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개발'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조금씩 무디게 다가왔다.
"옛날에는 분명히 개발을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이런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개발이 아닌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이전에 할 줄 아는게 있는가?
솔직히 없다. 4년 정도를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봤고 원했던 곳에 도착할 때 쯤 나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목표가 사라진 나에게 남은 것은 새로운 목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남은 공허함 뿐이었다.
나는 이러한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좋아했던 개발을 다시 즐기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3달 정도의 프로젝트 기간을 거치면서 내가 크게 느꼈던 점들을 정리한다.
처음 주제가 결정되고 많이 걱정했다.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멍청한 주제로 개발을 하고 싶었다. 멍청한 주제로 개발을 진행할 때 가장 큰 즐거움이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프로젝트 주제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일정 관리 플랫폼"으로 결정되었다.
일정 관리... 라는 단어가 너무 재미없었다. 내가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 사람이어서도 있겠지만 이 단어는 현업에서나 해볼만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것만 하는 일상에 지쳐서 재미있는 것을 해보고자 왔는데 재미없는 것을 또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크게 실망했다. (같이 협업하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분명히 도망 갔을거다.)
하지만, 나의 이런 걱정과는 달리 개발 과정은 꽤나 재미있었다. 분명히 재미없는 주제인데 내가 어떻게 즐거움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그 이유는 일하는 방식에 있었다.
현업에서는 정말 개발만 했다. 그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았고, 의견도 내지 않으면서 주어진 일들만을 해왔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달랐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이디어를 냈고 더 좋은 UX를 위해 고민하고 아카이빙했다.
이런 느낌이 되게 오랜만이었다. 학생 때 프로젝트를 할 때면 항상 하루 이틀 정도는 참고할 사이트들을 추리고 해당 사이트가 녹여낸 UX를 고민했었다.
놀라운 UX를 보면 기쁘고 즐거웠다. 그런 고민들을 어떻게 우리 서비스에 녹여낼까를 생각할 때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이런 과정이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자부심과 오너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프로젝트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성공하기 위해 나의 프로젝트에 몰두했다.
나는 최근에 조직의 형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개발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프로젝트라는 틀 안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두는 것이다.
개발자가 뛰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하는 프로젝트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개발자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개발자의 의견, 생각, 고민들이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투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조직의 형태는 같은 목적을 가진 여러 직군이 한 곳에 모이는 형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최근에 '개발 공수', '불가능' 이 두가지 단어들을 많이 듣는다.
아무래도 기한이 정해져있는 프로젝트이다보니 그 기한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야했고 이 과정에서 두 개의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공수...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게 일인가? 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오로지 개발자의 입장에서,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야 하는 가치는 '출시'가 아니라 '성장'이다.
특히 현업이 아닌 사이드 프로젝트의 경우 이러한 특징이 더 강하다.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만이라도 '공수' 라는 단어 대신 '공부' 라는 단어를 써보는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는 어려운 개발 공부라 이번 기한 안에는 수행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이렇게 커뮤니케이션한다면 훨씬 덜 일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더 많은 도전들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전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다보면 이 시장에서 도태된다.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도전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야한다.
도전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다보면 이 시장에서 도태된다... 명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