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생각: 고등학생들이 생각하는 미래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누군가는 사람과 대화하는 빅스비를 생각할 것이고, 이세돌 9단을 꺾으며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알파고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무리지어 사람을 공격하는 위험한 로봇을 생각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모호한 것이다. 그 와중에 인공지능은 삶 깊숙이 스며들고 있으며, 우리는 인공지능에 점차 적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공지능이란 무엇일까? 우리 삶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런 모호한 주제를 서술한 책 『만들어진 생각』의 저자들은 놀랍게도 고등학생이다. 학생 여덟 명이 인공지능에 관련해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골라 인공지능의 여러 측면에 접근하고 있다. 이 분야는 인공지능의 원리와 같이 전문적인 측면부터 경제적인 측면, 그리고 사회·철학적 측면까지 다양하다.
초반에는 인공지능의 정의와 원리, 활용 등의 원론적인 내용을 보여 주다가 중반부에 들어가면서 공학 외의 분야와 인공지능을 연관짓기 시작한다. 인공지능을 경제적 관점에서 실업률과 관련해 분석하는가 하면, 인공지능을 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이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 자체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본질과 자아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인간이 인공지능 시대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책의 목적은 우리 자신들을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 찾아가 온전히 닿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던, 새로운 것을 알게 해 주던, 어떤 식으로든 읽는 사람에게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그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임을 저희도 알았습니다."
책의 에필로그에 쓰여 있는 문구이다. 평가받는 것에 익숙한 나이일 고등학생들이, 평가에서 벗어나 온전히 읽는 사람을 위한다는 것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런 에필로그의 말을 체감이라도 하듯 글을 읽는 내내 학생들이 정보를 좀더 쉽게 전달하고, 독자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고등학생들의 다양한 시각을 드러내는 책이지만 정보 전달 측면도 손색이 없었다. 다소 전문적이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수박 겉 핡기 식의 내용도 아니고, 인공지능에 관련해서는 꽤나 전문적인 내용도 많이 들어가 있었다. 경제 관련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경제에 일절 배경지식이 없는 문외한이지만 어렵게나마 고개를 끄덕이면서 즐겁게 읽은 기억이 있다.

과학 연구의 이면성을 고찰한 부분도 존재한다. 과학은 기본적으로 양면성을 띤다. 이 책에서는 이를 적절한 예시를 들며 인공지능도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런 악용 가능성에도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있는 건 실보다 득이 많다는 과학자들의 판단으로 인한 것이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와 반사회적 영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글이다. 2015년에 출판된 책임에도 5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었다는 게 놀라웠다. 동시에 과학의 윤리적 문제는 끝나지 않는 굴레에 갇혀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만들어진 생각』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인공지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자아'에 대해 탐구하고, 더 나아가 '인간'자체에 관해 고찰을 시도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과학기술의 집합체로써만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인간의 본질에 관해 탐구한다. 인간은 기능적인 존재가 아닌 인간 자체로서 존재한다는 말은 내가 여태까지 '인간다운 삶'을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이런 고찰은 인공지능을 종합학문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요즈음 과학기술은 단순히 기술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중 인간 본질을 다루는 인공지능이야말로 공학, 사회학, 철학 등의 다양한 영역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과학기술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식과 코드의 늪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고 윤리를 사고할 때, 인공지능을 비롯한 공학사회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