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부는 마케터를 읽고 - 상

조 은길·2023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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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생각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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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vs 갤럭시

오래 전부터 필자에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바로 일반인들은 왜 애플을 사용하는가였다. 필자 주변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 맥북 등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왜 사용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그들은

  • "그저 애플 제품이 좋다"
  • "다른 회사 제품보다 저렴하다"
    (이건 거짓이다. 애플 가격은 동일한 타사 제품에 비해 사양 대비 1.5~2배 이상 비싸다)"
  • "애플을 써야 다른 사람들과 얘기가 통한다"
    등 상당히 비이성적인 답변을 내렸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맥북과 아이폰을 써봤다. 갤럭시가 주지 못하는 기기간의 강력한 연동력, 에어 드랍, 뛰어난 보안 등 애플 제품들은 확실히 우수하다.

하지만, 애플은 너무 비싸다. 이러한 모든 것을 감수해도 비싸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은 애플을 사용한다. 애플이 아무리 가격을 올리고 어댑터를 불편하게 바꿔도 불평을 할지 언정, 결코 갤럭시나 윈도우 제품으로 갈아타지는 않는다.

개발자, 영상 편집자, 작곡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서류작업을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이 전부다. 맥북으로는 고사양 게임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애플을 추종한다.

애플은 더이상 누군가에게는 이성적인 소비가 아닌 하나의 종교이자 신앙으로 자리잡았다.

  • 애플의 강력한 팬덤

    처음에는 미국과 최신 트렌드를 추종하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팬덤층은 국가, 인종, 종교, 이념을 뛰어넘는다. 어떤 인종이건 어떤 종교나 신념을 가지고 있던지 애플의 팬들은 존재한다. 그 어떤 선구자도 이뤄내지 못한 범세계적인 인류 통합을 일개 IT 기업이 해낸 것이다.

이 강력한 매력을 넘어서는 추종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나는 그 근원을 찾을 수 없었다.


하이 컨셉의 시대

더이상 제품의 기능만으로는 경쟁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능은 기본이고, 아름다움과 초월성 같은 것을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이폰이 한국에 판매되기 직전 한 대기업 임원진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때 아이폰이 들어오면 그 기업은 한 방에 훅간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기업 임원진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아이폰을 다 분해해서 조사해봤다. 겁낼 것 전혀 없다. 우리 휴대폰에 기술적으로 전혀 상대가 안 된다. 게다가 주요 부품은 우리꺼다."
한마디로 전혀 문제없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사태는 아실 겁니다.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 대기업 3사는 모두 골로 갈 뻔했습니다. 지금 승승장구한다고 말하는 그 회사도 사실, 안드로이드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죠. 그다음, 안드로이드를 가지고 있었던 구글은 이 사건을 토대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 "죽을 때까지 코딩하며 사는 법 " p252 中

우리는 골로 갈 뻔한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이 누구인지 안다. 하지만, 그들의 판단 역시 아주 잘못 되지는 않았다. 그들은 성능에 집중해서 판단했고 그것만 놓고 봤을 때, 아이폰은 결코 한국 휴대폰의 적수가 못됐다.

  • 대기업들이 놓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크게 2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1.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 vs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

아이폰의 출현은 휴대폰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놨다.

아이폰 직전 세대의 폰들은 이제 막 터치 스크린이 도입된 터치폰들이었다. 하지만, 터치폰들은 앱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저 컴퓨처처럼 인터넷에 들어가고 어떤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웹싸이트로 이동해야 했다. 그저, 터치 기능이 들어간 2G 폴더폰이었다.

아이폰은 앱이라는 개념을 전세계에 처음으로 보급한 기업이다. 웹싸이트의 이동이 필요없이 클릭 한 번으로 필요한 기능이 켜진다. 지금이야 너무나 당연한 기능이지만, 이 기능을 처음 사용해본 사람들은 충격받았을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앱의 존재를 몰랐을까?
여기서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의 한계가 나왔다고 표현하고 싶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은 오직 하드웨어만으로 제품을 평가한다. 그것이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의 한계이다.

2. 제품 홍보의 차이

미국에서 MP3 플레이어를 처음 선보인 기업은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였다. PC의 오디오 기술을 개발해 유명해진 싱가포르 기술회사다. 이들이 시장에 첫 제품을 출시하고 무려 22개월이 흘렀지만, 애플은 경쟁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중략) 하지만 이들은 자사 제품 젠을 5GB MP3 플레이어라고 광고했다. 애플이 표현한 '주머니 속의 노래 1000곡'과 정확히 같은 내용이었다. 차이가 있었다면 크리에이티브는 자사 제품의 '무엇을' 내세웠고, 애플은 그것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말했을 뿐이다.

  • 사이먼 사이넥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p73 中

  • " 5GB MP3 " vs " 주머니 속의 노래 1000곡 "

" 5GB MP3 "와 " 주머니 속의 노래 1000곡 "은 동일한 성능의 기기를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소비자에게 다가오는 파급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이미 목격했다.

스티브 잡스는 마케팅을 혐오했지만, 실상은 본인이 가장 뛰어난 마케터였다. 필자는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여러 번 들었지만, 16년이 지났음에도 그렇게 아름답게 제품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여기서 아름답게라는 것은 일반인들이 왜 이 제품을 필요한지 그리고 이 제품이 얼마나 대단한 제품인지를 쉽고 강렬하게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애플은 이미 ''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기업이었고, 하이 컨셉 시대로 진입한 회사였습니다. 그러니, 이제 막 산업화 시대를 거처 정보화 시대를 바라보고 있던 우리나라 휴대폰 대기업들은 아이폰의 파괴력을 이해할 수 없었던 거죠.

  • "죽을 때까지 코딩하며 사는 법 " p253 中

안타깝게도, 이 시절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5GB, 300만 화소 등 일반인이 다소 와닿지 않는 고성능 캐치프레이즈로 광고했다. 솔직히, 그 시절 광고들을 보면, 연예인 얼굴 외에는 제품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다.


비이성적인 소비

평균적으로, 아이폰은 1대를 팔아 37.4%를 남기고 갤럭시는 1대를 팔아 11%를 남긴다.
➡️ 애플 작년 사상최대…영업이익률, 삼성모바일의 2배 넘어
하지만, 그런 악랄한 애플 못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이미지 출처
사람들은 비싼 명품 왜 소비할까 - 매일 경제

따지고 보면, 루이비통, 프라다, 에르메스 같은 명품들도 마찬가지이다.
명품은 결코 이성적인 소비가 아니다. 그건 명품의 마진율(=순이익)에서도 알 수 있다.
➡️ 명품백 마진율 나왔다…"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30% 육박"

매출이 아닌 순수익률 30%는 기업에게 있어서 꿈의 숫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비정상적인 마진율을 기록한다는 치킨 브랜드 수익율도 평균 14%대이다.
➡️ 글로벌 기업 뺨치는 K치킨 영업이익률의 비밀

아마존은 2021년 기준 매출은 20% 증가했지만, 영업 이익은 -32%였다.
➡️ 아마존, 이커머스 적자 대행진의 끝은?

2021년 쿠팡은 20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조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냈다.
➡️ 가슴 아픈 이마트 시가총액 2조원 by 슈카월드
➡️ 쿠팡 1조원 적자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 by 슈카월드

심지어, 스포티파이(Spotify)는 창업 이래 2022년까지 단 한 번도 영업 이익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 스포티파이, 음악의 경계를 넘어서다 - Forbes Korea

그러니, 명품 브랜드들이 기록하는 순수익률 30%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그리고 명품 기업들이 가방 한 개 팔 때마다 얼마나 많이 남겨먹는 건지를 알 수 있다.


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는 건가?

이제 비이성적인 소비가 일어난다는 것은 알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소비가 일어나는 걸까?

필자와 똑같은 고민을 하던, 조승연 작가는 이에 관한 의문점을 시작으로 책을 집필했다.

조승연 작가의 생각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원조의 혼에 열광한다. ➡️ 종교적 숭고함은 기술이나 논리보다 훨씬 더 위다. ➡️ 사람들은 소유하지 못해 나와 단절된 상품에 강렬한 욕구를 느낀다.

  • 작가의 결론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기업들이 바로 그런 마법으로 탄생한 기업들이라고 소개한다.

🧐 인류학적 마케팅

작가는 마법이라고 부를만큼 강력한 마케팅을 인류학적 마케팅이라고 소개한다.

  • 인류학적 마케팅
    • 영웅을 만들고 문화를 지배하는 마케팅
    •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300-400년 넘게 사용된 강력한 무기이다.

다음 시간에는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인류학적 마케팅이 벌어졌으며, 우리의 삶은 거기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알아보자.


인류학적 마케팅이 애플의 팬덤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

천하의 스티브 잡스도 애플 초기에는 여러 번 제품 흥행에 실패했다. 이 때의 잡스는 제품의 미관도 신경썼지만, 최첨단이라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었다. 잡스가 회사에서 퇴출된 12년간은 "썩은 사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기업 이미지가 밑바닥을 쳤다.

하지만, 잡스가 경영에 복귀한 뒤로 모든 게 바뀌었다.

잡스는 매일같이 똑같은 옷만을 입었고, 그 자체만으로 자신이 애플이 간판 모델이 되었다. 또한, 기업의 추구하는 가치를 알리는 예술적인 브랜딩도 펼쳤다. 그리고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듣는 사람이 쉽게 이해될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이다.

이것이 맹신에 가까운 팬덤층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특히나, 이 팬덤층들은 대부분 학사 이상의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부자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다른 소비에서는 10달러라도 깎으려고 안달이지만, 아이폰과 맥북은 아무리 터무니 없는 가격을 책정해도 갤럭시나 윈도우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현상은 위와 같이 표면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만약, 저 이유들만으로 팬덤이 설명이 되려면, 애플을 그대로 카피해서 스티브 잡스의 복장까지 따라하는 샤오미에게도 팬덤층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샤오미는 맹신적인 팬덤층이 없다.
소비자들이 샤오미를 구매하는 이유는 "대륙의 실수"라고 불릴 정도로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샤오미가 타사 제품보다 조금이라도 비싸다면, 그들은 샤오미를 이탈할 것이다.

즉, 애플의 팬덤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변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잡스의 발언을 들었을 때, 나는 해답을 얻기 위한 새로운 변수를 발견했다.


"인류학적 마케팅"의 증거

사실 필자는 인류학적 마케팅이 어느 정도 근거를 바탕으로 한 작가의 뇌피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잡스가 한 말을 듣고서 조승연 작가의 방향성이 정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잡스가 스스로 인류학적 마케팅을 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 자료 출처
    tvN 벌거벗은세계사 112화 - 스티브 잡스

🤔 마케팅??

마케팅 vs 영업

가장 큰 차이점은 타겟의 범위이다.
영업의 경우에는 개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활동을 진행한다.
반면 마케팅은 MZ세대처럼 타겟을 좀 더 넓게 잡는다는 특징이 있다.


마케팅 vs 광고

  • 마케팅 : 제품을 포장하는 것
    제품의 본질과 마케팅이 합쳐져서 "가치"라는 게 형성된다.
    ➡️ 마케팅만 잘해가지고 본질이 형편없으면, 그 제품은 금방 들통난다.

  • 광고 : 포장된 제품을 널리 알리는 것

  • 마케팅 * 광고 = 브랜딩

자료 출처 및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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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길로만 가는 "조은길"입니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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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5일

글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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