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어서 제가 개발자가 된 얘기를 계속 해볼게요.
저번에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 퇴사 얘기를 했는데요
그 다음에 뭘 했느냐?
일단 개발 부트캠프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비전공자가 개발을 시작하는 가장 흔한 루트죠.
거기서 하라는 대로 열심히 하면 개발자로 만들어 주겠지?
솔직히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름 이런저런 평판조사를 했고 가고 싶은 부트캠프를 정했습니다
하지만 부트캠프는 돈만 있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웬만한 곳들은 다 코딩테스트를 봐요.
에이 설마 떨어지겠어?
하고 봤는데 똑 떨어졌습니다ㅜ
그 탈락메일을 보는데 힘이 탁 풀리더라고요. 침대에 확 누워버렸습니다.
'겨우 이 정도 테스트도 내가 통과 못하다니..'
사실 아직 별로 한 것도 없었지만 뭔가 계획대로 잘 나가다가 갑자기 확 꺾여버린 느낌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제가 좀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고 있었던 건지,
그 일이 꽤나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날 저는 완전히 회피모드가 되었어요.
머릿속이 복잡하니까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더라고요
폰을 켜고 인스타, 페북, 유튜브를 계~속 봐요.
일부러 평소보다 자극적이고 웃긴것만 봅니다.
스크롤을 막 올리다가, 아 이제 진짜 더 볼 것도 없다, 싶은 때가 됐어요
그 때 시계를 보니까 어느새 새벽 2시더라고요.
늦게까지 안자고 내가 뭐 하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니까 또 기분이 확 안 좋아지는 거예요.
아 일단 자야겠다, 하고 불 끄고 누웠어요
근데 잠도 잘 안 와요. 계속 머릿속이 복잡한 거죠.
누워서
아 내가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문제 알 것 같은데..
아 미리 이렇게 했었어야 되는데...
나중에 취업에 문제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기분이 더 안 좋아집니다.
어쨌든 일단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이 됐어요.
저는 원래 오랫동안 해온 루틴이 있는데요.
운동, 명상, 글쓰기 세 가지에요.
그래서 일단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갔어요.
그리고 운동갔다 와서 커피를 한잔하고,
또 십분 동안 명상을 했고,
그 다음에 타이머를 맞춰놓고 글을 썼어요
뭐 대단한 글이 아니라 그냥 제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쓰는 건데요.
그러고 나니까 어제하고 다르게 기분이 확 나아지더라고요.
빡세게 운동하고 오니까 생각이 좀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특히 명상을 하면 내가 계속 돌아가던 그 생각의 쳇바퀴 바깥으로 좀 빠져나오는 느낌이에요.
명상이 자기 생각을 3인칭 시점으로 보는 연습이거든요.
글쓰기도 머릿속에 꼬여 있는 생각들을 하나씩 뽑아서 정리를 하다보면 이성적인 마인드로 돌아오는 느낌이 있어요.
제가 이 얘기를 왜 굳이 길게 했냐면요.
그 후에 개발자로 취업준비를 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완전 반복이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완전히 모르는 개발이라는 영역에 뛰어들었잖아요?
그러니까 계속해서 실패를 맛볼 수 밖에 없어요.
수업을 듣는데 이해가 안 돼요.
서류만 넣었는데 순식간에 탈락 메일이 와요.
코딩테스트를 봤는데 하나도 못 풀었어요.
어딘가에 면접보는데 대답을 잘 못해서 떨어져요.
계속 반복이거든요.
근데 사실 이건 당연한 거에요
제가 뭔가 안 해본 거에 도전하는 상황이니까 생각한 대로 다 잘 풀리면 그게 이상한거죠
근데 문제는 그 1번이 아니라 우리가 멘탈이 깨지면서 '하강 나선'을 그리게 되는 거예요.
<우울할 때 뇌과학>이라는 책에 보면,
우리 뇌가 한번 부정적인 모드에 빠지면 이성적인 작용을 하는 전전두엽이 잘 작동하지 않고 일어난 일을 더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돼요
그래서 스트레스나 불안이 더 생기게 되죠.
그니까 기분 좋을 때 칭찬받으면
'감사하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우울할 때는 칭찬을 받아도
'왜 갑자기 칭찬을 하지?'
'내가 불쌍하게 보이나?'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러면서 기분이 더 나빠지고 한마디로 멘탈의 악순환을 만들게 되죠.
근데 우리가 마음처럼 안 되고 실패를 계속 맛보게 되면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근데 제가 부트캠프 탈락의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깨달았던 거는, 제가 꾸준히 했던 루틴들이 제 멘탈이 하강나선을 타지 않도록 막아줬다는 거예요.
저는 개발자로 취업 준비하시는 분들 만나면 코딩이 아니라 '명상' '운동' '글쓰기' 이걸 제일 먼저 추천해요
왜냐면은 커리어 전환은 마라톤, 장기전일 수밖에 없잖아요
만약에 제가 100m 달리기를 했는데 한번 넘어지면 '완전히 글렀다'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근데 이게 장거리 마라톤이라면요?
지금 넘어진 게 아니라 얼마나 빨리 잊고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거 잖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이 밑바닥이 내려가지 않도록 막아줘야 돼요.
근데 이게 뭐 말이 쉽지.
사실 막상 그 상황에 있으면 쉽지가 않아요.
나는 코딩이 아닌가봐..
막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에 힘을 빡! 준다고 긍정적인 뇌가 될까요? 그렇진 않죠.
누구나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다운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근데 그럴 때 루틴이 최소한 그 방향을 바꿔주는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 과학적으로 사람의 컨디션과 기분을 상승시켜주는 여러가지 활동들이 있거든요.
운동, 수면, 명상, 감사, 결정, 음악, 호흡 등등..
한마디로 정신 건강 면에서 좋은 습관의 자격을 갖춘 것들이 있어요. 별로 어렵지도 않고요.
저는 그래서 그 중에서 몇 가지를 꾸준하게 오랫동안 계속해왔는데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게 제가 취업에 성공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제가 10개월 동안 많은 실패를 겪고 다운을 겪으면서도 이 멘탈이 꺾이지 않을 수 있게 잡아줬거든요.
물론 이런 걸 한다고 갑자기 행복해지고 짜릿하고 뭐 이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거죠
밑바닥을 막아주는 게 장기적인 결과를 결정한다는 걸 이걸 통해서 배운 것 같아요
그렇게 첫 부트캠프 탈락을 잊고 다른 부트캠프를 알아봐서 가게 되는데요
다음엔 본격적으로 코딩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서 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비전공자는 아니지만 복수전공을 하고 있구 개발자를 지망하는 대학생입니다! Eddy님 말씀처럼 꾸준한 루틴(운동, 산책, 글쓰기 등)이 개발자에게 정말 좋은 습관인 것 같아요. 매일매일의 컨디션이 다르듯 프로그래밍의 성과도 하루하루 다르더라구요. 이에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너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