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통 개발자'


짬통 개발자가 무엇일까?

'짬통 개발자'는 나의 개발 인생을 설명하는 단어이자 나의 상황을 표현하는 단어이다.

나는 '짬통 개발자'에 대해 이러한 정의를 내렸다.

"어떤 하나의 기술 스택에 전문가가 되지 못하고 다양한 스택을 얕게 공부하는 개발자를 지칭하는 말"

어쩌면 자신을 비하하는 말이고 어쩌면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재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고 '가면 증후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짬통 개발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변치않는 사실이다.

왜 내 스스로를 '짬통 개발자'라고 지칭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에는 조금은 긴 설명이 필요하다.

나의 개발 역사


내가 처음 개발 공부를 시작했던 시기는 초등학생 때로 올라간다. 단순히 컴퓨터와 로봇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굉장히 어린 시절부터 여러 로봇 키트들을 통해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툴을 기반으로 나만의 로봇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중학생 시절에는 코딩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된 학교의 영향으로 엔트리를 접하게 되었고 그 당시 나는 꽤나 재능 있는 학생이었다. 이를 눈여겨 보던 부모님의 추천으로 IT 특성화고로 진학하게 되었으며, 나의 본격적인 개발 공부가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다양한 기술 스택에 대한 개요를 제공하는 학교 커리큘럼 덕에 C, Java, Python, Linux, Django, Unity, Android 등 매우 다양한 언어와 프레임워크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었다. 물론 간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준의 난이도였지만 이 경험을 이후에도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개발을 잘하는 학생은 아니였다. 사실 처음 배운 C언어는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고 그 당시 전학을 생각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아두이노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코딩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내가 꿈꾸어왔던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행복했다. 덕분에 개발 실력도 좋아지고 여러 대회에서 수상을 하는 등 졸업을 하는 시점에서는 나름 잘하는 학생으로 선생님들의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대학 또한 소프트웨어학과에 진학했다. 사실 대학교 1학년 때는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것에 복습이었기 때문에 매우 좋은 성적을 받아 과 수석도 해보았다. 고등학교에서는 그저 그런 실력이었던 내가 오히려 대학교를 가니 좋은 실력으로 평가 받는 것이 아이러니 했다. 그러나 이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나에게 용기를 주어 고등학교 때부터 꿈꾸어 왔던 SW 마에스트로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첫 지원에 합격하게 되어 SW 마에스트로 제12기 연수생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이 시기 소마에 집중하기 위해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1년간 휴학을 하게 되었으며, 덕분에 뛰어난 많은 동료 연수생과 우상이 되는 많은 멘토님들을 만나 개발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며 성장할 수 있었다.

소마 제12기 연수생에서는 프론트엔드를 기술 스택으로 가진 연수생들이 적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굉장히 많은 기술 스택을 접한 나는 프론트엔드에 약간에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프론트엔드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때 Flutter라는 크로스플랫폼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를 처음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Flutter로 나와 우리 팀이 만든 '이얌 - 나만의 식단 관리 코치' 서비스가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아 예비 창업 지원을 받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22살의 나이로 대표가 되어 창업이라는 꿈을 실천하게 되었다.

나의 첫 상용 서비스인 '이얌 - 나만의 식단 관리 코치'를 통해 창업을 시작한 나는 소마 연수 시절과 동일하게 Flutter 개발을 담당했다. 다만 함께 할 동료가 있던 연수 생활과 달리 프론트엔드 인력은 나 혼자였으며, 회사를 운영하고 경영하는 업무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물론 함께 해준 백엔드를 담당하던 팀원이 있었지만, 대학교 2학년도 수료하지 못한 응애였던 내가 멘토도 없이 혼자 개발과 운영을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스스로 공부하고 성장함을 통해 서비스를 잘 개발하고 운영해 나갔지만 아직도 나는 내 소스코드를 신뢰하지 못한다. 오히려 혼자 개발과 운영을 해 나감을 통해 내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정말 많이 들었으며, 그 때문에 학교에 2학년 2학기에 복학하여 학업과 창업을 함께하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들었던 대부분의 수업은 내가 알지 못했던 내용이기 때문에 정말 어려웠으며, 내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정말 많이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창업 지원 사업이 끝나고 학교도 종강을 한 지금, 내가 3학년에 올라가는 지금이 바로 나의 현재 모습이다.

그래서 뭐가 문제야?


나의 개발 역사만 보면 열심히 살아왔고,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비슷한 동 나이 또래에 비해 약간의 경험과 약간의 실력이 더 있다는 사실을 나는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스스로 그 경험과 실력이 앞으로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라는 대답을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내가 뭔가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한가지 기술 스택을 선택하지 못했고 그나마 가장 많이 했던 Flutter 또한 잘한다고 말하기 애매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확실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언제나 결과에 재촉 당해 깊은 배움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만 할 뿐이며, 이것이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통해 '펑~' 하고 터져버린 느낌이다.

소마 연수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련하여 현업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법들을 공부하였고 이를 활용하여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은 나에게 정말 큰 배움이 되었다. 이 당시에는 결과에 대해서 재촉 당하지 않았고 나에게 배움을 주는 동료 연수생이자 선배가 있었고 멘토님 또한 있었다. 하지만 창업에서는 달랐다. 고객 피드백을 기반으로 버그를 수정하기 급급했고, 언제나 정해진 목표에 맞추어 새로운 기능을 릴리즈하는데 급급했다.

또한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는 환경 또한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나에게 10시간이 주어지면 5시간은 회사를 경영하고 세무를 처리하는데 쓰였고, 2시간은 고객 피드백에 대응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사용되었으며, 단지 3시간만이 순수한 개발을 위해 사용되었다. 70%의 시간을 개발 외적인 일에 투자하게 되었고 나에게 이것은 너무나 끔직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의 문제가 정확히 무엇일까?

나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도 잘 모르는 상황이지만 현재 상황에 대해서 나의 문제를 정의해보기 위해 며칠간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도출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반복을 싫어한다.
2)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3) 한 분야의 깊이 있는 배움이 부족하다.
4) 실패를 두려워하고 리스크 관리를 우선시 한다.
5) 결과를 매우 중시하여 항상 결과를 위한 개발을 한다.

그렇다.

한 분야의 깊이 있는 배움 없이 여러 기술 스택만 탐색을 했던 나는 '짬통 개발자'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결할까?


며칠간의 생각을 통해 나의 장점이자 강점인 것들이 내 스스로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가장 첫번째 목표는 이제는 학업에 조금 더 집중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대학교를 입학한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단 한번도 학업에 온전히 집중 해본적이 없었다. 항상 나에게는 학교 수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존재 했으며, 이를 진행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곤 했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더 학업에 집중하고 학업과 연관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2023년 여름 방학에는 학부 연구생을 통해 지금까지 배웠던 전공 지식을 더 심화 있게 공부하고 연구할 계획을 현재 생각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교수님과 상담을 진행하였다.

두번째 목표는 결과 보다는 내 성장에 집중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프론트엔드에 집중했었고 Flutter를 주로 공부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Flutter을 조금 더 깊게 공부해볼 생각이다. 물론 Flutter가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고 이것이 내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오랜 시간 투자했던 만큼 조금 깊게 공부해볼 생각이다.

물론 무조건 Flutter 만을 공부해볼 생각은 아니다. 지금 현재에도 나에게 부족한 백엔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node를 공부하고 있다. 나에게 성장에 집중한다는 말은 결과를 중시하여 돌아가는 코드를 만드는 것이 아닌 바닥부터 천천히 깊게 공부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글을 마치며


아직 1월이고 나의 나이 또한 23살로 어리다면 어린 나이다. 이러한 나의 걱정이 기우일 수도 있고 이 글에서 쓴 나의 판단이 틀린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나는 나의 성장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란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 또한 2023년 행복한 성장을 하길 바라며, 아직 부족한 나에게 조언이나 격려 한마디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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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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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일

개발을 잘하는 사람은 꼼수를 잘 부리고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점점 생각되고,
그것은 다양한 경험에서 옵니다. 하나를 파본 경험도, 다양한 것을 시도해본 경험도 모두 문제해결에 도움을주니 약점이 될 수가없지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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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일

좋은 경험담 보고 갑니다. 글 써준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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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9일

한 분야의 깊이 있는 배움 없이 여러 기술 스택만 탐색을 했던 나는 '짬통 개발자'였다.

이미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열심히 운영하셨던 것 같아요. 비즈니스 없이는 개발자 역시 목적성을 잃는다고 생각해요. 멋진 개발자이십니다! 🙆🏻🙆🏻‍♀️
물론 기술적 열망이 있으시다 보니 이러한 고민이 나오셨던 것 같지만, 충분히 열정을 가지신 만큼 기술적으로도 많은 성장이 있으실 거에요. 응원합니다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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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9일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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