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첫 여름 해커톤 회고

김한울·2022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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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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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해커톤 때 무엇을 했는지 남겨 놓으면 좋을 거 같아서 쓰는 글이다. 애들은 나름의 별명을 붙어서 기록했다.

0. 서론

살면서 처음 해본 해커톤. 솔직히 4월 전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드라마 스타트업을 보고 해커톤을 진짜 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캠프 때 해커톤을 한다고 했을 때 가슴이 뛰었다고나 할까... 1등 하고 싶어서 실력 좋은 애들을 찾아 영입했다. 그래서 팀 이름은 드림팀.


1. 주제 정하기

받은 주제들은 정말 난해했다. <포용과 혁신을 통한 지속 가능 국가 실현> 뭐 이런 거였는데... 17가지 목표가 적혀 있었고, 내가 첫 번째 목표인 "빈곤층 감소와 사회 안전망 강화"에 대해서 가정 폭력를 주제로 한 앱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개인적으로 정인이, 원영이 사건 같이 가정 폭력에 대해 많이 분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웃에 대한 관심을 고조 시키는 것이라고 많이 이야기 하고, 그래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앱을 만들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2. 첫 의견 충돌

내가 제안한 커뮤니티는 이웃을 의심하는 커뮤니티였다. "옆집에서 애가 매일 우는데 괜찮을까요?" 같은, 근데 우리 조 코짱2가 그럼 분란의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나도 저 생각을 했었고 그 생각을 접었던 것은, 이 앱의 정당성을 "이웃 간의 관심 고조"로 시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짱2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뭔가 불발 된 듯한 기운을 느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그랬다.


3. 행운

주제를 딱 받은 날이 해커톤 하기 이틀 전이었는데 마침 게임 기획자 분의 DB모델링 특강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애들이랑 아이디어 정비를 하다가, 기획자 님께 피드백 개념으로 아이디어가 어떤지 물어봤다. 그러니까 나를 이렇게 부르시더니 아이디어가 생기면, 머릿속으로 하지 말고 정리를 하면 좋다고 하셔서, 같이 살을 덧붙여가며 마인드맵으로 정리를 해보았다.


4. 사전모임

해커톤 하기 전날 밤, 역할을 나누고 좀 더 아이디어 구체화를 하기 위해 정독실 6에 모였다. 난 이걸 왜 기억하고 있지... 아무튼 거기서 나는 기획과 발표를 맡기로 하고, 디짱이 디자인, 코짱 1, 2가 프로그램을 짜기로 했다. 그리고 첫 번째 의견 충돌에 대해 합의 봤다. 커뮤니티를 없애면 완벽한 정당성을 세우기가 어려워지니까 커뮤니티는 그대로 놓고, 대신 의심글을 올리는 게 아닌 "본인의 이야기"를 올리고, 회원에게만 글을 보여주고, 글을 볼 수 있는 사람을 근처 5km 사람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갈래를 잡았다. 의견 충돌이라고는 하지만 되게 평화롭게 조정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내가 그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 허용 여부를 받아서 허용했으면 다른 sns로 공유를 하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반응이 갈렸다. 예고하면, 이것도 추후에 2차 의견 충돌로 이어진다. 아무튼, 분위기는 좋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 아침까지 앱 아이콘을 생각해 오기로 하고 헤어졌다.


5. 해커톤 -디자인 도우미

드디어 해커톤 당일이 되었다. 하루종일 노트북을 봐야 돼서 키보드랑 마우스랑 노트북 거치대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강당으로 갔다. 여러가지 설명들을 듣고, 드디어 해커톤을 시작했다. 앱 아이콘은 네 명 다 생각해온 게 하트 악수 뭐 이런 거라서, 디짱 님이 아이콘 만들었고 앱 이름은 '드림'으로 정했다. 기획을 어느정도 해와서, 바로 화면 리스트를 쓰고, 그거를 개발팀(이라 해봤자 코짱 두 명)한테 던져주고 화면 구성을 시작했다. 약간 내가 화면 구성을 잡으면 디자인팀(이라 해봤자 디짱 한 명)에서 디자인을 하는 식이었다. 화면 구성을 하면서 기획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어서 내 일은 아니지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구성을 하면서 디짱 님한테 공유 허용 의견 갈리던 거 설득도 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공유 허용을 해 놓으면 공론화 피드에 글을 올리고 공유 허용을 안 하면 새 글 피드에 5km 반경 사람에게만 보여지는 걸로 기획을 더 구체화 했다.


6. 해커톤 -기획서 작성, 서론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 부은 기획서. 기획서는 전공 동아리 계획할 때 했던 걸 긁어 와서 재활용했다. 고등학교 와서 기획서 계획서 아무튼 땡땡"서" 엄청 많이 써서 쓰는 실력이 늘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솔직히 몇 시간 안에 해커톤에서 쓴 기획서가 며칠 잡고 있었던 전공 동아리 계획서 보다 잘 썼다. 많은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총 6페이지를 작성했다. 진짜 한 5명 정도 보신 듯.


7. 해커톤 -기획서 작성, 유사 사례 조사

유사 사례는 가정폭력에 대한 앱은 없었고, <아이지킴콜>이라는 아동 학대에 대한 앱이 있었다. 이 앱에는 소개와 점검, 신고 이 세 가지 기능이 있다. 정부 기관에서 만든 앱이고, 기능이 되게 간단해서 '드림'과 차별점이 정말 많다. 대표적인 것은 '아이지킴콜'은 제3자가 이용할 수 있는 앱이고, '드림'은 제3자 뿐만 아니라 당사자도 이용할 수 있다.


8. 해커톤 -기획서 작성, 구체적인 내용 그리고 두 번째 의견 충돌

구체적인 내용은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눠서 적었다. 기능적 측면과, 구조적 측면, 화면 구성이다. 기능적 측면에는 '드림'의 기능들을 나열했는데, 이 부분을 적으며 기획에 대한 구체화를 더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옆 자리 앉은 디짱 님한테 기획에 대한 질문... 허락을 되게 많이 구했는데 그러던 도중 의견 충돌이 있었다. 커뮤니티의 모든 글을 회원에게만 보여주기로 한 뒤 공유 허용 기능을 추가해서 조금 엇갈렸던 거 같다. 공론화 피드를 비회원에게도 보여주는 거냐고 물었는데, 디짱 님이 반대를 해서 한 30분 동안 설득했는데 안 넘어왔다. 그래서 더 이야기를 하다가 멘토 분들께도 여쭤보고 했는데 답이 안 나와서 이야기를 진짜 많이 하다가, 비회원에게는 공론화 피드는 보여주되 그 글에 달린 댓글은 보여주지 않기로 합의를 봤다.

구조적 측면에는 아키텍처를 그렸다. 서버와 DB, 그리고 '드림'과 사용자가 어떤 관계인지 처음에는 서버와 DB를 서버 하나로 그렸는데 멘토 님께서 두 개를 나누면 좋을 거 같다고 하셔서 나눴다. 화면 구성은 디짱 님 디자인 완성되고 올렸다.


9. 해커톤 -기획서 작성, 앱 운영 방법

앱 운영 방법은 두 가지를 적었는데, 기술적으로 바라본 운영 방법은 이 앱을 웹앱으로 개발해 프론트는 html, css, js, android studio를 이용하는 것이고, 백엔드는 MariaDB와 PHP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 코짱 님들이 이렇게 만들겠대요... 그래서 진짜 만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에 대한 운영 방법, 즉 수익은 어떻게 낼 것인가에 대한 운영 방법은 답이 없었다. 우리는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을 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정부 지원이다. 약간 보건복지부 같은 데서 이런 앱이 있다면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왔다. 그리고 어떤 멘토 님께서는 초록 우산 같은 재단의 투자도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10. 해커톤 -발표 준비, 위기

발표는 무엇을 중심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기획을 탄탄하게 짜놨기 때문에 기획 중심으로 발표를 하기로 했다. 솔직히 나는 발표 만렙인데 이번에는 너무 다사다난 했다. 내 발표는 글은 최소한으로 적고 사진을 많이 활용해서 시각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목차로 나눠서 딱딱하게 보여주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얘기하며 발표하는 게 내 발표 사상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대본을 쓰며 ppt를 만들고 있었는데 공식적인(?) 중간 피드백을 받을 때 이런 사진만 있는 ppt를 보고 심사 위원들이 평가를 할 수 없지 않겠냐는 부정적인 말을 들었다. 기획서가 있어 괜찮다고 했더니, 기획서는 안 걷을 거라고 심사 위원들은 그냥 ppt만 보며 심사할 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ppt의 내용을 많이 쳐줘도 기획서의 30프로밖에 안 담았기 때문에 멘탈이 나갔다. 그래서 팀원들과 회의를 했는데, 이때 우리 팀 담당 멘토 님께서 하신 회심의 말은 "기획서 안내고 1등 못해서 후회하는 게 나은가, 기획서 내고 1등 못해서 후회하는 게 나은가"이다. 이 말을 듣고 그냥 기획서를 노빠꾸로 직접 가서 드리기로 했다. 사실 이때 진짜 멘탈이 나갈대로 나가서 여러 쌤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상황이 너무 스타트업 드라마 같았다. 드라마 여주인공 된 느낌…


11. 해커톤 -발표

발표는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대본도 꼼꼼히 외웠고 시간도 채웠다. 다만 아쉬운 건 시연 영상이 진행자 님 노트북 문제로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점수 합산 다 하고 시연 영상 다시 보긴 했다. 아무튼 제일 걱정했던 기획서는 오히려 좋게 봐주신 거 같다. 발표가 끝나고 질문 시간에 대답 못하고 추후에 생각해보겠다 얘기한 것도 있었지만 다른 질문을 잘 받아쳤다. 기획보다는 개발에서 질문이 더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아 맞다 슬라이드 넘기는 리모컨도 잘 안 됐다. 아쉽다.


12. 해커톤 -시상

시연 영상이 2분 짜리인데, 30초 정도까지 밖에 못 보고 꺼져 버린 마당에, 후에 다시 보여줄 기회를 주겠다면서도 점수에 반영은 안 시킬거라고 하셔서 걱정 했다. 지들이 잘못해놓고… 진짜 장려상에서 이름 부를까 봐 다리 떨었는데 감격스럽게도 1등을 해버렸다. 진짜 기획서 때문에 멘탈 나갔던 거 생각나고, 애들한테 민폐 끼칠까 봐 전전긍긍했던 과거가 머리 속을 스쳐가며 상 받을 때 울었다. 이건 창피해서 엄마한테 말 안 했다. 너무 행복하다. 드림 팀 최고!


13. 맺는 말

첫 해커톤에서는 기획자로 참여했는데, 다음에는 개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조금 부러웠다. 이번 1학기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c언어로 구구단 짜기 같은 거 밖에 없어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개발을 꼭 다음 해커톤에서는 할 것이다. 그래서 당장 이번 여름 방학 계획에 웹 만들어 보기를 넣었다. 다음 해커톤 회고는 꼭 개발자 회고로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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