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많은 주니어/취준생 분들의 이력서에는 이런 말이 가득합니다.
근데, 경험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력이란 무엇인가요?

튜토리얼을 완주한 기억, 검색으로 꿰맞춘 설정, 다른 사람의 고민이
자신의 ‘경험’으로 포장되어 ‘이력’으로 작성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표제어는 화려하지만, 정작 그 문장 안에
왜 그렇게 했는가(Why),
무엇과 비교했는가(Options),
무엇을 감수했는가(Trade-offs),
무엇이 달라졌는가(Outcome)
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말하지 못한다면, 그 경험은 사실상 거짓된 경험(이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유행하는 기술 이름을 붙이는 일은 쉽습니다.
“CI/CD”, “대규모 트래픽”, “LLM·에이전트” 같은 단어는 이력서를 단번에 근사해 보이게 하죠.

그러나 유행어가 신뢰를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신뢰는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어떤 대안을 비교했고 왜 그것을 골랐는지,
그 선택이 만든 성과와 대가가 무엇이었는지
검증 가능한 근거에서 비롯됩니다.

잠깐 상상해 봅시다.

“대규모 트래픽 대응 경험”이라는 한 줄 뒤에,
병목을 어떻게 식별했는지(지표·프로파일·재현 시나리오),
어떤 선택지(스케일업/스케일아웃/캐시/큐/스로틀링)를 비교했는지,
왜 그중 하나를 택했는지(비용·복잡도·리스크),
그리고 결과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지표의 전후 비교, 실패와 회고)

그것들을 말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죠.
말할 수 있다면, 누가 뭐라하더라도 그것은 나의 것입니다.

반대로 이런 고리가 비어 있다면,
그 한 줄은 다음 면접에서 몇 개의 질문이면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우리가 쌓아 올린 ‘경험’의 표제를 잠시 지우고, 무엇이 경험인가?에서 시작합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경험을 어떻게 다시 정의하고, 근거로 재구성하며,
끝내 커리어와 성장을 향해 퇴고하는 방법을 함께 점검해봅시다.

경험의 재정의


먼저 “경험”이라는 단어부터 짚고 가죠.
여러분이 이력서에 적는 그 ‘경험’, 정확히 무엇을 말하나요?

“난 이 게임 해봤어요!!!” 같은 사용기인가요?
아니면 튜토리얼을 따라 한 기록인가요?
혹은 “그 기술을 쓰기 위해 이런 고민을 거쳤다”는 이야기인가요?

저는 마지막처럼 고민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야기가 경험(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경험에는 그것을 설명할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문제를 인식했고,
어떤 대안을 검토했으며,
최종적으로 무엇을 선택했고,
어떻게 적용했고,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까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돌아간다면 무엇을 바꿀지까지 그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력서로서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겠죠.

[A의 이력서]

  • CI/CD 구축 경험
  • 대규모 트래픽 처리 경험

[B의 이력서]

  • 복잡한 빌드 과정(스크립트 중복·순차 실행)으로 리드타임이 길어져, 단계별 모듈화병렬화. 캐시(Docker layer) 도입으로 빌드 시간 단축 (예: 18분 → 7분)
  • 과도한 트래픽으로 요청 실패 증가. 즉시 처리 대신 DB에 이벤트 큐 테이블을 구축해 요청 관리, 재시도·DLQ 정책 설계. 스로틀링/백오프 적용으로 오류율 완화 (예: 5xx 7% → 1%)

누가 보아도 B의 이력서에는 고민의 흔적이 보이잖아요?
저는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을 근거로 바라보기


물론 누군가는 말할 겁니다. “개발 기간이 촉박한데 그런 걸 일일이 계산하고 있냐?”
이해합니다. AI의 발전으로 개발 시간은 더 짧아지고, 우리는 매일같이 “생산성”의 압박을 받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도 생각해볼까요?
고민 없이 그저 주어진 기능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면,
AI가 하는 일과 우리가 하는 일은 무엇이 다를까요?

우리는 개발자잖아요.
개발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본질에는 늘 질문고민이 있습니다.

저는 그 질문과 고민의 연쇄가 남긴 자취를 경험이라 부르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내가 생각한 근거들의 결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없을 때는 일단 문제를 해결한 뒤 퇴고로 근거를 채워도 됩니다.
이 과정은 익숙해진 관성에서 벗어나 다른 시야로 결과를 평가하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어요.

아래의 질문을 던져봅시다.

  1. 왜 지금 이 문제였나? (우선순위·비즈니스 맥락)
  2. 어떤 대안을 검토했고 왜 버렸나?
  3. 최종 선택의 트레이드오프는 무엇이었나?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했나)
  4. 전후 지표로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나? (숫자/사례)
  5. 다시 한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 (재현 가능한 전략)

아주 간단한 회고죠?

다만, 사람의 뇌는 기억에 대한 “편향”을 가지고 있어서
너무 옛날의 일을 지금 퇴고하려고 하면 그때와는 아주 다른 근거들을 나열하게 됩니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늦어도 그 문제를 해결한 날 밤에는 정리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우리 같이 고민해요.


대부분의 글이 그러하듯, 이 글 또한 정답이 아닙니다.
그냥 “경험”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한 한 명의 관점일 뿐이에요.

그러니 알려주세요. 여러분은 어떤 경험을 고민을 하시나요?
이 글을 읽고 “경험”이나 다른 내용에 대해서 저와 대화하고 싶으시다면,
댓글이나 DM을 통해 말해주세요! 언제나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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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학교에서 상호 성장하는 기술의 장을 만들어갑니다.

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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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1일

공감가는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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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2일

좋은 인사이트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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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5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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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8일

믓시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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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8일

최근에 비슷한 내용으로 뼈 맞은 적이 있는데,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고찰하게 되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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