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생 개발자의 2021년 회고 - 1. 개발자가 되기까지...

Han Gyul Kang·2022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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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일기장(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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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실 처음 써보는 회고록으로 2021년까지의 인생 전반적인 회고가 담길 예정입니다.
회고록을 통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볼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개발자 두 분을 벤치마킹 해서 작성하는 회고록으로...
한 분은 직업 전향 시기에 큰 영감을 주신 이동욱
또 다른 한 분은 예체능 출신 개발자인 저에게 훌륭한 자극제가 되어주신 한정수


1. 음대생이란...

신입생으로 음악대학에 입학했을 때 부터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전공실기는 모두 A를 받고 졸업하겠노라는 목표를 가지고있었습니다.

매 학기마다 약 일곱 분 정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시는 교수님들로부터 받는 실기 점수가 평균 A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테크닉, 감정선(=표현력), 무대매너, 노력 등 아무리 잘 해도 일곱명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기는 쉽지 않죠.

건반 위가 터진 손가락에서 나는 피로 미끄러워질정도로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가졌던 목표를 달성한 채 2017년도 2월에 목원대학교 건반악학부 피아노과를 실기수석 엣헴 졸업했습니다.

여느 음대생들이 다 그렇듯(특히 남학생들은...) 4학년은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 첫 번째 이유는 졸업 준비
- 두 번째 이유는 졸업 연주 준비
- 세 번째 이유는 앞으로의 미래...

주변 학우들과 교수님들은 피아노 유학으로 음악 공부를 지속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부담스러운 스물아홉살, 무엇보다 밥 벌이가 걱정되었습니다.
졸업연주 무대에 오르는 순간, 내 음악 인생이 끝 세로줄 에 다 왔음을 직감했습니다.

2. 밥벌이 인생 시작...

그렇게 음대를 졸업한 2017년도 2월부터 동대학교 테크노과학대학 미생물나노소재학과의 조교로 근로계약을 하였습니다.

계약직 조교로 근무하며 학부생 대상으로 취업 특강을 진행하다보니 평소 접하지 못했던 과학기술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17년도에는 우리 대학에 빅데이터 바람이 불어 취업 특강 주제가 대부분 빅데이터였고, 저도 자연스럽게 빅데이터 전문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1년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서른살마저 조교로 보내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워 계약 갱신을 포기하고 퇴직했습니다.
다소 막연했지만, 빅데이터 전문가로 취업하고싶었습니다.

3. 무슨 엔드? 백엔드? 뒤끝?...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는 방법을 탐색하다 우연히 찾은 것이 백엔드 개발자였습니다.
우선 백엔드 개발자로 접근해서 경력을 쌓은 뒤 빅데이터 전문가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보게 된 것이죠.

백엔드 개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기서 이동욱님의 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1) 3번째 직장에 오기까지

국비과정은 피하고싶었지만 당시 갑작스러운 일로 가세가 많이 기울어 금전적 지원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우선 아르바이트라도 할까 했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이런 생각을 부모님께 공유드리니 최소한의 지원은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곤 말씀하셨죠.


이왕 개발자가 되기로 한 거, 정보가 느린 지방보다 서울에서 공부를 하는게 어떻겠니?



2019년도 8월, 역삼동에 있는 ITWILL 국비학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약 1년간의 고시원 생활을 병행했습니다.

흔한 웹 개발자 양성 과정이었지만 훌륭한 동료들을 만난 덕에 서로 자극제가 되어주며 6개월간 매일 밤 9시까지 남아 공부하고 또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이 땐 몰랐지... 난 분명 백엔드 개발자가 되고싶었는데 어쩌다가 SI 프로젝트를 뛰고있는걸까..?

2020년도 2월에 국비과정을 마치고 면접을 본 회사 세 곳 중 한 곳에 합격하여 2020년도 3월부로 입사하였습니다.

4. 개발 프로그램은 어떤걸 설치할까요?

개발 회사 생태계를 잘 모르는(SI, SM, 서비스, 플랫폼 등등의 IT 회사 구조) 입장에서 처음 입사한 회사가 그저 판교에 있어서 좋았습니다. ㅋㅋ
첫 출근을 하는 날 자리를 배정받고 인사도 드리고 자리 정리 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주변 팀원분께 여쭤봤습니다.


개발 프로그램은 어떤걸 설치하면 될까요?
- 응? 여기에선 그런거 설치 안 해도 돼


주변을 훑어보니 개발을 하는 분도 없고, 자리도 듬성듬성 비어있었습니다.
자리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어떤 서류를(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제안서를 열심히 쓰고계셨던 것...) 작성중이셨고, 4주간 본사대기 및 OJT를 마친 후 첫 파견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5. 첫 글을 마치며...

다음 글에서는 SI 개발자로 살아온 후기와 첫 퇴사까지, 그리고 백엔드 개발자로 포지션을 바꾸어 이직하게 된 이야기를 다뤄볼 예정입니다.
근래 퇴사를 앞두고 여러 회사들에 면접을 다니다보니 하나같이 음대 출신 개발자는 처음본다고 하시더군요.

제 지인 개발자들 중에서도 음대 출신 개발자는 손에 꼽습니다.

  • 첼리스트였던 개발자
  • 작곡가였던 개발자
  • 실용음악과 보컬리스트였던 개발자
  • 드러머였던 개발자
  • 피아니스트였던 학과 후배 개발자
  • 마지막 한 명은 CC로 시작해 지금은 아내가 된 제 와이프

저는 개발자로 진로를 확정짓기까지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음악만 공부한 입장에서 갑자기 개발자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고 단정지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서 약 1년을 날렸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입장에서 개발에 입문조차 못 하고 계신 예술인 분들에게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작은 용기라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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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개발자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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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일

안녕하세요 구글링하다가 우연히 이 글을 봤어요! 저도 음대 출신이라 궁금한게 많은데 여쭤봐도 괜찮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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