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회고록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생각해봤는데, 조금 부끄러운 일로 먼저 시작하려고 합니다.
작년에 작성했던 2021년도 회고록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림이 왔습니다.
조회수 통계를 보니 아무도 안 읽을 것 같던,
그래서 더더욱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을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읽어주셨더라구요.
덕분에 구글에 '음대생 개발자'로 검색하면 제 회고록이 최상단에 노출됩니다만...
솔직히 너무 부끄럽고 민망해서 글을 삭제할까 싶었습니다.
여하튼 저는 네카라쿠배당토직야몰두센마에그원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광인효현숙경영정순헌철고순
이렇게 대단한 회사의 개발자도 아니고,
전한길 선생님 말씀처럼 자가 진단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봐도, 그렇게 뛰어난 개발자는 아닙니다.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글삭튀를 할까 했지만,
우선은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을 감수하더라도 블로그에 회고록을 쓰는 행위는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자가진단
회고록(回顧錄)
말 그대로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난 1년의 여정을 정리하다 보면 자가 진단이 저절로 됩니다.
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반성하고, 미래를 더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목표한 바가 있다면 우선 여기저기 알려라
대학 시절 존경하는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입니다.
우선 뱉고 보면, 적어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 뱉은 것들을 지키려고 하고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합니다.
백엔드 개발자로 이직한 회사에서 저는 크게 세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와 각종 화면 개발 툴(WebSquere, MiPlatform)에서 탈출해서
실무에서 Spring Boot와 AWS 환경을 겪는다는 사실만으로 출근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처음 만나보는 QueryDSL에 적응하기 위해서 빠르게 스터디를 진행했고
생 Query만 짜던 개발자가 드디어 객체지향 코딩을 해보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억에 남은 업무를 몇 가지 뽑아보자면
- JWT 토큰 인증 구조 완전히 새로 구축
[1 user = 1 id]를 성공적으로 적용하여 걸음 수 어뷰징 문제를 대폭 개선- 인증 서버를 완전히 분리해서 Monolithic Architecture에서 Microservices Architecture로 방향성 제시
- 동시성 이슈에 취약했던 구 게시판 전면 개선
좋아요, 댓글, 게시글 등등 중복 입력(따닥) 문제 해결- 서버 걸음 수 입력 로직 처리 시간 0.3초대로 대폭 개선
이 부분은 할 말이 정말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블로그에 개선 과정을 공유하고싶네요.- 배포 자동화 적용
- 사용자의 앱 로그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로그 서버 구축
- 백오피스 웹 고도화 개발 지원
정도 됩니다.
열심히 일 한 결과 한참 부족한 3년 차 주니어 개발자였지만,
감사하게도 2023년 2월 AWS Korea에서 진행한 [AWS re:Invent re:Cap] 행사에 백엔드 리드 개발자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 3월 31일부로 Swallaby에서 퇴사했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하나같이 저를 뜯어말렸습니다.
SI 프리랜서 개발자를 하던 친한 동생도 불경기에 SI조차 서울에 그 많던 프로젝트가 씨가 말랐다
면서 어딜 가려고 퇴사하느냐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이유가 제 퇴사 결정을 번복하게 하진 못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 회사이다 보니 백엔드 개발에 대해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가 부족했습니다.
물론 혼자 스터디해서 코딩한 결과물을 무중단/실시간으로 돌아가는 서비스에 배포하고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모습을 봤을 때 얻게 되는 성취감과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실무 능력이 분명 크게 성장했고, 개발에 자신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어? 이게 되네?'
가 점차 '응. 이렇게 하면 돼.'
로 바뀌고있었거든요.
다만 어딘지 모를 불안함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이대로 경력을 더 쌓았다간 우물 안 개구리는 확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4월 22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서 여유로운 결혼 준비를 할 겸
지인들의 충고를 뒤로한 채 퇴사를 강행했습니다.
2023년 4월 22일(토)
9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 cc로 시작해서 참 먼 길을 걸어서 결혼에 골인했네요.
둘 다 퇴사한 백수였던 터라 결혼식에 맘 편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도 개발자입니다. 물론 저처럼 음대생 출신이구요.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기다리는 것이 출근이 아닌 휴식이어서 마음에 조급함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아둔 돈이 충분하다면, 그리고 마침 이직 타이밍이 온 것 같다면?
결혼식 전 퇴사를 강추합니다 ㅋㅋ...
5월과 6월은 정신없이 쉬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앞으로 갖기 힘들 방학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걸 다 잊고 쉬는 데 집중했습니다.
일단 1편은 여기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대체로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면,
다음 편에는 해당 글 서론에 언급했던 자가 진단과 이를 통해 새롭게 목표한 것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미루다 보니 작성 시기가 너무 늦어버린 2022년도 회고록인데,
이렇게 된 김에 올해 상반기 그리고 현재 근황까지 섞어서 작성해볼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20000...
아... 백수... 달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