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개발자들 혹은 개발자를 지망하는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다.
“AI로 인해 개발자는 사라지나요?”라는 질문이다.
나 역시 이 질문을 계속 곱씹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발자는 AI의 영향을 가장 먼저,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직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곧 “개발자가 가장 먼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더 정확한 표현은, 역할의 형태가 가장 먼저 무너지고 재편되는 직종이라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부분의 인식으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개발자를 같은 의미로 보여지는 것 같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생각해보자
개발자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개발하는 사람이다.
여기에는 대상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하드웨어 개발자, 사업 개발자도 다 개발자가 될 수 있다.
즉, 개발자라는 개념은 행위 중심의 최상위 개념이다.
무엇을 개발하느냐에 따라 그 하위 분류가 갈릴 뿐이다.
개발자는 무언가를 개발을 하는 사람이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사전적 정의에 따라
"컴퓨터 과학 및 공학 원칙을 적용하여 소프트웨어를 설계, 구현, 테스트, 유지 관리하는 전문가"
라고 구분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소프트웨어를 설계, 구현, 테스트, 유지 관리하는 전문가"이라고 정의를 했다.
그럼 소프트웨어는 무엇일까?
위키피디아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Software consists of computer programs that instruct the execution of a computer. Software also includes design documents and specifications.
(소프트웨어는 컴퓨터의 실행을 지시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또한 소프트웨어에는 설계 문서와 명세서도 포함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컴퓨터의 실행을 지시한다(instruct the execution of a computer)”는 표현이다.
컴퓨터는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명령을 빠르고, 정확하게,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 실행하는 데 특화된 도구다.
즉, 소프트웨어란 사람이 하던 사고나 작업의 일부를 컴퓨터가 수행할 수 있는 형태로 정의하고 고정하는 행위에 가깝다.
이 과정을 통해 얻는 이점은 명확하다.
사람이 할 때보다 빠르고, 실수가 적고, 같은 일을 몇 번이든 동일한 품질로 반복할 수 있다.
결국 소프트웨어는 문제 해결 과정을 컴퓨터 위에 올려 자동화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감히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문제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자동화하는 사람”으로 표현해보고 싶다.
이 관점에서 보면, AI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너무 잘 맞는 도구다.
그리고 실제로도,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AI를 ‘사용’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AI를 다루는 방식은 다른 직군과 조금 다르다.
AI를 더 잘 쓰기 위한 에디터를 만들고,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고,
그 과정 자체를 다시 AI로 개선한다.
Cursor나 Antigravity 같은 에디터,
Vibe Kanban 같은 자동화 툴,
oh-my-opencode 같은 라이브러리들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회사들은 AI SDK나 Claude Agent SDK 같은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자기 회사에 아주 Fit한 에이전트들을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다시 개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그 결과 더 많은 자동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 순환을 선순환으로 볼 수도 있고, 엔지니어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잠식하는 악순환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변화의 중심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서 있다는 점이다.
AI로 인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역할이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코드를 작성하는 역할”만으로 정의된 직무는 가장 먼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개발자는 다른 형태로 재정의될 것이라고 본다.
요즘 1인 프로덕트, 1인 창업, 사이드 프로젝트가 점점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AI의 도움으로 한 사람이 기획, 디자인, 구현, 운영까지 담당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때 그 사람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기보다는 확장된 의미의 개발자에 가깝다.
다만 이 변화가 개발자의 수를 늘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전체 인원은 줄어들고, 한 사람이 맡는 책임과 범위는 더 넓어지는 방향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개발자는 사라질까? 라는 답변에는 No 라고 답변하고 싶다.
하지만 축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AI는 대부분의 직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직접적으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위기일 수 있다.
때문에 변화의 구조를 이해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면,
“내가 작성하는 코드가 아니라, 내가 정의하는 문제는 무엇인가?”를 더 자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