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states] 4주간의 프리코스를 마치며

syong·2021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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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스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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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오는 각오고 지치는 건 다른 문제였다.

뭐든지 처음 배울 때는 그저 즐겁고, 이 공부가 내 적성에 맞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다.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나로서는 코딩을 배우는 일은 굉장히 신선하고 자극적인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늘 그 즐거움의 단계를 넘어선 순간부터 시작됐다.

부트캠프를 시작한지 3주 정도 되었을 때부터 학습량이 점점 많아지면서 조금씩 초조해졌다. 나는 남들보다 이해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다. 오히려 느린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천천히 이해한 만큼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꽤 괜찮은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3주째가 되어가고, 복습을 해도 다가올 과제와 학습진도를 온전히 소화해낼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배우는 내용들이고 더군다나 논리적 사고와 연산을 하루 온종일 해야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래도 그 때까지는 HA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놓지 않고 있었다.

4주째 되는 첫 날부터 문득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져오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한 달만에 이머시브 코스로 넘어갈 수 있을까?" 대답은 '넘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라는 결론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스스로 빈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각기 다른 사이즈의 책을 쌓는다고 비유를 해보자. 면적이 넓은 책이 아래에 있을 수록 위로 쌓을 책들에 안정감이 생긴다. 지금 나는 어떤 책을 가장 아래에 두어야 할 지도 모른채 주는 책을 무질서하게 전부 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중간중간 비는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때문에 쌓아왔던 책 전체가 흔들렸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지금의 상황에 직면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한달만에 프리코스를 통과하고 이머시브로 넘어가려고 그토록 애를 쓰고 초조해했던 이유는 다른게 아니었다. 취업을 최대한 빠르게 하고 싶었던 마음, 그 뿐이었다. 원래도 성격이 느긋한 편이 아니긴 하지만 정말 필요할 때는 신중하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려고 노력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커리어 전환 과정에서 그렇게 급하게 다 해치워버리려고 했던 것일까. 천천히 생각을 다시 해보면 참 어리석게도 '빠르면 좋을 것 같아서.' 따위의 이유였다.

이번 HA기간을 거치면서 다시 한번 내가 왜 이렇게 급하게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지 되짚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급하게 되려고 하면 안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지금부터는 4주간 내가 무얼 잘했고 무얼 놓쳤는지 기록하려고 한다.

4주간 내가 잘한 점

  1. 생활 루틴을 제대로 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틀에 한번씩 아침 러닝을 하면서 체력관리를 하고, 오전 7시 30분에 일어나서 새벽 1시 이전에는 잠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동안 나는 불규칙적인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에 활기가 생겼고 하루를 온전히 채워서 사용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질 수 있었다.

  2. 주말을 낭비하지 않고 복습을 하면서 보내거나 다 풀지 못한 코플릿을 풀면서 보냈다. 첫 주 토요일은 워밍업 기간이기도 했고 쉬는 날이 하루정도는 있어야 그 다음주를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쉬었지만, 그 이후 주말은 꾸준히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보냈다.

  3. 그날 배운 내용이나 스프린트는 단 몇시간이라도 복습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해가 느린 동시에 양이 많아 전부 하고 잘 수는 없어도 할 수 있는만큼 하고 끝내려고 노력했다.

4주간 아쉬웠던 점

  1.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것이 가장 아쉽다. 3주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던 생활루틴이 4주째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주요 원인은 멘탈관리의 실패인 것으로 추정된다. 초조함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한꺼번에 덮쳐오면서 조금씩 마음가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조금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지금은 마음가짐을 새로 다잡아서 다시 달릴 준비가 되었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력질주하고 피니쉬 라인을 막 지난 육상선수마냥 호흡을 고르기 바빴다. 다음 섹션에서는 지금 나는 전력질주가 아니라 마라톤을 뛰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최대한 지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 건강관리에 조금 소홀했던 것이 아쉽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면 식욕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그래서 끼니를 거르는 횟수가 늘어나고 그러다보니 의도치않게 자꾸 살이 빠지고 체력관리에도 차질이 생겼다. 마라톤을 뛰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페이스 조절과 체력관리인데, 둘 다 끝까지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총평

노력이 부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굉장히 인색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달은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친구들 만나 밥먹고 떠드는 것, 어딘가로 갑자기 훌쩍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모든 일상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부트캠프에만 매달렸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한 한달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달리다 보면 지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쳐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느냐, 아니면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 물 한모금 마시면서 재정비 하고 다시 뛸 준비를 하느냐는 러너의 선택이다. 지금은 바닥에 주저앉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나는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이제는 '개발자가 된다.'는 선택지뿐이다. 되면 된다. 되지 못한다는 가정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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