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물론 관람)를 좋아하는 나는 인천 아시안 게임의 서포터즈로 1년 간 활동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과 참가국의 선수들을 만나며 좁았던 세상이 넓게 보이는 시간이었다. 즐겁게 움직이는 일엔 좋은 결과들이 온다는 것도 배웠던 시간이었다. 재미있게 한 달을 보내니, 다음 개최국인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여행을 가기를 반복하다 관광에 관심이 생겼다. MICE라는 분야를 체험해 보고 싶어 지원했던 서포터즈였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팀원들과 경기도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MICE에 적합한 곳은 어딜까 발로 뛰면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치열하게 고민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성과 역시도 최우수였다.
스포츠, 여행, 관광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러기엔 영어 외 다른 외국어를 배우고 싶었고 그렇게 선택한 것은 대만 교환학생이었다. 중국어에 흠뻑 빠져서 한 학기의 교환 학생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추가로 어학당을 수료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너무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고 또 친구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오면서 우린 더욱 단단해졌다. 물론 내 중국어 3살 아기에 멈춰있는거 같다.
대만 교환 학생에서 어디에서든 내 집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글로벌 가구 회사에서 아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소품을 샀던 기억이 있었다. 타지였지만 내 방 같은 느낌이 물씬났고 그 이후로 나는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 년이 지났을까? 회사에 면접을 보고, 오퍼를 받고 나는 오퍼를 수락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되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또 주변에도 어디에서 일한다고 이야기하는게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
일을 시작하고 일에 익숙해지니 이 일이 나에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꼬리를 물었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직무였지만, 나는 어디서 일하는지가 중요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개인적인 발전이 없는 느낌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배우고 도전하는걸 좋아하는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한 용기를 내기로 했다. 적어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일을 하자. 그게 어떤 일이던지 말이다.
사회 생활 1년차... 도전과 배움의 갈증을 벌써 느껴버렸다. 흥미 있던 직무가 아니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또 눈에 보이는대로 배우고 또 배웠다. 세무, 회계, 가죽공예, 구매대행, 마케팅 등 나에게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정말 무엇이 하고싶은지 내 마음을 울리는 일은 무엇인지
포토샵, 일러스트를 배우고 싶어서 컴퓨터학원에 갔다. 사진찍는걸 좋아하기도 하는 탓에 어디서든 배워두면 잘 쓸 거 같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그런데 포토샵, 일러스트에 html, css를 알려주는 수업이 있다고 했다. html과 css가 뭔지도 몰랐지만 일단 다 가르쳐준다고 하니까 등록했다. 그리고 개강일 에디터를 열어 코드를 보여주는 선생님으로 인해 재미있는 수업은 안되겠구나 직감했지만 왠걸 포토샵, 일러스트보다 html, css가 더 재미있었다.
html, css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면서 단기 계약으로 퍼블리셔 업무를 하게되었다. 아주 얕지만 이 세계에 들어와보니 javascript를 배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배우면서 적용해야하는 이 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계약이 만료되기 일주일 전 위코드에 문의를 했다. 지금 당장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수업이 있는지 말이다. 일주일 후 전화가 왔다. 빈 자리가 생겼다고 그때 난 이 자리가 나에게 주어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Pre-course 나는 일주일 동안 매일 왜 이렇게 서둘러서 들어왔지. 어떤 자신감으로 사전스터디도 하지 않고 마냥 이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하며 지냈을까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내 생각보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적응하고 움직이고 깨지고 해야했던 것이다. 다들 잘 해내는 것 같은데 왜 나만 그렇지 못하지? 라는 생각에 개발자 길이 나와 맞는걸까하는 의문이 계속들었다.
이 말은 처음엔 진정 광고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 상태를 친구와 동기 몇 분에게 이야기했다. 처음엔 이야기 꺼내는 것 자체가 열심히 하는 이 분위기에 해가 되는건 아닐까하는 걱정을 다했다. 정말 이 걱정은 내가 사서 한 것이었다. 내 이야기를 대충 듣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셨다.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면서 누구나 처음에 시작은 다 그렇다는 이야기와 함께 나를 토닥여주셔셔 너무 감사했다.
동기분들의 위로로 일주일을 지내고 중간 시험을 보고 나는 또 멘탈이 붕괴되었다. 내 나름대로 잘 채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을 보면서 나만 이렇게 시간이 오래걸일 일이라고? 라는 생각에 더 큰 멘붕이 왔다. 이 날, 정말 놀랍게도 퍼포먼스 코치이신 영은님과 상담 시간이 잡혀있어서 나의 마음 상태를 다 털어놓았다. 영은님은 그럴 때마다 마음 속에 성장 곡선을 그려보라고 조언해주셨다. 너무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이 생각에 사로 잡혀 나만 못할까라는 생각이 나를 잡아먹었다. 인풋은 같아도 아웃풋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각자 상대적으로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있을텐데 나는 지금 눈 앞의 상황만 보고 판단했다. 멈추지 않고 배우고 채워나가면 나도 해낼 수 있는 횟수가 늘어나고, 해내기까지의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모르면 물어보자, 방법을 찾아보자. 물론 혼자서 연구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배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방법을 모른다면 동기에게, 멘토님에게, 구글에게 물어보자. 어쩐지 모른다는걸 인정하고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모르는건 당연하다. 처음 만나는 것들이니까. 하지만 인정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우고 기록하고 적용해보면 내 것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프로젝트를 앞두고는 이상하게 마음이 더 싱숭생숭했다. 기다렸던 시간이면서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멘토님께 이런 이야기를 드리니 프로젝트도 배움의 시간임을 잊지말라고 하셨다. 맞다. 내가 지난 한달 간 쌓아둔 지식들을 적용하고 팀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임을 잊지말자. 결과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들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잊지 말고 개인적인 목표와 팀의 목표를 클리어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사실 '난 아직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이다.' 하는 정의는 내리지 못했다. 지금은 모르는 것이 투성이어서 내가 어떤 개발자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이라고 정의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한건 프론트 엔드 개발자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배우는 일에 내가 열심히고 잘 해내고 싶고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다. 각자의 배움의 속도가 있듯이,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확고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