 익숙한 모델이 작동을 멈췄다.
이 시기에 실질적으로 가치 보전에 성공한 자산은 원자재였다.
일부 부동산, 가치주, 컬렉터블도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했지만, 광범위한 자산군 중 가장 압도적으로 가치 보전에 성공한 것은 원자재였다.
따라서 60년대 후반에 축적된 압력이 70년대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번졌을 때, 자산 시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일시적인 에너지 사태가 아니다. 기저에서 매크로 사이클이 이미 달아오르고 있는지 여부다.
현재와 과거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반론이 있다.
지금 연준은 과거를 학습했기 때문에 70년대처럼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연준은 60년대 후반과 70년대의 실패를 알고 있고,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 대응 경험도 갖고 있다.
그러나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로 넘어간 시기의 연준 경험을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60년대 후반 연준 의장이었던 윌리엄 마틴은 중앙은행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남긴 유명한 표현이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파티가 한창일 때 펀치볼을 치우는 것이다.
경제가 과열되면 인기가 없더라도 긴축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틴은 말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1965년 12월, 베트남 전쟁과 위대한 사회 복지 정책으로 재정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에 금리를 올렸다.
이는 존슨 행정부의 명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결정이었다.
금리 인상 이후 존슨 대통령은 마틴을 텍사스 목장으로 불렀다. 그리고 그를 물리적으로 벽에 밀어붙이듯 위협하며 압박했다고 알려져 있다.
베트남에서 우리 애들이 죽어가는데, 윌리엄 마틴 당신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마틴은 그 자리에서는 굴복하지 않았다. 이 장면은 연준 독립성의 상징처럼 인용된다.
그러나 중요한 부분은 그 이후다.
마틴은 한 번의 압박에는 버텼지만, 매년 매월 이어지는 정치적 공세에는 조금씩 양보했다.
마틴은 1970년 퇴임 무렵 동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에게 굴복한 것이 내 평생의 수치다.
이는 마틴 본인이 자신을 인플레이션을 막을 최후의 보루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정치 압력과 타협했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 방어선은 무너졌다.
마틴의 후임은 아서 번스였다.
닉슨은 처음부터 자기 사람을 연준 의장에 앉혔다. 번스 시기에는 마틴 같은 저항조차 약했다.
따라서 70년대 인플레이션의 진짜 기원은 단순한 오일 쇼크가 아니다.
핵심은 다음 두 가지다.
1973년 오일 쇼크는 이미 쌓인 구조적 압력 위에 떨어진 불씨에 가까웠다.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로 넘어가는 과정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풀리는지를 보여준다.
이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백악관이 연준에게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하게 하거나 인하 압박을 가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올라오지만 연준이 충분히 긴축하지 못한다.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끝까지 잡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다.
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끝까지 잡을 의지가 없구나.
이때부터 시장은 미래 인플레이션을 더 높게 예상하기 시작한다.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이다.
70년대 후반에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8~9% 수준까지 올라갔다.
미래에도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그 믿음 자체가 다시 인플레이션을 만든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은 이렇게 요구할 수 있다.
내년에 물가가 8% 오를 테니 우리는 최소 10%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기업은 그 임금 상승을 반영해 가격을 올린다.
또 기업은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미리 제품 가격을 올린다.
결국 모두가 인플레이션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자기충족적으로 실현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히면, 일반적인 통화정책으로는 단기간에 잡기 어렵다.
폴 볼커는 이 기대를 꺾기 위해 1979년 이후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다.
그 결과는 혹독했다.
그 정도 충격을 준 뒤에야 사람들은 연준이 진짜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따라서 70년대 인플레이션의 본질은 단순히 유가가 오른 것이 아니다.
본질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풀렸다는 점이다.
이 기대를 다시 잡는 데 15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경제 전체에 깊은 상처가 남았다.
이 배경을 현재에 적용하면 연준 리스크가 중요해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파월 의장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 압박을 가했다. 파월의 임기가 만료되고, 후임 의장으로 케빈 워시가 지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워시는 시장과 정책 양쪽에서 폭넓은 네트워크와 위기 대응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워시를 70년대의 아서 번스처럼 단순히 “백악관 사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백악관이 워시 같은 배경의 인물을 지명한다면, 시장의 기대를 관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짜 꼭두각시에 가까운 인물을 지명했다면 10년물 금리가 더 크게 반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워시 본인도 4월 21일 상원 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자신은 엄격하게 독립적인 의장이 될 것이며,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도 거부할 수 있다.
문제는 워시가 노골적인 정치적 굴복을 하지 않더라도, 기술적·학술적 명분을 통해 금리를 중립금리보다 낮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중립금리란 경제를 가속하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적정 금리 수준이다.
워시는 다음과 같은 명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은 표면적으로 합리적인 통화정책 판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970년대 패턴을 만들 위험이 있다. 시장이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준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을 받쳐주는 방향으로 움직이는구나.
이 판단이 형성되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풀리는 단계가 작동할 수 있다.
70년대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풀렸더라도 폴 볼커라는 안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방식의 긴축이 어려울 수 있다.
이유는 부채 수준이다.
이 상태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발생하면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국채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핵심 리스크는 다음과 같다.
기대 인플레이션에 한 번 불이 붙으면, 그것을 다시 끌 도구가 과거보다 부족할 수 있다.
트럼프가 2027년 회계연도 국방 예산을 1.5조 달러로 제안한 점도 중요하다. 국방비가 이자 비용을 다시 일시적으로 앞지르는 그림이지만, 이는 오히려 더 심각한 구조를 의미한다.
60년대 후반 미국이 전쟁과 복지를 동시에 추진했다면, 현재는 국방과 산업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워시 시나리오에서 봐야 할 핵심은 두 가지다.
이 두 가지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결되면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커진다.
두 번째 핵심 축은 AI다.
현재 시장은 AI의 생산성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이 AI가 디스인플레이션적 기술이라는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AI에는 반대편 효과도 있다. 시장이 아직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부분은 AI의 물리적 인프라 효과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는 지속적으로 가벼워지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1980년대까지 미국 경제의 중심은 자동차와 제조업이었다.
디트로이트, 철강, 자동차, 컨테이너, 석유, 발전기, 금융
그러나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의 무게중심은 실리콘밸리로 이동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구글, 소프트웨어, 플랫폼, 클라우드
자산 시장의 무게중심도 함께 이동했다.
2000년대 초 시가총액 상위 기업은 엑슨모빌, GE, 씨티그룹 같은 기업이었다. 이후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구글 같은 테크 기업이 성장을 주도했다.
지난 30년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따라간 디폴트 조합은 기술주와 장기채였다.
AI는 지금까지의 가볍고 비물질적인 트렌드를 역행한다.
LLM이 출력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수만 개의 GPU, 구리, 실리콘, 희토류, 막대한 전력, 발전소, 송전망, 콘크리트, 철근, 냉각수
비물질적으로 보이는 한 번의 AI 응답 뒤에는 광물, 전력, 콘크리트, 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수요는 개인 사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업무 자동화, 자율주행, 로봇, 신약 개발, 군사 기술, 산업 자동화
AI가 전방위적으로 활용될수록 물리적 인프라 수요는 더 커진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220%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톱10 전력 소비국이 하나 더 생기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결국 AI는 비물질적인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시대 경제를 다시 무겁게 만드는 강력한 물리적 인프라 사이클이다.
AI의 효과는 두 가지로 나누어 봐야 한다.
생산성 효과
인프라 효과
시점상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것은 인프라 효과다.
반면 생산성 효과는 통계에 잡히기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전기와 인터넷도 처음 도입된 시점부터 실제 생산성 통계에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었다.
AI는 다를 수 있지만, 단기에서 중기까지는 인프라 효과가 더 가시적이다.
따라서 시장이 AI의 생산성 효과와 인프라 효과를 동시에 평균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면, 시간 경로를 잘못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단기~중기에는 AI 인프라 효과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먼저 나타나고, 생산성 효과는 그 뒤에 누적될 수 있다.
이 점이 60년대 후반~70년대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경제가 다시 무거워지면 시장보다 국가가 중요한 플레이어가 된다.
경제가 가벼울 때는 시장 효율성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
이런 영역에서는 시장 효율성이 강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경제가 무거워지면 질문이 달라진다.
이 질문들은 모두 국가의 문제가 된다.
자원이 무기가 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73년 1차 오일 쇼크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를 무기로 사용해 서방 경제 전체를 흔들었다.
다만 현재는 70년대보다 더 근본적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현재 자원 무기화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고 있다.
70년대에는 석유가 핵심 무기였다. 지금은 반도체, 희토류, 니켈, 갈륨, 우라늄 등 여러 자원이 동시에 무기가 되고 있다.
각국은 자원 공급망을 일시적으로 통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법안과 정책을 통해 촘촘하게 제도화하고 있다.
결국 세계 경제는 자원의 영토와 통제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국가 자본주의 경향과 연결된다. 국가가 자본을 직접 동원해 핵심 산업을 떠받치는 흐름이다.
중국이 먼저 이 방향으로 움직였고, 미국·EU·한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세 가지 압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다면 자산 배분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그 기준은 1970년대에서 얻을 수 있다.
일반적인 자산 배분 상식은 다음과 같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이 공식이 작동하지 않았다.
침체기였는데 채권도 부진했다. 어떤 시기에는 침체가 오히려 채권에 더 안 좋았다.
이유는 침체의 원인이 수요 붕괴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쇼크와 공급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경기 둔화 여부가 아니다.
현재가 60년대 후반~70년대와 유사한 흐름이라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단순 수요 과열이 아니다.
이런 요소가 결합된 누적 압력이다.
이 경우 침체가 와도 채권은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단순히 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만 보고 채권에 배팅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 금리 인하가 어떤 성격인지 구분해야 한다.
후자라면 70년대가 재현되는 신호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주식 시장은 실물 경기보다 6개월~1년 정도 앞서 움직인다.
그러나 70년대에는 이 패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금리 인하만으로는 부족했다. 인플레이션이 꺾인다는 확인이 있어야 주식 반등이 지속됐다.
이유는 명확하다.
따라서 지금 봐야 할 시그널은 다음과 같다.
특히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튀어오르는 것은 위험한 시그널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일반 가계가 소비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지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미국 가계가 소비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핵심 인플레이션 지표
골드는 단순히 CPI가 오를 때 사는 자산이 아니다.
70년대 금이 강했던 진짜 이유는 네 가지가 동시에 흔들렸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다음 사건들이 동시에 벌어졌다.
금은 이 모든 리스크의 수혜를 동시에 받았다.
따라서 금을 볼 때는 단순히 CPI만 볼 것이 아니라 다음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실질금리는 금 가격과 관계가 큰 지표다. 금 움직임의 상당 부분은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중요하다.
2022년 미국이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이후, 비서방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을 크게 늘렸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인식을 만들었다.
달러를 들고 있다가 미국 외교 정책에 어긋나면 외환보유고가 동결될 수 있다.
따라서 비서방 국가들은 미국이 누르기 어려운 자산, 영토에 묶이지 않는 자산으로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최근 금 가격이 주춤하더라도, 글로벌 통화 질서 재편과 달러 반대편에 금이 있다는 구도는 여전히 유효하다.
70년대 주식 시장을 단순히 S&P 500이 부진했던 시기로만 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지수 안에서는 매우 다른 그림이 나타났다.
특히 1978~1979년 구간은 특이했다.
일반적으로 둔화기는 주식에 좋지 않다. 그러나 당시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오르고 성장도 약했음에도 주식 시장이 상승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고금리·고물가 환경에서는 주식 전체가 좋은지 나쁜지가 아니라, 어떤 기업이 인플레이션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한 지수 추종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질 수 있다.
2020년대 사이클에는 70년대와 다른 요소도 있다. AI가 경제를 다시 무겁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물질적 인프라의 부활에서 수혜를 받는 카테고리가 강할 수 있다.
이런 인프라 수혜는 첫 번째 시나리오, 즉 AI 생산성 골디락스 시나리오에서도 훼손되지 않는다.
AI 생산성이 폭발하는 좋은 시나리오에서도 인프라는 필요하다. 따라서 인프라 투자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 모두에서 합리적인 배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처음 제시한 세 가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현재 시장은 세 번째 시나리오에 가깝다.
그러나 교착이 깨질 경우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판단하려면 네 가지 변수를 봐야 한다.
워시가 첫 회의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매년, 매월 반복될 정치적 압박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연준이 흔들린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두 번째 시나리오 가능성이 커진다.
두 번째 변수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특히 5년, 5년 선도 인플레이션 기대가 중요하다.
세 번째 변수는 빅테크들의 AI CAPEX다.
네 번째 변수는 자원 무기화다.
봐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다.
이 흐름이 가속될수록 두 번째 시나리오는 더 단단해진다.
결국 네 가지 변수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현재의 교착은 어느 방향으로 깨질 것인가?
어느 시나리오로 가더라도 원자재의 위치는 중요하다.
AI 생산성 시나리오가 실현되더라도 AI 인프라 사이클은 지속된다.
따라서 원자재는 이 시나리오에서도 사이클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원자재가 거의 유일한 가치 보전 수단에 가까워질 수 있다.
교착 시나리오에서는 원자재가 양쪽 시나리오에 대한 옵션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어느 쪽으로 깨지든 손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산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원자재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전략적 배분 대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비중과 타이밍은 각자가 어느 시나리오에 더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시장은 AI 생산성 내러티브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로 이어졌던 인플레이션 사이클과 유사한 구조가 존재한다.
핵심은 단순히 70년대 오일 쇼크를 반복해서 보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70년대 이전, 즉 60년대 후반부터 누적된 구조적 압력이다.
현재도 다음과 같은 압력이 동시에 존재한다.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디스인플레이션 기술일 수 있다. 동시에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를 요구하는 인플레이션 기술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장이 AI의 밝은 면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면, 원자재와 인프라 사이클의 의미는 과소평가되고 있을 수 있다.
앞으로 봐야 할 변수는 네 가지다.
이 네 가지 변수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현재의 교착은 깨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나리오로 가더라도 원자재는 의미 있는 자산군으로 남는다.
따라서 원자재와 인프라 자산은 단순한 단기 헤지가 아니라, 현재 매크로 환경에서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할 자산군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