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웹 퍼블리셔 팀을 리딩하면서 느낀 점은 ‘작은 리더’의 역할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회사 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부사수와 함께 해왔지만, 작년의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과업을 내려받아 일을 나누고 진행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현 과업에 대한 파악과 더불어 다음 과업에 대한 일정을 고려해 전체적인 스케줄링을 그려봐야 했고, 업무도 단순한 할당이 아닌 그 사람의 효율, 동기부여, 니즈에 부합하게 나누려고 노력했다. 중간중간 나름대로 작업자의 업무 진행도나 업무 만족도를 체크하기도 했고, 기획자나 디자이너와 논의하며 CTO에게 개별 이슈를 전달해 커뮤니케이션이 파편화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팀장이나 파트장급의 리딩이 아니더라도 ‘작은 리딩’을 특별한 준비 없이 마주하게 되었고, 다양한 시행착오의 경험과 훗날 더 나아지고 싶은 생각에서 이 책을 읽게 된 점이 크다.
효과적인 팀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 책에서 소개된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가 있다.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팀에 관한 연구 중 가장 잘 알려진 사례로, 성공적인 팀이 가진 요인을 밝히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이 연구에서 확인된 효과적인 팀의 다섯 가지 원동력은 영향력, 의미, 체계와 명확성, 신뢰성, 심리적 안전감이다. 조금 더 풀어 말하자면, 팀원들 각자가 자신의 일이 가치 있고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영향력, 업무가 팀원들에게 개인적인 중요성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의미, 역할이나 계획, 목표에 있어서 명확하고 그걸 가능케 하는 체계, 업무를 제시간에 처리하고 높은 기준 또한 만족시키는 각자의 신뢰성, 걱정 없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말한다. 다소 뻔한 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다섯 가지 원동력이 좋은 팀과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느꼈고, 이러한 원동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십은 기계처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과 스스로가 구축한 철학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아닐까.
단순히 팀원으로서 인상적인 부분도 있었는데, 결과물과 성과를 비교하는 파트였다. 예컨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출시’와 ‘디자인 문서 발행’은 결과물이고, 결과물에 의해 얻을 수 있는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도움’과 ‘개발 프로세스 간소화’는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나 또한 업무에 몰입하다 보면 성과보다는 결과물의 총량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단순히 연봉협상의 근거로 결과물을 내세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엄밀히 말해 성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내가 작업한 결과물이 성과로 이어졌는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장에 들어서는 업무에서의 안티 패턴들을 소개하는데, 일반적으로 접할 만한 사례들이 나열되어 있다. 예컨대 ‘강박적인 수집가’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건 얼마 전 지인의 새 직장 동료의 사례를 들은 바 있다. 어째서인지 본인의 코드를 일주일째 로컬에만 들고 있다가 한꺼번에 원격 저장소에 밀어 넣는 사례였는데, 의도가 무엇이든 로컬에 코드를 쌓아두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사소한 개선자’ 타입은 내가 주의할 필요도 종종 있다고 느꼈는데, 내 코드가 마음이 들지 않더라도 특별히 성능이나 사용성 개선에 큰 차이를 주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코드 변경은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업무에 몰입하다 보면 이성적인 판단보다 눈앞에 놓인 아쉬운 코드에 눈이 가기 마련인데,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6장에서는 엔지니어링 매니저로서 효과적으로 관리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난 향후 몇 년간 매니저가 아닌 엔지니어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가 매니징을 하게 됐을 때 읽어도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조금 빠르게 읽어 넘겼다. 단, 그 와중에도 인상적인 건 매니저의 역할이 단순한 엔지니어와는 다른 삶을 요구한다는 점이었다.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알아가기 위한 회의부터 폭넓은 기술 스택의 이해, 다른 부서와의 인간관계 구축 및 치밀한 전략 수립 등 좀 더 세심하고 넓은 시야가 필요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평소 옳은 리더십은 ‘착한 여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매니징은 그런 기민함이 필요한 직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리더라면 큰 의미가 없겠지만 팀원을 육성하고 끝내 그들이 회사에 온전히 기여하는 바를 원하는 리더라면 일대일 미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소한 감정과 행동도 세심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왔다. 물론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그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 작은 액션을 하고 있느냐 없는냐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가진 관록으로 사원의 코드가 가진 의도를 내다보는 것처럼, 내 경험상 그 리더가 팀을 위해 뭘 노력하고 있는지 또한 느껴졌다. 그 느낌을 받았을 때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더 강한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의 아쉬움은 너무 많은 소제목과 짧은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고 종종 그것들이 동어반복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분히 뻔하고 당연한 말처럼 느껴지는 단락이 연속되다 보니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졌다. 지루한 와중에 챕터 끝에서 만나는 확인 문제는 특별히 와닿지 않았다. 여러 소제목을 통합해 더 깊이 있는 단락으로 구성했더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성이 강한 개발자들을 하나로 묶어 프로덕트를 만들어 나감에 있어서 충분히 참고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기보다는, 내가 처한 상황에 맞게 목차를 살펴보고 필요한 섹션을 찾아 조언을 얻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 책이다. 특히 팀 리딩을 처음 맡게 되었거나, 더 나은 리딩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괜찮은 지침서이지 않을까 싶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