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에 군 입대 일주일 남은 사람

Yeongbeom Song·2024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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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 D-7


2024년 05월 27일, 나의 입영일로 이 글을 쓰는 2024년 05월 20일은 군 입대가 7일 남은 시점이다. 군 입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감정은 그냥 "혼란스럽다."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 혼란스러움을 해소하고 스스로 마음의 정리를 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이 군 입대를 막아주거나 연기시켜줄 수 없지만, 진솔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 만으로 혼란스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 공군 전문기술병 전자계산 특기 858기로 2024년 05월 27일 공군교육사령부를 통해 입영할 예정이다.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다면 21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2026년 02월 26일 전역하여 다시 사회로 복귀할 예정이다. 2026년이 올 것이라 생각하면 참으로 암담하기도 하고 눈앞이 깜깜해지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도 국방부의 시계는 움직이고 있고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흐르고 있다. 물론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면 모두에게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대한민국 남성으로 태어나 몸에 심각한 하자가 없다면 누구에게나 부여된 국방의 의무이기 때문에 나는 그 국방의 의무를 행하러 가는 것 뿐이다. 많은 국민이 이러한 국방의 의무를 명예롭게 생각하지 않고 국가는 이러한 사태를 방치하고 있지만, 내 정신건강에 이로우려면 명예로운 국방의 의무를 행하러 가는 것이라 좋게 좋게 생각하는 것이 옳다. 어쨌든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잡설은 이제 그만하고 "왜? 지금 군대를 가는지?"에 대한 답변과 "군 복무 중 무엇을 할 것이지?"라는 답, 그리고 "군 전역 후 무엇을 해야할 것이지?"에 대한 답을 해보도록 하겠다.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받은 질문이기도 하고 내 스스로 많은 고민을 통해 정답을 찾아가야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뭐 이러한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심란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들어주었으면 한다.

왜 지금 가는가?


2001년 9월 15일 생인 나는 한국 나이로는 24살, 만 나이로는 22살로 군 입대를 하기에는 약간은 늦은 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공군이기 때문에 엄청 많은 나이는 아니고 평균 보다 약간 높은 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육군을 다녀오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24살의 입대는 끔찍한 일 일것이다. 사실 24살이면 여자 기준으로 사회초년생으로 한 발을 내딛는 나이 이기도 하고 슬슬 어른으로 인정해주는 나이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해도 사회 생활을 멈추고 군대에 가야한다는 것이 좀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일이고 나의 이러한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2021년에 사실 난 군대를 빠르게 혹은 편하게 갈 기회가 있었다. 2021년 11월 SW마에스트로 제12기 연수 과정이 끝나고 나에게는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산업기능요원과 창업지원사업이라는 극단적인 양자택일에서 많은 고민을 하였고 나는 후자를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2022년부터 현역의 산업기능요원 학사 편입이 금지 되어 절망적인 근무 조건과 동시에 34개월이라는 긴 기간이 리스크로 다가왔으며, 동시에 창업지원사업은 일생일대의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과 사병 월급 인상이라는 정책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하여 빠르게 병역을 해결하고 경력을 쌓기"

  • 장점 : 사회에 남아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회사를 다니며 경력을 쌓을 수 있음
  • 단점 : 산업기능요원 막차로 낮은 임금과 긴 기간이라는 절망적인 계약 조건만 존재함
    vs.
    "창업지원사업을 받아 창업을 하여 성장하고 더 많은 배움을 얻기"
  • 장점 : 일생일대의 기회인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된다면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음
  • 단점 : 아무튼 현역병으로 군대에 입대하여 18개월 ~ 21개월 간 군복부를 해야함

당시 나는 아직 회사를 다니기에는 부족하고 더 많은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던 창업을 22살의 나이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군 복무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였던 안일함과 동시에 군 복무 기간 18개월에 병장 월급 200만원은 나름 군 복무를 수행해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고 있고 창업을 했다는 것이 나에게 엄청난 성장을 가져와 주었기 때문에 옳은 선택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냥 군대를 가야하는 시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으면 어땠을까?"라고 곱씹어보는 것 뿐이다. 암튼 2021년 당시 창업을 선택하면서 나는 예비창업지원금 수혜, 이공계 국가우수장학 선정, 공군참모총장상 수상 등 수많은 명예를 누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군 복무를 하는 21살 ~ 23살의 기간을 나는 고속성장의 기회로 삼으며 미친듯이 일하고 미친듯이 공부하면서 보냈다.

그렇게 2024년이 되었고 나는 24살이자, 학부 3학년을 수료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대학원 석사 진학이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새로운 꿈이 생기자 기회는 늘어났다. 바로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선택지였다. 2023년 중반 부터 나에게 연구라는 꿈이 새롭게 생겼고 진로를 대학원 석사 진학으로 결정한 시기부터 몇몇 사람들이 전문연구요원을 권유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으며, 사실상 전문연구요원은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지였다.

전문연구요원이 될려면 빠르게 대학원을 진학해야 했지만, 나는 자대를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가 목표로 하는 학교의 랩은 대부분 군필자를 선발하고 있었으며, 지속적인 저출산으로 전문연구요원 또한 산업기능요원 처럼 감축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였다. 나는 급박하게 준비하고 싶지 않았고 내 진로를 군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군대라는 것이 앞으로 내 인생에 지속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나는 자유롭게 사고하고 자유롭게 내 진로와 인생을 결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문연구요원 또한 선택하지 않았다.

전문연구요원을 선택하지 않은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현역 입대 만이 있었고 최대한 빠르게 병역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전공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공군 전문기술병 전자계산 특기를 선택하게 되었다. 나의 많은 친구들도 선택하였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며, 앞선 3년간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을 고민 했던 것 처럼 불확실한 것에 대한 고민을 더 이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육군/해군 SW 개발병을 선택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내가 24살에 군대를 가게 된 이유는 딱 한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나에게 왔던 확실한 기회를 잡아 최대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불확실한 것을 최대한 배제하며 인생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이다. 간단하고 확실한 나의 판단 기준이었으며, 기회를 잡고 최대한 리스크를 줄여 언제나 자유롭게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나의 인생 철학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군 복무 중 할일


나에게는 목표와 꿈이 있다. 현재 최우선적인 목표는 군 복무를 잘 이행하는 것이며, 동시에 군 복무 기간 동안 대학원 진학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후순위 목표는 3년간의 강박적인 공부와 업무를 통해 얻게된 정신적/육체적 불안정성 해소하는 것이며,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규칙적인 삶과 운동을 통해 외면과 내면의 안정과 평화를 얻고자 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나의 군 복무 중 할일은 다음과 같다.

대학원 준비
1. 여러 논문과 책을 읽으며 공학과 인문학에 대한 식견을 넓히기
2.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얻은 여러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논문 써보기
3. 대학원 학과와 랩실을 결정하고 컨택하여 구체적인 입시 준비를 마치기


영어 공부
1. 전반적인 영어 읽기/쓰기/말하기 능력을 향상 시키기
2. 졸업 요건 및 입학 요건 충족을 위해 TOEIC 800점 이상 취득하기


건강 찾기
1. 강박 관념을 해소하고 내면의 평화 찾기
2.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력과 심폐지구력 향상하기

군대에서 하기에는 벅찬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 3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고 싶다. 건강 찾기의 경우 시간 투자 보단 일상적인 생활 습관 개선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대학원 준비영어 공부의 경우 상병까지는 영어 공부에 집중하고 이후에는 대학원 준비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시기를 나누어서 이행하고자 한다. 21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하루에 4시간 씩만 투자 한다면, 약 2500시간 동안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이 시간을 굉장히 긴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할 수 있다.

군 전역 후 계획


사실 군 전역 후 계획은 아주 추상적이다. 2년 이후의 일을 계획 세우는 사람도 많이 없을 뿐더러 나의 인생관 자체가 Agile 처럼 짧은 기간의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후 나를 피드백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하는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상적인 목표는 존재한다. 상술했던 것 처럼 대학원 석사 진학이 가장 최우선적인 목표이며, 전역 후 4학년은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차순위의 추상적인 목표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나의 추상적인 군 전역 후 계획은 다음과 같다.

대학원 석사 진학
1. 가능하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학교의 컴퓨터과학 전공 학부/학과에 진학하고자 함
2. 시스템 소프트웨어 혹은 소프트웨어 공학 관련 랩실에 들어가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음
3. 학기 중엔 자대 학부 인턴, 여름 방학 기간에는 타대 학부 인턴을 하고 싶음


학부 졸업
1. 소프트웨어 공학,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컴파일러, 인공지능 등 전공을 수강하고자 함
2. 현재 학점과 석차를 유지하여 Summa Cum Laude의 명예를 가지고 졸업하고 싶음


워라벨
1. 대학원 진학 전 시간을 활용하여 해외 여행(태국, 터키, 호주) 여행을 하고자 함
2. 여자친구를 사귀어서 행복한 학교 생활을 보내고 싶음

사실 군 전역 후 계획 중 대학원 석사 진학과 학부 졸업은 목표를 위한 과정에 가깝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주를 탐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학부 졸업과 대학원 석사 진학은 우주를 탐험하기 위한 전문성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하지만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행복을 위한 꿈에 가깝다. 2022년 이후 나는 오랜 시간 솔로로 살아왔고 연애 세포는 이미 죽은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과 설렘은 여전히 머리 한 구석에서 기억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 나에게 그 감정과 설렘은 내 인생의 행복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래서 나는 여자친구를 사귈 것이다.

걱정되는 점...


군 입대 전 송별 자리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가 나에게 한 질문을 했다. "군대를 갈때 가장 걱정되고 두려운 점이 뭐야?"라는 질문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었고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변하는 것이, 나를 잃는 것이 가장 두려워"라는 답이었고 그 친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질문과 대답은 내가 군 입대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 대한 이유를 관통 하였으며, 이 질문을 듣고 고민했던 찰나의 시간 동안 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군대는 어쩔 수 없이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이다. 또한 군대의 존재 이유는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폭력적인 조직이다. 하지만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고 내가 가장 중요시 하는 가치는 자유이다. 또한 나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옳은 일을 행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군대는 그러한 공간이 아니다. 상명하복 해야하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공간이다.

물론 옳은 일(예를 들면 훈련)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한다. 훈련은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대는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일이 언제나 존재하는 공간이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 사고하고 내가 옳다 생각하는 일에 최신을 다할 것이며, 부조리가 있다면 이를 극복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내가 그 부조리에 수긍하고 합리화를 하는 날이 오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내가 더이상 자유롭게 사고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가장 두려운 것이다.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자유를 모른다. 예를 들어 중국인과 북한인들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고 그들은 공산당의 규제와 억압을 당연시 여기고 살아갈 것이다. 나는 자유를 알고 있다. 하지만 곧 자유를 박탈 당할 수도 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자유를 잊어버리고 나의 자유로운 사고가 멈추게 되는 그 순간이 내가 가장 걱정하고 두려워 하는 점이다. 물론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나를 오랫동안 봐온 모든 사람들도 내가 변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민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이 글을 써내려오며 오랜 시간 가졌던 걱정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정리할 수 있었다. 군 입대를 걱정해주고 응원해준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으며 2026년 02월 26일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여러분을 다시 만날 그 날을 고대하며 글을 마치겠다. 그래도 자주 휴가를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난다면 종종 모두를 만났으면 하며, 군대 안에서도 모두와 종종 대화하고 교류하며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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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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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30일

조심히 그리고 안전하게 다녀오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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