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g] #0 나의 삶은 군대에서 바뀌었다

DONGHO JANG·2021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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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22/1 까지 군대에서 병생활을 하며 깨달은 생각들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을 막연하게 "나는 ~가 될꺼야!"라고만 생각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않고 허송세월 대학생활만 하다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바칩니다.

군 입대 전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그렇듯 나도 입대를 앞두고 엄청난 회의감과 무기력함에 빠져 코딩을 몇 달간 놓게 되고, 그 당시 유행했던 롤토체스라는 게임을 매일 5~6시간씩 했다.(얼마나 많이 했던지 그랜드마스터를 달았다는건 안비밀..)

군생활 초기

나의 군생활 초기는 말 그대로 매우 '소극적'이였다. 신교대에 입소해 어영부영 군인의 생활에 적응하고 통신병으로 '징집'되어 자대에 배치되었다. 근데 자대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선임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있다.
"여기 통신 일은 좀 빡셀꺼야" , "OOO 중사 만나면 피해"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갔지만, 차차 자대 생활을 하다보니 이해가 되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터무니 없는 인신공격을 이병~일병때 다 들어본 것 같다.(마음의 편지는 소용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조그마한 실수를 해도 욕을 하며 소리를 질렀고, 어느 날은 너무 서러워 혼자 끙끙대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일과 시간 내내 욕을 먹지 않기 위해 긴장을 했고, 새벽 간 근무를 서고 근무취침을 받는 날이면 욕을 먹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그 간부는, 내가 일병 말쯤 되던 날에 전출을 갔다.

인생 몸무게를 찍다

군 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주로 '폭식'으로 풀었다. 군필들이라면 모두 알만한 PX 냉동 식품들을 한번씩은 다 먹어본 것 같다. 체력단련은 '코로나' 시대라는 이유로 자율적으로 시행했다. 매일 같이 라면, 냉동을 먹고 체력단련도 하지 않으니 내 몸무게는 어느 새 귀신같이 불어나있었다.

정말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무작정 냅다 뛰기 시작했다. 3km를 한번도 안 쉬고 뛰려고 하니 죽을 맛이었다. 처음에는 뛰다가 계속 중간중간 멈추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 다 뛰지도 못하고 포기했다. 그래도 '체중감량'이라는 목표와 '멈추더라도 매일 뛰려는 노력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다.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같이 뛰었고, 이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하늘도 나의 뜻을 알아주었는지, 한달쯤을 그렇게 지내고 나니 어느 새 (느리지만) 3km를 한번도 쉬지 않고 뛰어서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이때 아마.. 18분 30초가 나왔던 것 같다. 형편없다고 생각하나? 그래도 나는 완주를 했다는 것에 너무 기뻤다!

나는 3km 뜀걸음 완주를 통해 '성취감'을 배웠다.
그리고, '습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코딩을 하다 징계를 받다

나는 부대에서 상황병 근무를 섰었는데, 근무 간에는 상황병이 쓸 수 있는 개인 PC가 있었다. 그 당시 우리 부대의 다른 근무들과는 다르게 상황병들은 짜잘한 업무들이 많아서 업무 인수인계철을 통해 업무를 배웠는데, 만들어진지 오래 됐는지 실제 업무들과 하는게 조금 달랐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한글 파일로 하나 만들어서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거나 없어질 때마다 최신화를 하곤 했다.

그런데 그 체크리스트가 쓰기에 좋았는지, 상황병 대부분이 내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근무를 섰다. 자잘한 업무가 많다보니 간간히 몇개를 까먹고 안한 적이 많았는데,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하면 빼먹지 않고 다 처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해주니 괜히 별거아닌데 뿌듯하고 좋았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텐데.. 넘으면 안되는 선을 넘어버렸다.

어느 날, 나는 업무 인수인계철을 한글 파일 말고 html, css를 사용해서 만들어보면 어떨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상황병들에게 더 나은 업무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함도 있었고 특히 내 스스로 공부도 되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황병 PC는 몇년간 대대손손 물려져와서 전역자들이 남기고 간 파일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는 html, css를 활용한 전역일 계산기 웹사이트도 있었다. 그래서 보안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html을 활용해 개인적인 웹사이트를 만드는건 크게 문제가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해 바로 책을 사서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갑자기 육군본부 사이버방호실에서 상황병 PC에서 바이러스가 검출이 됐다고 전화가 왔다.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됐지만, 바이러스의 근본적인 원인은 찾지 못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내가 만든 웹사이트가 발견됐고 보안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이니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징계를 하라고 지시했다. 다행히, 웹사이트를 제작한 목적이 악의적이지 않았고 지휘관님을 비롯한 담당 간부님들이 나를 좋게봐주셔서 큰 처벌은 면할 수 있었다.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나를 믿고 도와주는 간부님들과 위로해주는 동기들을 보며 '관계'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책 하나 안 읽던 내가 변했다

나는 군대에 가기 전에 책 한권 읽지 않던 사람이었다. 남들이 많이 읽은 책들을 읽었지만 머리에 내용도 안들어와 따분하고, 읽어도 내 삶에서 무언가 바뀌지 않으니 유익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럼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아서 봐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부대 북카페에서 재밌어보이는 책을 찾아다녔다.

뭔가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책장 구석에 있던 '하루 5분 나를 성장시키는 메모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나의 첫 자기계발 책이었다. 그 책은 메모를 하면 삶이 달라진다는 내용이었는데, 인상깊은 내용이 많아 바로 다음 날 볼펜과 개인 노트를 사서 책의 내용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뭔가 깨닫는 것도 많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니 독서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책을 시작으로 나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나는 남들이 다 읽는 책이 아닌 내가 필요하고, 읽고 싶은 책을 쭉 읽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니 일단 재미가 있었고, 완독하려고 노력했다. 완독은 큰 성취감을 주고,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다른 책을 또 완독하게 만들었다.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내용은 독서 노트에 필사하고, 그 문장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추가로 적고, 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실천했다.


그 밖에 내가 얻은 것들

  1. 소중한 사람을 얻었다.
    내가 군대에서 만난 동기들은 나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군생활 내내 부모님 다음으로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동기들을 통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군대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면, 꼭 전역할 때까지 싸우지말고 내 곁에 둬라. 큰 힘이 될 것이다.
  2.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얻었다.
    군생활 초기에는 누군가 무언가를 시키거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을 때 큰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이를 예측하고, 통제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걸 깨달았다.
  3.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내가 과거에 무슨 사람이었든 간에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자신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에게 전역은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다. 군대에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고, 얻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달라진 나를 만들겠다. 끊임없이 공부하여 '개발자'로서 성공할 것이며, 경제적인 자유를 찾을 것이며, 좋은 관계를 꾸려나갈 것이다. 그 과정을 velog를 통해 공유할 것이며,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혹여나, 현역 개발자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나에게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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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Steady'를 지향하는 대학생 개발자입니다.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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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2일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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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일

보통 군대에서 경험한 안 좋은 기억들만 얘기하는데 긍정적인 영향까지 생각하시는게 참 좋네요!!
저도 군대에서 큰 변화를 느껴서 공감하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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