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_220619

천처니·2022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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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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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 코딩 주간에 들어섰다.

지난주에 팀업을 통해 BE와 통신할 때 사용하는 axios를 배웠는데, 흐름이나마 조금 파악한 정도지 아직 잘 쓰지는 못하지만 FE가 두명이니까 머리 맞대고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조별과제는 원래 웃고 떠들면서 서로 격려하고 서로 끌어주는 재미로 하는거지,!! 하는 희망찬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 했... 으나.

역시 내 삶이 그렇게도 순조롭게 풀리는 삶이었던가.
우선 클론의 주제를 정하는 순간 부터 삐그덕 대기 시작했다. 다른 팀은 의욕적으로 주제 선정을 팍팍 진행해 나가는데 오후 세시가 다 되어서야 주제가 선정 됐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주제 선정을 마치고 난 뒤, BE 팀원들과 API 명세서 논의 중이었는데, 팀내 다른 FE 분이 갑자기 던진 '근데, boolean 값이 뭐예요?' 라는 질문에 순간 공기가 얼어 붙었다고 느낀건 나뿐이었을까.

등줄기가 싸해졌다.

어... 불린... 어 물에 불린... 배를 불린 주머니를 불린...
세상에. 농담이 아니었을까.

모든 팀원들이 긴장한 가운데 모니터 너머에 앉아 있을 그 분의 눈빛은 진짜 모르니까 얼른 대답해 달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

그래. 모르는건 물어서 확인하고 가야지. 그게 팀이다.
친절하게 설명해 드린 뒤, BE 팀원들이 200을 성공일 때 주고 400을 오류에 준다는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그냥 메세지로 주시면 안돼요?'

다시 한 번 팀 테이블의 공기가 찐하게 얼어붙었다.

...어... 메세지... 문자메세지일까. 그래. 분명히 카x오톡으로 인해 도태 된 기술인 문자메세지. 그런 구시대의 로스트테크놀로지를 사랑하시는 엔틱한 이모션의 소유자이신가 보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분의 세삼 진지한 눈빛에 누구도 입을 떼지 못 했고 그렇게 회의는 좌초 위기를 맞았다(...)

그런 헤프닝을 넘어 어떻게든 뭐가 진행 되는 듯 보여 우선적으로 난 뷰를 깎기 시작했다.
그래. B반의 뷰 깎는 프론트 노인이 바로 나 아니던가. 원숭이라도 뷰는 깎을 줄 아는거다.
그렇게 한창 뷰를 깎으려던 중 문제의 FE 팀원이 다가와 건넨 한마디에 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근데 기능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
.....

항해를 시작한지 대충 50여일 정도 지난 이 시점에서 저런 질문을 듣고 나니 항해 첫날로 갈 수 있는 시공간 균열이 열려 빨려 들어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 그럼 지금 뭐 만들고 계셨어요? 라고 물어보니
그 분께서 자신있게 말씀하시길.

와이어 프레임 이요,!!!

........

..............주여 어디 계시나이까...
난 분명 무신론자 였는데 주말에 교회라도 나가봐야 하는걸까.

와이어프레임을 실제 와이어를 들고 와서 금형하시는 걸까. 그런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몇시간 동안 와이어프레임만 만드셨을리가 없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심지어 클론코딩이라 스크린샷만 찍어도 나오는 와이어를 시간 단위로 제작 중이시라는데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BE 팀원들에게 달려가 긴급 회의를 요청하고, 최대한 기능 다이어트를 해야 될 것 같다며 수정 논의에 들어갔다.
이번 프론트는 내가 혼자 다 하게 생겼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왜 불길한 예감은 한번도 나를 빗나가는 적이 없던가.

BE 분들과 부랴부랴 수정 회의를 마친 뒤 우리는 다시 그분께 조심스레 여쭤봤다.
별점 기능 정도는 해주실 수 있겠느냐고.

아뇨 저 그런거 못 해요.

...........................................
....
왜요? 라는 말이 목젖을 지나 혀에 감겨 뱉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에. 아니 잠깐 내가 지금 뭘 들은거지. 내 논리회로가 작동을 멈췄다.

그러니까. 뭘 할 수 있으신 걸까요 선생님.
아냐. 이렇게 물어보면 너무 비윤리적인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질문을 삼키고 묵묵히 1인 프론트워크를 진행하겠노라 굳은 각오를 다지고 진행중이던 프로젝트를 밀었다.
이 때 시각 오후 10시.
새로운 기능이나 테크닉을 연습하는 주간으로 삼아보자고 생각했던 내 계획이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냥 머릿속에는 '조졌다' 라는 말만 멤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이내 '나도 내 코가 석자인 수준인데 이걸 내가 과연 혼자 다 할 수 있을까'로 발전했다.

그래. 혼자서 멱살잡고 캐리할 실력이 못 되는 내가 잘못한거다. 이건 분명히 내 잘못일거다.

깊은 좌절감이 밀려왔다.
이번 주. 과연 난 하차를 안하고 버틸 수 있을것인가.

항해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 같다.
일단 하는데 까지 해보자(...)

팀원이라는게 이렇게 중요한거라는걸 뼈저리게 느끼는 한주가 될 것 같다.

다음주가 대망의 실전 프로젝트인데, 팀원에 따라 중도 하차를 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거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나도 실력이 미천하기 짝이 없기에 코딩 실력 여부를 떠나서 같이 머리 맞대고 고민하며 문제 해결할 수 있는 사람 만나면 어떻게든 진행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지 자체가 결여 돼 있거나 대화 조차 불가능한 팀원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까...

분명 이 산을 헤쳐나가면 난 더 성장할 수 있으리란 마음으로 어떻게든 해나가는 중이긴 하지만 다음주가 너무 너무 걱정돼서 스트레스가 가득 밀려온다.

제발 제발 말 그대로의 좋은 사람 만나서 실전 팀업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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