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월. 드디어 바라던 부트캠프에 입성합니다.
그치만 초반 2개월은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어요.
왜 힘들었냐?
2가지였던 거 같아요.
첫번째, 어? 왜 이렇게 빠르지?
두번째, 어? 왜 이렇게 아무런 가이드가 없지?
첫번째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다녔던 부트캠프의 경우, 처음 들어가면 백엔드든, 프론트엔드든, 모바일이든 먼저 공통 과목을 들었어요.
‘컴퓨터 공학’인데요.
네. 근본있는 개발자라면 꼭 배워야한다는 바로 그 유명한 ‘전공 지식’이죠.
이제부터는 편하게 그냥 CS라고 부를게요.
한 10주 동안 CS 기초를 빠르게 배웠어요.
‘아니 대학교에서 4년 동안 가르치는 걸 10주만에 배운다고?’
놀랍게도 맞습니다.
당연히 대학교에서처럼 강의를 하는 건 아니고요.
과제 위주로 빠르게 진행이 돼요.
만약 메모리를 배운다면,
OS의 메모리 할당을 따라하는 프로그램 만들기.
인프라를 배운다면,
도커를 설치하고 원리 설명해보기.
네트워크를 배운다면,
간단한 HTTP 소켓을 직접 구현해보기.
요런 거죠.
근데 그전까지 저는
겨우 이차원 배열 사용해서 별 모양 만들어본
그런 수준이었거든요?
갑자기 과제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게다가 이 과제를 하는데 이틀을 줬어요.
과제를 보고, 어 이게 뭐지? 하고 벙쪄있으면, 이틀 뒤에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거죠.
정신없이 털리고 있는데...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은 별로 질문이 없더라고요?
뭔가 과제 이미 제출한 사람도 있는 거 같고…
이거 CS가 근본이라던데, 역시 나 근본으로 들어가니까 안 되나?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번째, 어? 왜 아무 가이드도 안 주지?
부트캠프의 진행 방식이 굉장히 자율적이었어요.
이번주에 해야할 과제랑,
그걸 어떻게 만들었나 공유하는 회고 시간.
거의 요 정도만 정해져있더라고요?
어떻게 해야하는지 단계별로 알려준다든가,
어떤 도구를 써서 하라든가 이런 게 거의 없어요.
일단 멘땅에 헤딩해봐, 하고 던져놓는 느낌?
다른 동기들도 이걸 당황스러워하더라고요.
그냥 주고 해보라고 하니까.
이걸 어떻게 접근하는 게 맞는 거지?
이거 다 못할 수가 없을 거 같은데, 어디까지 풀어내야 되지?
이런 게 되-게 막막하고, 쉽지 않더라고요.
근데 제가 나중에 알게 된 거는,
어? 왜 이렇게 빠르지?
어? 왜 아무 가이드도 안 주지?
이 2가지 문제가 결국 같은 곳에서 오는 거더라고요?
그건 뭐냐면, 제 마음속에 있는 관념이었어요.
개발자가 되기 위한 어떤 절대적인 교육과정,
공부 범위, 평가 기준이 있다는 생각이에요.
이게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한텐 상식적인 개념이거든요.
여러분, 수능이나 뭐 아니면 자격증 공부 생각해보세요.
범위와 교육과정이 있죠.
명확한 출제자의 의도 있죠.
유형별로 푸는 방법 있죠.
평가 기준 있죠.
내가 열심히 해서
뭐 1급이든 2급이든,
800점이든 900점이든.
딱 평가 기준을 넘으면, 대학 가고 공무원 합격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개발자’라는 것도
프론트면 프론트, 백엔드면 백엔드.
각각 정해진 교육과정이 있고,
내가 그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하고,
평가 기준을 충족시키면,
개발자라는 ‘자격’을 가질 수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저같이 부트캠프에 온 사람이라면 더 그렇죠.
저 같은 사람들이 왜 부트캠프에 올까요?
내가 개발자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니까.
커리큘럼이나 평가 기준이나 이런 걸 잘 모르니까,
혼자서 공부하면 불안하단 말이에요.
이미 그 과정을 잘 알고 권위가 있는 마스터한테
그런 커리큘럼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수많은 개발자를 배출했다는 부트캠프에 돈 내고 가는 거죠.
A, B, C 순서대로 배우고, 이건 필수고.
주어지는 과제 요렇게 구현해서, 완성하면
이제 개발자로 지원할 자격이 되는 거겠지?
이런 무의식적인 기대를 갖고 있으니까, 아까 제가 말씀드린 그런 어? 뭐지? 반응이 나오게 돼요.
컴퓨터 공학 과제?
나 아직 다 못 풀었는데?
왜 이렇게 빨리 나가지?
이게 괴로운 이유는, 이게 어떤 정해진 교육과정이고, 내가 이 과제를 이수해야만 개발자의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왜 가이드를 안 주지? 이것도 마찬가지죠.
‘개발자의 자격’을 얻기 위해 필요한 기준과 방법이 있을 텐데. 왜 그런 걸 안 알려주지?
내가 알아서 했다가 내 방식이 정답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힘들었어요.
근데 몇 달 지나고서,
어느 순간 깨달은 시점이 있었어요.
아 부트캠프는 학원이 아니구나.
개발자는 자격증 시험이 아니구나.
이게 무슨 말이냐면,
빨리 내가 공부에서 주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해서,
알아서 살아남아야 돼요.
아니 근데 그럴거면 왜 부트캠프에서 그 비싼 돈을 받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수도 있는데,
저는 왜 부트캠프에서 이런 식으로 교육하는지도 이해가 됐어요.
왜냐하면 개발자라는 건 진짜 자격증 시험이 아니거든요. 현업에서 개발 할때 무슨 시험 범위 내에서 사지선다 문제 푸는게 아니에요.
현업 개발자들이 푸는 문제는
전혀 구조화되지 않고,
정해진 해결책도 없고,
처음 보는 문제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하는 과정에 가깝죠.
그러니까 부트캠프에서도 이런 야생의 환경을 주고, 답을 찾아내라고 일부러 설계한 거예요.
왜냐? 그게 취업을 하면 하게될 일에 가장 가까우니까요.
모든 부트캠프가 다 그렇진 않겠지만, 제가 다닌 부트캠프는 그런 걸 굉장히 강조하는 곳이었어요.
물고기를 잡아주는 곳도 아니고, 심지어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도 아니에요.
그냥 뗏목 태워서 야생에 던져주는 곳이에요.
너가 야생에서 직접 물고기 잡아보라는 거죠.
이걸 깨달은 순간 솔직히 좀 스트레스가 오긴 했어요.
어려분 혹시 토익 학원 다녀보셨나요?
저는 예-전에 군대 때문에 점수가 필요해서, 토익 공부를 한 적 있는데요.
처음에는 돈 아까우니까 독학해야지, 이러다가 결국 학원에 한번 갔거든요?
근데 가니까
‘진짜 내가 이걸 왜 안 들었지?’
싶은 거예요.
기출 유형 다 분석해서,
푸는 방법 공식 다 알려주고.
2달 내에 몇점 하고 싶으면 이렇게,
3달 내에 몇점 하고 싶으면 이렇게
뭐 이런 플랜까지 다 짜여져 있어요.
그니까 정말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쉬운 건 아니지만, 해야될 건 명확하잖아요.
근데 토익과 개발은 완전 달라요. 개발은 그렇게 명확한 게 없는 거죠.
내가 주체적으로 해야돼요. 뭘 하면 개발자가 된다, 딱 정해져있지 않으니까요. 이게 꽤 스트레스다 이말이죠.
근데 한편으로는 너무 납득이 돼요.
우리도 이미 알잖아요. 토익 점수랑 영어 실력이랑 상관없다는 거.
개발도 그런 자격증 시험처럼 공부한다면, 실제로 개발 실력을 갖추는 거하고는 멀어질 수 밖에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어렵긴 하지만, 이렇게 배우는 게 맞다, 점점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제 공부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요.
원래 2주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줘요.
근데 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안 하겠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그 전 2주에 했던 프로젝트에 아쉬운 포인트가 있었거든요. 좀 더 그걸 개선하면 많이 배울 거 같았어요.
그래서 저 다음 프로젝트 안하고, 이거 다시 하겠다 이렇게 말하고 했었고요.
강의 같은 경우도 제가 당장 이해할 수 없고, 집중할 수 없는 주제다, 그러면 과감하게 안 들었어요.
그 시간에 뭐했냐?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공부를 했습니다.
또 정해진 과제 외에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뭐 코딩 테스트라든지, 코드 리뷰라든지, 면접 대비라든지, 이런 걸 별도로 다른 친구들과 스터디를 만들어서 진행했어요.
부트캠프 교육과정이 절대적인 게 아니고, 이 과정을 완벽하게 다 할 필요가 없다. 요 마인드셋이 생기는 거죠.
반대로
'내가 할 공부를 하는데 어떻게 부트캠프라는 환경을 써먹을까'
이런 쪽으로 고민을 했던 거 같아요.
뭐… 이건 지난 얘기니까 있어보이게 말해봤는데요.
당연히 쉬운 건 아니었고, 고민도 많이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근데 덕분에 ‘야생의 개발자’가 되기 위한 체력을 많이 쌓았던 거 같아요.
이렇게 6개월 공부를 하고 나서 본격적인 회사 지원 단계로 가게 됩니다.
이 얘기는 다음에 또 풀어볼게요.
부트캠프 진행중인데 너무 공감되는 글입니다. 막연히 생각했던 방법에 대한 확신도 얻어가게 되면서
글을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너무 좋은 글이었어요
사실 한국인들 90%가 초중고, 대학교까지 저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정해진 답 없어요.
반대로 토익 점수가 아니라 영어 잘하는 법을 추구한 사람이라면 개발도 잘 배우겠죠.
진짜 공감갑니다...! 전 그런 분위기가 너무 적응이 안되기도 하고.. 그리고 제 실력이 너무 못 받쳐줘서 결국 중도하차했는데 ㅜㅜ 다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근데 정말 개발자는 자격증이 아니란 말 너무 와닿네요
여러분 정말 피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정말 부트캠프에 돈 갖다 바치지 마세요. 글에서 나왔듯이 해주는거도 없으면서 돈만 어마어마하게 빨아먹는 교육기관이 대부분입니다. 몇백 또는 천만원 가까운 돈을 내고 왜 저러고 있나요? 유데미 인프런 이런 곳에서 더 양질의 강의를 몇만원 돈에 팔고 있습니다. 해당 강의에서 모르는거 물어보면 답변도 해줍니다. 그런 강의들 보면서 얼마든지 혼자 공부하고 프로젝트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이거 혼자서 안되면 사실 개발자로서 살아갈 역량이 안된다고 보면 돼구요. 부트캠프라는 곳들 대부분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불쌍한 취준생들 돈 빨아먹기만 하는 곳입니다. 학원들의 상술, 과대광고에 현혹돼서 돈 갖다주지 마세요 정말로. 혼자할 수 있어요. 정말 안타까워 말씀드립니다.
되게 공감이 가는 글 이네요. 저도 부트캠프 출신으로 현재는 1년정도 경력으로 판교 게임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부트캠프는 단순히 길을 알려주는 역할에 불과합니다.
부트캠프 나왔다고 뭐 잘한다 대단하다 이러한 수준이 아니에요.
그러기 떄문에 해당 과정에서 또 이후의 과정에서 자기 주체를 잡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
어느정도 이런게 있구나 정도만 알고, 이후의 과정은 스스로 찾아나가야 해요.
이왕 부트캠프 시작하신거 자기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너무 과정에 얽메이지 말고 해당 캠프 과정을 이용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하시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잘읽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