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트캠프는 1월에 시작해서 6월에 끝났는데요.
5월, 6월 이때부터 이곳저곳 지원을 했습니다.
그때까지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도 없었고 코딩테스트 중간 난이도도
잘 못 풀었어요.
아직 이르단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경험을 쌓을 겸 일단 넣어봤습니다.
면접도 보다보면 는다고 하니까.
와 근데 진짜 우수수 떨어지더라고요.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두 달간 열 몇 곳 정도 지원을 했는데 코테 통과하고 면접에 간 회사는 하나도 없었어요.
에이, 떨어져도 돼 하면서 패기있게 지원했는데 막상 떨어지니까 진짜 괜찮지는 않더라고요
이게 점점 마음이 급해져요.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이런 걸 더 해야 되나?
저런 걸 되야 되나?
이력서 고쳐야 되는데 언제 고치지?
프로젝트도 더 해야 될 것 같은데 내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나?
제가 정한 기준에 제가 못 미치는 것 같더라고요.
이때 자존감이 정말 쭉쭉 바닥으로 빠졌어요.
심지어 이때는 사람 만나는 것도 싫더라고요.
요즘 어때? 물어보면 내 상황을 설명해야 되니까요.
또 이때 제가 입에 달고 산 말이 있는데요
'해야 할 게 너무 많다'
마음은 급한데 내 눈앞에 해야 될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이게 왜 그러냐면요. 개발을 배우고 어느 정도 단계에 진입하면 내가 모르는 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가 있어요.
아는 게 아니고 모르는 게 늘어나요. 왜냐면은 이전에는 보이는 게 많이 없으니까 모른다는 거를 모르잖아요.
근데 지식이 늘어나면서 모른다는 것을 알게 돼요. 아는 게 늘어나는 속도보다 모른다는 걸 알게 되는 속도가 더 빠른 거예요.
공부를 해도 자신감이 점점 쌓이는 게 아니고 압도감이 생기는 거죠.
이거 언제 다 하냐
할 거 너무 많다
이러면서 스트레스가 쌓였어요
근데 그때 누가 저를 보더니
형 그거 너무 강박 증상인데?
이러는 거예요.
머리가 띵- 하더라고요
제가 마음이 급하고 압도감을 느끼고 있으면서 제가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 하는 거죠.
그래서 제 3자의 시선으로 관찰하려고 해봤어요.
왜 이런 감정이 일어날까?
내가 적어도 앱 개발에 관해서는 모든 영역을 할 수 있어야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집착이 있었어요.
근데 막 취업 준비하면 모바일 개발자 로드맵 프론트 개발자 로드맵 이런 게 있잖아요.
여기 보면 내가 모르는 엄청나게 많은 기술이 있어요.
거기서 유튜브 보면은 요즘에는 선언형UI 알아야 되고.. 크로스플랫폼이 뜨는 추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컴퓨터 공학... 기초가 중요하고...
이런 것들을 듣게 되거든요?
이걸 다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골이 너무 아픈 거예요.
근데 개발자가 된다는 건 막 과목별로 점수를 매기는 그런 자격증시험이 아니거든요.
제가 지금 확신하는 건데 신입 개발자가 '앱 개발자에게 필요한 기술, 지식' 이거를 절-대 전부 다 잘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다 잘할 '필요'가 없어요.
대부분의 회사들이 신입 개발자를 뽑을 때는
'흠 이 사람 앱 개발 A부터 Z까지 다 할 수 있어?'
이런 거 안 봐요.
왜냐하면 자기도 A부터 Z까지 모르거든요.
그때 그때 필요하면 처음 보는 거라도 해결하는 거예요.
대신 면접보는 사람들은 이 사람이
지금은 A밖에 몰라도 얼마나 더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가
얼마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를 보는 거죠.
그래서 얼마나 넓게 하느냐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깊이가 중요한데요.
(이건 나중에 따로 얘기해 볼게요)
저는 계획이나 전략을 많이 짜는 성격이에요
일상에서는 뭐 그 정도는 아닌데 제가 막 커리어를 걸고 지금 모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실패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막 머릿속에서 전략을 엄청 짜는 거예요.
내가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닌가
이 길이 맞나
최선의 길로 가고 있나
이렇게 많은 것 중에 뭐부터 해야 되지?
이게 더 중요한가?
알고리즘을 더 해야 되나? 프로젝트를 해야 되나?
이런 생각을 막 하면서 어떤 목표로 향하는 최적의 경로, 빠른 길을 찾으려고 했어요.
근데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게 그렇게 뭐가 쉽게 보이는 크기가 아니거든요. 진짜 거대한 광야에요.
저는 거기서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는 건데 심지어 코스도 안 정해져 있어요.
앞에 수많은 갈림길이 있고, 그 갈림길은 안 보이는 부분, 불확실한 부분이 진짜 많아요.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진 지 알 수가 없다는 거죠
상상을 해보세요. 여러 코스가 앞에 펼쳐져 있는데 막 나침반하고 지도를
꺼내가지고 보면서. 어떻게든 내가 제일 빠른 길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 이걸 계속 확인하느라고, 오히려 가지를 못하고 그 앞에 멈춰 있는 거에요.
어차피 뭔 길로 가든 마라톤 이거든요?
근데 뭔가 빠른 길을 찾으려고 전략을 짜면서 오히려 제 속도는 느려지고 바닥에 주저앉게 되는 거죠.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정리 해보니까 객관적으로 제 정신 상태가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어떻게 했냐 '시야를 좁혔어요'.
물론 마음속에 전략을 짜려는 충동이 들지만 참았습니다. 일단 '눈 앞에 있는 거 딱 한 번만 보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뭔가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마다 제가 해야하는 거 딱 하나만 정했어요.
일단 이거부터 치자.
이렇게 하면은 하나 치고 나서 오히려 에너지가 생기더라고요.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
물론 여전히 쉬운 건 아닌데 압도당해서 주저앉는 게 좀 줄어들더라구요
이렇게 그냥 떨어지든 말든 '그냥 눈 앞에 있는 거 하나만 하자.' 생각하면서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기대도 하지 않았을 때 갑자기 합격 소식이 오더라고요.
근데 저는 출시해본 앱도 하나도 없었고 혼자 한 프로젝트도 없었고 코테도 잘 못했거든요.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참 멀었던 건데 오히려 포텐셜을 보고 뽑아 주시더라고요.
천생 문과로서 기자 일을 하다가 어떻게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는지 그 이후 어떤 과정을 겪고 개발자로 일하게 됐는지 말씀드렸는데요.
제 감정이나 걱정, 생각 그리고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 얘기를 훨씬 더 많이 한 거 같아요.
왜냐면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무슨 기술을 배웠고, 면접은 어떻게 봤고, 회사는 어디 지원했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거는 꺾이지 않는 멘탈이더라고요
흔해 빠진 말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전략보다 여러분의 멘탈이 꺾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제 얘기가 거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들(뒤처짐의 두려움, 옳은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한 불확신, 쳐내야 될 무수히 많은 일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해야 될게 많음 -> 할게 많다는 압박감에서 오는 스트레스 ->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더 집중안됨 -> 아 씨, 해야 될거 많은데 -> 악순환 이 이뤄졌었죠.
지금이라고 막 사람이 바뀐건 아니지만, 그래도 에디님의 블로그나 테오님의 블로그 같은 여러 블로그에서 하는 말들을 참고하고, 스스로를 반추해보고 지금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들 중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기로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목표를 단순하게 하니 쳐내는 공부량은 더 많아졌어요.
그리고 지금은 운좋게 카카오 테크 캠퍼스에 붙어 지금 1기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1기생 활동 무사히 수료 후 내년 상반기 칼취업 하는 겁니다!
좋은 글, 공감되는 글 감사합니다!
무슨 길로 가도 마라톤이라, 완주를 목표로 하되 강박없이 꾸준하게만 달려보겠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