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길게 쓰지는 않을 거지만, 정리해보자면 단순한 기록보다는 생각을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었다.
스타트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능력 자체보다도 중요한 건, 얼마나 시간을 함께 투자할 수 있는가, 신뢰할 수 있는가였다.
처음 팀을 꾸릴 때는 ‘올인’과 ‘신뢰’를 기준으로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올인’이라는 말은 사람마다 기준이 너무 다르다.
그래서 지금은, 각자가 얼마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지를 서로 명확히 공유하고, 그만큼은 책임지는 게 더 현실적이고 건강한 방식이라는 쪽으로 기준이 바뀌는 중이다.
학기제와 학부제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학부제 선배님과도 면담을 진행했었는데,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팀도 개인 사정에 따라 주 2일은 아르바이트, 하루는 휴식을 가지며 일하는 식이었다.
그걸 보면서, 중요한 건 무조건적인 몰입이 아니라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지키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워크에 있어서도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나는 예전부터 task를 개인 단위로 부여하고, 각자가 속도 조절하며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가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 방식이 재택이든, 비대면이든, 각자의 리듬을 살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함께 일하고 싶어지는,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주고받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좋은 팀워크라는 걸 배웠다.
일이 재미있어지고, 나도 자발적으로 몰입하게 되더라.
나는 평소에 컨디션이 안 좋을 땐 억지로 붙들기보단 일단 쉬고 회복한 다음, 집중해서 단기간에 처리하는 걸 선호한다.
그래서 시간보다 task 기반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편이고, Velog에 Today I Learned를 오랫동안 꾸준히 쓸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던 것 같다.
초기에 팀원을 선택할 때 나와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위해 일부러 다른 스타일의 환경에 뛰어들었다.
낯선 선택이었고, 효율은 분명 떨어졌지만, 오히려 덕분에 나와 다른 방식—예를 들면 ‘투입 시간 중심’의 사고 방식—을 배우고, 그런 구조가 작동하는 방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게 꽤 큰 배움이었다.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힘들기도 했다.
처음에 알고 들어온 일정이나 흐름과는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고, 특히 일정이 수시로 유동적으로 바뀌는 점은 적응이 쉽지 않았다.
중간에 그만둘까 고민도 했고, 지금 돌아봐도 다시 고민했을 것 같다.
그만큼 고단한 시간이었다.
내 일상은 거의 사라진 듯했고, 하루하루는 바쁘게 지나갔지만 정작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목적 없이 흘러가는 느낌도 있었다.
결국 발표 직전에야 의미를 붙이는 식이 되었고, 결과는 좋았지만 그게 진짜 의미 있는 과정이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히 얻은 건 있다.
앞으로 창업을 하든, 새로운 경험을 하든, 명확한 목표와 목적 의식 없이 흐름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
무엇을 하든 "내가 이걸 왜 하고 싶은지", "이걸 통해 어떤 가치를 얻고 싶은지"를 계속 물어야 한다는 것.
개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쓸 것 같아서 만든다’가 아니라,
“내가 왜 이걸 만들고 싶은가?”,
“이걸 통해 증명하고자 하는 건 뭔가?”
그걸 먼저 고민하고 나서 움직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요즘 학부제/학기제 여부에 대한 고민도 비슷하다.
그냥 제도나 기회로 생각하지 말고,
"내가 왜 이걸 선택하려는가?",
"이걸 통해 나는 무엇을 얻고 싶은가?"
그 질문부터 던지고 판단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