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피신에서 살아남기! (후기편)

👨🏽‍💻 풋내기 개발자 Hakiabuji(하키아부지)가 씁니다.

hakiabuji@gmail.com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4일!

이 글은 필자가 '42서울'에 지원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 또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며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 나가려는 목적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필자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새롭게 바뀐 사항들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라피신 참가자들은 일종의 '비밀 유지 서약'을 합니다. 참가자들이 많은 정보를 갖지 않게 함으로써 피신을 통한 성장을 극대화하려는 42서울의 방침입니다. 따라서 저는 가급적이면 비밀 유지 서약을 지키는 한도에서, 구글링하면 나오는 수준에서 글을 쓰려 합니다. 혹 문제가 되는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 애비야... 글이 길어..

정말... 이번 글도 기네요. 제성함다 ㅠㅠㅠ

🐥 드뎌!!! 라! 피! 신!

아아아..... 라피신이라니....
42서울의 본격적인 코딩 대잔치!!
42서울의 진정한 맛을 보게 되는 첫 걸음!!
이 날 만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두두둥!!!

라피신 첫날 클러스터에 입장하는 내 모습(상상)

하지만 현실은... 제발 누가 나한테 말 좀 걸어줘요.... (울먹..)

🗓️ 1주차

10월 4일 (월) - 첫 클러스터 출근 날

첫날은 너무 긴장되고 어색하고 뻘쭘했다. 20대 틈바구니에서 나만 틀딱인 것 같았다. (근데 맞는 말이긴 함ㄷㄷ) 등록을 기다리다가 옆에 앉은 사람에게 대학생이냐고 물었다. 대학생은 아닌 것 같아 보였지만ㅎㅎㅎ
이것이 내 피신 초반을 지탱해주고 끝까지 함께했던 동료 daehwkim을 만나게 된 처음 순간이었다. 이 친구는 이날 내가 말 걸어준 걸 되게 고마웠다고 아직도 말한다. ㅎ (daehwkim 너무 고마웠다. 비록 본과정은 함께 못가게 되었지만, 너의 앞 길을 응원한다. 연락 끊지 말자! ㅠㅠ)

문제를 풀다 막혀서 통로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혹시 8번 문제 푸셨어요?" 하고 들이댔다. 그는 무척 당황했지만, 자기자리로 나를 데려가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들이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피신에선 모두가 비슷한 마음인 것 같다. 벌써부터 전우애가 싹트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10월 5일 (화) - 적응중

2그룹이 시작해야 하기에 내가 속한 1그룹은 일시정지 하는 날이다.
아직 피신에 몰입하지 못한 탓일까.. 공부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클러스터에 나가는게 공부하기엔 갑인 것 같다.
갠적으로 클러스터는 개포가 좋다ㅋ

문제에 대한 예습, 리눅스 명령어 공부를 꾸역꾸역 하다 하루가 다 갔다.

10월 6일 (수) - 좌충우돌 리트 대잔치

다 풀어낸 줄 알았던 문제였는데, 오전에 다시 체크하다보니 틀리고 모르는 부분이 많이 발견됐다. 이거 고치느라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사이에 옆 피시너들은 문제를 통과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진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얼른 문제들 추려서 제출 버튼을 눌렀는데, 누르고 나서야 또 틀린 걸 그때 발견했다. 게다가 포기 버튼을 눌러야 retry 할 수 있는 것을 모르고 허송세월... 시간이 많이 흘렀다. ㅠ

평가를 하러 처음 가보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처음엔 서로 어리벙벙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 시스템에 익숙해졌다. 나중에는 피평가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할지 물어보면서 했다. 어떤 사람은 줄줄 설명하길 원했고, 어떤 사람은 빨리 넘어가길 원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15분에서 1시간까지 시간 소요되는 것이 달랐다.

평가를 처음 받아보았다. 나이스한 분들과 만나서 괜찮았다.
내 옆자리 피시너는 깐깐돌이 아가씨를 만났다. 이거 아냐? 이거 다 설명할 수 있냐? 나노 단위로 다그치면서 캐물어서 멘탈이 털렸다. 그런식으로 평가 받으면 많이 배울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같이 피신 하기는 꺼려지는 느낌이다.

동료평가를 다 마친후 기계 평가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40점 Failㅋㅋㅋㅋㅋㅋ
틀린거 또 수정하고 리트하고 평가를 받으려는데 평가가 잘 잡히지 않았다. ㅠㅠ 그렇게 시간은 다 지나가고 2번 평가중 1번 밖에 못해서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

코로나 메롱이다ㅠ

10월 7일 (목) - 아직 적응중

원격접속 환경인 과카몰리는 너무 불편했다. 제약이 많았고, 무엇보다 불안정했다. 어짜피 클러스터에 출근하지 않는 날은 동료평가가 불가능하니 집에서는 문제 풀이에 집중하고 개인 git을 따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나중에는 간혹 과카몰리로 과제 제출을 하긴했다. 미리 제출해 놓으면 기계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뭐가 틀렸는지 알면 그 부분만 수정하고 평가 받으면 되기 때문에, 미리 채점을 걸어놓는 것도 나름 좋은 전략인 것 같다.

아직 과제들이 쉬운 단계라 문제 풀이 자체는 빨리 할 수 있었지만, 평가받을 때 설명을 잘해야 하니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았다.

내가 풀어낸 문제를 아직도 풀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아직은 내가 그럴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아직 피신에 적응하지 못한거 같다ㅠ 2주차 정도 되면 가능할까?

exam, 러쉬 신청이 열렸다.
내일이 벌써 시험이라니 아는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

10월 8일 (금) - 첫 exam

개포와 서초 클러스터 중에 서초를 택했다. 얼음정수기 나이스.

클러 근처 약속 장소에 갔더니 다른 동료들도 2명 더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려는데 노트북이 윈도우 노트북이라 우분투 깔고 환경조성하는데 시간이 다 갔다. 그래서 공부는 많이 못했지만, 동료들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많이 얻게 되었다. 스터디 오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북에 우분투 깐 것이 시간 낭비는 아니었던 이유는 다음 스터디 때도 사용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몇일 후에 슬랙에 우분투 세팅 도움 요청하는 분을 도와줄 수 있었다. 이분에게 베라 파인트 쿠폰도 받았다.

오가는 화이팅 속에 첫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 시작 10분안에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퇴장하게 된다. 그렇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어도 많은 분들이 시험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안타깝다. 알고 당해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던...

시험 문제들이 예상 외의 것들이 나와서 당황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마지막 문제를 끝내 풀지 못하고 나왔다.

4시간 동안 멘탈도 털리고, 갈증과 허기도 심하게 밀려와서 서브웨이에 앉아 뒤풀이를 했다.
동료가 있다는 것은 참 의지가 되는 것 같다.

집에 오면서 러쉬 문제를 열어보았다. 왠지 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10월 9일 (토) - 아직도 적응중

개인 진도를 열심히 노력했지만 실수를 많이해서 아직 진도가 쉘을 벗어나지 못했다. 월요일에나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평가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내가 평가 받을 것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이게 진짜 내 맘대로 안된다.

평가를 다니다보면 나보다 진도가 느린 사람을 평가할 때도 새롭게 배울 것이 있다는 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내가 이미 다 풀었으니 다 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푼다. 거기에서 배운 것들이 많다. 평가를 다니면서 태도가 조금씩 겸손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갈길은 멀지만 어딘가에 일찍 도착하려 하는 것보다, 함께 가고 있는 이들에게 촛점을 맞추는 것이 참 귀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엔 러쉬 팀원들과 미팅을 하고 전략을 수립했다. 이미 문제는 거의 다 풀린 상태여서, 고득점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내 텀블러를 누가 가져갔다. 월요일에 돌려받았다. ㅎ

10월 10일 (일) - 1차 감자서버 대란

집에서 러쉬 위주로 공부했다. 문제 풀이는 이미 해놓은 상태. 남은건 평가때 카뎃에게 어떻게 잘 설명할 것인가 하는 부분. 코드를 물 흐르듯 줄줄줄 설명해낼 수 있을 것인가? 걱정하며 열심히 준비했다. 변수 이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계 채점에서는 어떤 것들이 나올까 이런저런 문제들을 고민했다.

팀원 중 한사람이 생각보다 코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팀장이 이 친구에게 설명해주느라 시간이 다 갔다. 나도 한번씩 이야기 하는데 진이 빠졌다. 그러다가 이 사람이 집안 사정이 생겼다며 자리를 까페로 옮긴다고 했다. 그런데 까페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 조장과 나는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조마조마 했다. 그러다 그분이 다시 연결이 되었다. 나름 열심히 하는 느낌이어서 안심했다. 이번 러쉬에서 꼭 고득점을 하고 싶었다. 다음 러쉬 부터는 0점일 것 같은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갑자기 인트라가 섭따 되었다. 서버가 어떤 이유에서 멈추었는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서버 다운의 영향은 어떤 것인지 아무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조는 러쉬 제출 자체를 못했고, 클러 출근한 2그룹 사람들은 동료 평가를 하지 못했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개인진도를 먼저 나가기로 했다. 문제를 푸는데 어떤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러쉬 문제보다 더 어려웠다. 이럴 때는 나만 바보같고 나만 뒤쳐지는 느낌이 든다. 특히 슬랙에 다음 문제 pdf를 찾는다고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볼 때면..

그러니... 절대 비교하면 안된다.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스스로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 2주차

10월 11일 (월) - 감자서버 롤백

뭘 한게 없는 것 같은데 벌써 2주차. 발걸음을 서둘러 클러에 도착한다.
서버는 아직 복구되지 않은 상태였다. 서버가 열리자 마자 평가 대잔치를 해야할 것이기 때문에 서버 상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러쉬 팀원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 뭐지? 결국 이 새... 람 잠수를 탄 것 같다. 어제 낌새가 있었기에 최악의 경우를 예상했었지만, 화가 많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화내느라 시간 보내면 나만 손해이니 우선 화를 꿀꺽 삼키고 넘어가기로 했다.

어제 풀다 만 어려운 문제를 3시간 고민하다 결국 skip 하기로 했다. 시간을 계속 쓰는 것보다 다음 문제를 먼저 푸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쉬웠기에 옳은 전략이라고 판단되었다.

열리지 않는 서버에 지친 피시너들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눈다. 피시너들과 나누는 대화는 항상 재미있다.

그러다 서버가 복구되어서 인트라 접속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왠걸? 서버는 금요일 시점으로 롤백되어 있었다. 주말의 모든 노력이 날아간 상황. 평가와 러쉬 관련해서 큰 타격들을 입었다.

어떤 사람에게 평가를 받게 되었는데, 정말 열심히 공부한 사람의 평가는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한 사람이 평가자였다. 부드럽고 중후한 목소리로 날카롭게 질문하는 그는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잘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의 의미를 블러(blur)처리 하느라 애쓰는 내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니. 나도 대충 넘기려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된 기분 좋은 평가였다.

10월 12일 (화) - 티끌만큼의 성장

이미 풀었던 문제를 다시 살펴보면 군더더기를 발견할 때가 많다. 다시 보면 볼 수록 코드가 간결해진다. 어떤 코드는 로직 자체를 갈아엎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전의 나였다면 귀찮아서 하지 않았을 일들을 어제의 그 평가자 덕분에 하게 되었다. 나의 성장을 보는 것 같다.

공지가 떴다. 러쉬는 결국 평가 자체를 하지 않게 되었다. 유일하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러쉬였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큰 아쉬움이 있었다. 돌아오는 러쉬 때는 잘 하진 못하더라도 카뎃평가까지 받아보고 싶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한다...)

10월 13일 (수) - 평가의 중요성

과제를 또 retry 했다. 4트째였다. 이게 진짜 시간 아까운 느낌이다. 정말 제출할 때 체크 잘 해야겠다.

동료 평가를 하는데 그분이 "이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라며 설명을 못했다. 그런데 문제의 답은 맞았다. 내 기준에는 모르는 것은 틀린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감점을 주었다. 아마 이 글을 수정하면서 편집하는 지금이라면, 피평가자에게 조금 더 기회를 줬을 것 같다. 치팅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가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간을 덜 낭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틀린 것을 맞다고 해주면 안되겠지만... 동료 평가를 채점기계 처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평가자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많이 한다. 토씨 틀린 부분을 못잡아내는 경우도 많다. 반면에 컴퓨터는 피평가자의 치팅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낼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동료평가가 꼭 보완을 해주어야 한다. 나중에 알게 된건데, 어떤 문제는 동료평가에서 맞다는 평가를 받으면 기계채점에서 틀려도 100점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시스템이 허술한 것 같으면서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내 진도를 이래저래 벅차게 나가놓고서 드디어 평가하러 다닐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평가를 하러 갔는데, 그저께 날 평가했던 그 사람이었다. 기대하고 그 사람의 문제풀이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지 못해서 틀린 것들이 많았다.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격려와 위로를 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다음 평가자가 누군지 살펴보니 또 그 사람이었다. 아까와 다른 문제로 평가를 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봤는데, 아뿔싸 아까와 똑같은 실수로 문제를 틀린 것이었다. 시간상 내일 모레가 되어야 retry를 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의 멘탈이 걱정되었다. 그런데 이 사람 나름 괜찮아 보였다. 자기가 틀린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수긍하는 모습이 멋져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었다.

다름 평가자는 전공자였다. 전공자였는데 본인은 리눅스를 잘 모른다고 했다. 뭔가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전공자니까 내가 더 배울 것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답은 다 맞는데 내용은 나와 별차이가 없어서 김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겉으로는 최대한 친절하려 했겠지만, 아마 거만하고 재수없는 태도가 드러났을 것이라 본다. 집에 오면서 생각해보니 내 태도가 잘못된 것 같아서 그 사람에게 사과 DM을 보냈다. 전공자인 것과 전공자가 아닌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안배우면 모르는 것이고, 모르면 모르는대로 알면 아는대로 정확하게 평가하면 되는 것을.

슬랙에 누군가 돕겠다고 글을 올렸다. 그런데 그 분이 더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었다. 자기가 알기로는 다르다고.. 내가 아는 개념이라도 설명을 제대로 못하면 잘 모르는 것이라고 봐야한다. 잘 모르는 것을 알려줄 수는 없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내가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로 주의해야겠다.

러쉬 빌런이 1층에 나타나 웃고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

10월 14일 (목) - 잘 하고 있음

풀리는 문제들은 열심히 풀어도, 꼭 풀기가 어려운 문제들이 하나씩 나온다. 하루종일 앉아서 코딩만 하는데도 못푸는 문제, 남들에게 설명을 들어도 더 헷갈리는 문제가 있다. 끈기있게 도전하면 언젠간 풀 것도 같지만, 그 시간에 남들은 진도를 더 빨리 나갈 것 같은 두려움. 그래서 결국 문제를 skip 해버린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뿐더러 문제 자체를 파악하는데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비루한 나의 집중력... 이렇게 가다간 진도가 엄청 뒤쳐지게 되지 않을까? 너무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생각해보니 나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가 넘도록 하루종일 코딩만 했다. 집중력이 안떨어지는게 이상한거다. ㅎㅎㅎㅎ 아직 특이점을 만나지 않은 것일 뿐, 잘 걸어가고 있으니 너무 자학하지 말자. 언젠가는 잘하게 되는 날도 오겠지?

10월 15일 (금) - 두번째 exam

서브웨이 가서 허기를 채우고 시험장에 입장했다.

시험을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풀던 과제를 계속 푸는 것이 나의 시험공부였다. 피신이 다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방식은 유효하다. 다만 진도가 많이 나가야 유효하다ㅎㅎ

문제를 푸는 중간에 내 발목을 꽉 잡은 것이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내가 개인진도를 더 많이 나갔다면 당연히 풀 수 있는 것이었다. 미리 공부를 안했으니 잘 몰랐고, 잘 몰랐지만 발악을 하며 방법을 찾았고, 결국 1시간 30분 정도를 헤매다가 문제를 푼 것 같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모자라서 그 다음 문제는 풀지 못했다. 이 문제는 지난번 exam에서 풀지 못했던 문제와 정반대의 문제였다. 꼭 풀고 싶어서 마지막까지 키보드가 부서져라 미친듯 타자를 쳤지만, 결국 시간이 다 되었다. 마지막 문제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다되어 시험을 종료하는 자들의 멘탈터진 아우성과 탄식들. 씁쓸한 마음을 뒤로한채 집으로 향했다. 러쉬 문제를 살펴보는데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집에 가서 자기 전까지 이래저래 연구 해보았다. 기본적인 내용은 정리해보았지만, 코딩을 해내지 못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도 못잡았다. 개인진도라도 나가려고 하니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어서 고착상태. 열심히는 하지만 해결해내는 것이 없어 아쉬운 상황이었다.

10월 16일 (토) - 진척없는 진척

클러스터 입장 전 일찍 온 사람들이 밖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시험 문제, 과제 진도, 능력자, 빌런 등등 이야기 하다보면 9시가 된다. 이분들은 밤 10시까지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라 더 깊은 동질감이 느껴진다. 남 같지가 않다.

개인 과제를 이리저리 정리해서 제출해보고, 러쉬 모임을 했다. 대충 보니 이래저래 문제 풀면 될 것 같다고 큰소리를 뻥뻥치고 왔다.

점심시간엔 대치역 은마상가 6번 입구 바로 있는 보쌈을 먹을 갔다. 영혼이 살아나는 할머니 음식 맛. 그 거리를 다녀올 만하다. 나의 최애 리애와 함께 기억에 남는 맛집. 한편 개포동역 미소야는 쓰레받기. 주인한테 '주문이요~'를 3번째 외치는데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ㅎ 영원히 안감.

제출한 개인과제들이 줄줄이 광탈했다. 쓸데없는 파일을 동봉하질 않나. 어이없게 실수한 건 꼭 제출 후에 발견된다. 하. 가장 타격이 컸던건 어떤 문제가 2번째부터 틀려서 5점 fail이 떴다.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다는 초조함이 이런 결과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때 평가 포인트 이벤트가 열렸다. 피시너들의 기부가 있었나보다. 저녁에 평가를 3개 잡았다. 이들을 평가하는데 참 감동이 컸던것 같다. 진도는 좀 늦지만, 문제 하나하나 진득하게 끝까지 노력하고 찾아내고 이해해서 풀어나가는 재능과 노력들... 동생들의 그런 모습에 어려운 문제 넘기고 대충 넘어가는 내가 한없이 초라하고 작게 느껴졌다. 많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도 지금부터는 도망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 결과로 본과정에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문제를 회피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주어진 것부터 확실하게 하나씩 잡아가야겠다. 어려워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으며.... 피신이 끝날때까지는 무너지지 않으리라 다시 다짐하며... 지쳤지만 행복한 발걸음을 옮긴다.

10월 17일 (일) - 러포자는 웁니다.

어제 이후로 마음을 새롭게 먹었다. 잘못된 코딩 습관들과 조급한 마음을 버리기로 했다. 좀 늦게 가는 것처럼 보여도, 정확하게 체크하고 좀 더 고민해보는 습관을 갖기로 했다.

평가 이벤트가 끝났다.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1인 1포인트 이상 기부하기 운동을 슬랙에 펼쳤다. 다행히 반응들이 좋았다.

러쉬는... 폭파시켰다. 로직 자체가 안나오는데다가... 팀원 모두가 개인진도와 평가에 바쁜 상황이었다. 진작에 던졌어야 할 것을 늦게까지 질질 끌었다.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큰소리 뻥뻥쳤는데.. 아마 이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일 같다. 다음 러쉬는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 3주차

10월 18일 (월) - 내 맘 같지 않아서 행복한 하루

3주차라 그런가 개인진도 1트만에 완벽히 통과! ㅎ 이것만으로도 정말 잘했다! 나란 남자..

전체적으로 평가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었다. 평가 기근이 왔다. 전체 평가 교환이 원활해야 한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내가 선뜻 먼저 평가를 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른 누군가는 전진하게 되지만, 나의 전진은 보장되지 않는다. 결국 전체를 위해서 나를 헛되게 희생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나는 좀 더 희생하고 섬길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내가 이제껏 살아오며 배운 가치 아니던가? 십자가 지는 것. 나는 여기에 함께 생존 수영하는 피시너들을 밟고 일어서기 보다는... 그들의 발판이 되어주고 싶다. 나도 살고 싶지만, 다같이 사는 것을 보고 싶다.

이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목숨을 바치려는게 아니지 않은가? 최악이 본과정 불합격이다. 본과정은 너무 가고 싶지만, 그래도. 본과정 못가게 되더라도... 조금이나마 배운대로 살아보자. 섬기고, 돕고, 돌보고, 격려하고, 나를 내어주는 일에 좀 더 최선을 다해보자.

그것이 남은 기간 내 피신의 초점이 되면 좋겠다.

그런 결심이 서고 나서 점심이후로 6시까지 슬롯을 다 열었다. 순식간에 평가가 8개 잡혔다. 고난의 행군의 시작. 30분 간격으로 피평가자를 찾아 뛰어다녔다. 매 평가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집중력이 떨어져서 미안했다. 또 좋은 평가의 시간도 많았지만, 뭔가 밋밋한 시간도 있었다. "이거 뭐 어렵나요? 대충 이렇게 짰습니다." 라는 태도로 평가받는 사람을 만날 땐 특히ㅎ 그래도 평가를 다하고 나니 뿌듯했고, 모은 포인트 중에 기부가 가능한 5포인트를 기부했다. (이후에 생각해보면 이 날 평가를 할 수 있는 만큼 더 했으면 좋았을 뻔했다. 이런 기회도 매일 주어지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내 개인과제가 또 빵꾸가 나서 3트를 해야했다. 내 과제 로직하나 제대로 못짜는데 남 평가 8개나 해주고 다니는 내 모습이 잠깐 현타가 왔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는 큰 타격이 없었는데, 어제의 결심 이후에도 여전히 실수하는 내 모습이 힘들었던 것 같다. 퇴근할 때까지 코드를 붙잡고 끙끙대고 있었다. 동료들이 곁에와서 훈수도 두고, 잡담도 하며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돌아오는 길 부슬부슬 비는 내렸지만, 마음이 시리지는 않았다.

하루를 정리하며 드는 생각은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았다는 것. 1트로 통과한 과제도 있었고, 사람들에게 칭찬도 받고, 보컬로부터 신문기사 인터뷰 요청도 받고, 동료에게 음료와 다과 선물(ymin 잊지 않아요ㅠㅠ)도 받고, 친해진 사람들도 많고, 내 마음을 구멍낸 과제도 결국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고쳐냈고, 내일 아침에 그 과제를 봐주겠다는 동료도 있었다는 것. 내가 원하는대로 된 것은 많지 않았지만,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좋은 일들이 많았다는 것. 그래서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한편, 2그룹은 평가에 있어서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평가 받을 사람이 부족한 현상. 슬롯을 보면 1그룹 출근 날엔 텅텅 비어있고, 2그룹 슬롯은 꽉꽉 채워져 있다. 아마 적절한 평가 교환이 있으려면 150명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보다. 1, 2그룹이 클러스터에 다함께 있었다면 좀 더 수월한 평가가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아참, 인터뷰 요청 받은건 취소되었다. 인터뷰 자체가 취소되진 않았을테고, 아마 나말고 다른 피시너들로 대상이 바뀐것 같다. 쿨하게 알겠다고 하고 넘김ㅋ 사실 나같은 노인네보다 20대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더 돌아가는 것이 나로써도 기쁜 일이다ㅎ

10월 19일 (화) - 치팅? 뭐? 치팅?

백신 2차 접종을 맞았다. 떨리는 상황. (다행히 나의 경우는 별일 없이 지나갔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개인 과제를 열심히 풀었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보며 답답해 하다 하루가 가는 것 같다. 하루종일 노력해서 어떻게 과제를 다 풀었기에 제출을 했다.

그런데 어제 기계채점에 던져놓은 다른 과제 결과가 떴다. 결과는? -42점. ㅋㅋㅋㅋㅋㅋㅋㅋ 쓰면 안되는 함수를 넣어서 cheating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진짜 기분 너무 더러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팅? 뭐 치팅? ㅋㅋㅋㅋㅋㅋㅋ 와.... (지금 글 정리하고 있는데 지금도 기분 안좋다ㅋㅋㅋㅋㅋㅋㅋ)

피시너들의 기부가 열매를 맺었는지 평가 이벤트가 시작된다는 알림이 떴다. 하지만, 그 혜택은 2그룹만 오롯이 누리게 되었다. 현타가 왔다. ㅠㅠ 좀 억울하고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10시 50분 서버가 잠깐 터졌다. 그래서 혹시... 호옥시 롤백되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졌다. -42점 기록 없애줫으면.... 하지만 다시 정상 작동 된다... ㅠ 기쁘다 ㅠ

그래도 나름 n트 과제까지 합쳐서 3개를 마무리 지었다. 내일 평가 많이 받아야 하는데...

10월 20일 (수) - 제 2차 감자서버 대란 (feat. 1그룹)

아침 서버가 터졌다. 오후에 복구되었지만 롤백은 없었다. 1그룹만 손해를 본 셈이다.
우리 기수는 평균 레벨이 역대 최저라고 했다. 9 to 10 클러 개방 / 격일제 출근 / 서버 2번 터짐. 서버가 복구되자 평가 대란. 진도 나가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점심시간에 러쉬 평가가 진행된다는 공지가 떴다. 사람들이 밥먹다 말고 다같이 휴대폰을 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평가가 잘 잡히지 않아서, 반대로 누군가를 평가하러 다녔다. 그러다 운좋게 과제를 하나 평가받게 되었고, 진도 맥이 뚫렸다.
마지막에는 리트하는 과제도 평가에 성공하며 통과했다.

BSQ 팀원 매칭이 시작되었다. 실력자들은 끼리끼리 그룹을 잘 맺었다. 나는 누가 나를 찾기 전까지는 잠자코 있을 생각이다. (막판에 슬랙에 글 올려서 팀원을 찾았다.)

10월 21일 (목) - retry 놀이

retry는 나에게 엄청난 고통이었다. 실패의 상징이어서 그랬을거다. 본과정을 향한 발걸음에 제동이 걸리는 느낌이니 더욱 싫은게 retry였다.

그런데 늦은 아침을 먹으며 아들 하키(태명)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다가 깨달음을 얻었다. 하키에게 retry는 놀이였다. 공이 떨어지면 주워 올리고, 또 주워 올리는 일이 재미있었던 거다. 이왕하는 피신 더 즐기면서 해보자는 결심을 했던 시간이었다.

다음 주 수요일이 마지막 출근이라 거의 종일 평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1트라도 더 하는 분들을 위해서. (완벽하게 계획대로 되진 않았다.)

피신에 들어오기 전 C언어 기초는 어느 정도 했었는데.. 알고리즘 쪽 공부를 전혀 해오지 않은게 너무 아쉽다. 내 머리로는 4주 안에 따라가기 힘든 내용들이었다. 준비를 좀 더 했다면 여유있게 러쉬와 bsq를 다 도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전공자 굇수들이 잠깐 부러웠다ㅎ

10월 22일 (금) - 한계를 넘은 날

22일 시험에서는... 배우지 않은 문제로 1시간 반 고생하다가 겨우 풀어냈고, 첫 시험때 풀지 못했던 문제를 풀고 나왔다. 너무 행복했던 날ㅎ

10월 23일 (토) - 일기 안썼음ㅋ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날도 열심히 달렸던 것은 확실하다.

10월 24일 (일) - retry의 행복

하루종일 열코딩 했다.
밤 10시에 자리에 앉았는데, 집중력이 떨어져서 쇼미더머니 시청을 생각했지만, 문득 아들의 리트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동료 피시너들의 열정도 생각났다.

c언어에서 어려워서 넘어갔던 첫문제(08)를 다시 풀어보기로 했다. 이거 안풀면 피신 끝나고 후회할거 같아서. 풀기 전엔 안자리라 마음 먹었다. (밤샐 뻔...)

생각하던대로 완벽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돌아가게 나온 코드를 보고 기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던 것이 새벽 2시반이었다.

어려운 것은 그냥 넘기던 내 모습을 깨부순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 4주차

10월 25일 (월) - 나이는 못 속임...

어제 좀 늦게 잤다고 하루종일 피곤했다.
라떼는 2박3일을 놀아도 날아다녔는데.
나이는 못 속인다...ㅠㅠ

과제 3개 n트라이에 대성공했다.
남은시간 BSQ 코딩에 집중하려 했으나 어려웠다ㅠ
미리 더 열심히 준비할 걸 하는 생각 많이 들었던 날

10월 26일 (화) - ios 업뎃 대란

ios 업데이트로 클러스터 아이맥이 난리가 났다. 2그룹 분들 오전에 우왕좌왕 했다.
아울러서 과카몰리도 문제가 생겨 많은 사람이 고생했다.
하루종일 BSQ만 풀었다. 팀원이 70%, 내가 30% 정도 분량을 담당하는 것 같다. 팀원이 전공자라 잘한다. 로직은 나왔고 출력도 잘된다. 그런데 free할 때 메모리 문제가 자꾸 터지고 해결이 안된다. 하루종일 해결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못했다.

10월 27일 (수) - 클러 마지막 출근날

공식적인 클러출석 마지막 날.
하루종일 평가를 하러 다니려고 생각했지만 어제 BSQ만 들여다본 탓에 개인진도가 좀 뒤쳐진 상태였다. 다행히 과제 하나가 많이 어렵지 않아서 제출하게 되었다.

동료평가후 결과를 보니 컴파일 에러! ㅠㅠ
동료들이 내 코드의 잘못을 지적해줘서 잽싸게 고쳤다.
틈틈히 잡힌 평가들을 다니며 내 과제도 평가 받았다.

그런데 리트에서 또 컴파일 에러가 떴다. 코드 문제라고 할 수 없는데... 뭐가 문제일까?
나중에 알고보니 파일명을 실수한거였다. ㅠㅠㅠㅠ 파일명 고치고 코드 잘 돌아가는거 확인하고 제출하고, 평가를 잡았다.

그런데 또 살펴보니 노미넷을 틀렸다. 이거 틀리면 0점. ㅠㅠㅠㅠ

시간은 이미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많이 촉박했다.
1, 2시간 이후로 잡힌 평가 2개를 취소했다.
이날 다들 마음이 급한 상황이었는데, 취소를 해서...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립니다. ㅠㅠ

평가를 취소했더니 나의 무책임함에 뮬리넷이 노했다. 리트하는데 8시 43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때 마침 45분에 평가가 잡혔다. 하아.... 이것도 취소하고 싶었지만.... 또 그럴 순 없지.

정말 집중이 안되었지만 8시 45분 평가를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그때가 9시. 그때부터 평가 슬롯을 잡는데 이미 마무리 하고 집에 가신 분들이 많았다.
여기저기 다니며 평가를 열어달라 부탁했지만, 왠만한 사람들은 다 평가가 잡힌 상황이었다. 마지막 평가 기근이었다.

끝까지 새로고침 하다가.. 30분과 45분에 하나씩 평가를 잡았다. 과제 설명이 10분 안쪽으로 끝나는 것이라 가능했다. 고마운 두분의 도움으로 9시 58분 마지막 과제 평가가 끝났고, 100점을 획득했다. ㅠㅠㅠ 정말 고마웠는데 한분은 아쉽게도 본과정에 함께 하지 못했다. (jukoo님. 너무 고마웠습니다. 당신은 나의 영웅이에요. 다른 한분은 본과정에 가신걸로 알아서 개인정보 보호차 비공개할게요.)

10시 퇴근시간 그때까지 남아있던 5기 2차 1그룹 동료들이 다같이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우리 그룹은 정말 끈끈한 느낌이었다. 이들과 피신을 함께 해서 너무 다행이었다. 생각 같아선 사진 함께 찍은 모두가 함께 본과정 갔으면 좋겠다.

피신기간 총 51번의 평가를 했다. 다양한 사람들 만났던게 좋았다. 빌런도 만나고 좋은 사람도 만나고 감동도 받고 힘도 받았던 것 같다. 만약에 피신을 다시할 기회가 있다면 좀 더 많은 평가를 하게 될 것 같다.

10월 28일 (목) - 시험준비

하루 종일 시험 준비를 했다.
모두 시험 준비에 정신이 나갔는지 슬랙에 이모티콘 대잔치가 벌어졌다.
나도 솔직히 공부가 손에 잘 안잡혔다. 원하는 분량의 50% 밖에 공부하지 못했다. ㅠ

10월 29일 (금) - FINAL TEST

드디어 final test. 8시간의 대장정의 날이다.
전날 시험 준비를 위한 팁같은 걸 슬랙에 올렸는데, 피시너들이 댓글로 팁들을 많이 올려주었다.
나도 정리해보며 좋았고, 다른 분들이 올린 팁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풀었던 마지막 문제까지 신중한 1트로 쭉 달렸다. 앞선 exam들에 비하면 이제는 문제 푸는 기계가 된 느낌마져 들었다.
어려운 문제들은 시간이 좀 소요되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하나 가다가 Failure를 만나게 된 문제.
이 문제는 정말 상징적인 문제였다. 피신을 겪은 사람은 누구나 알만한 그 문제.
이것이 내 모든 피신의 한계 지점을 상징한다고 보아도 무방한 것이다.
어제 공부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해했다. 하지만 로직을 생각해서 푸는데 정말 너무나도 풀리지 않았다.
코드는 길어지고 스파게티가 되어갔다. 희안한 함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정말이지 부끄럽기 짝이없는 막 코딩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트라이 했는데 실패를 거듭하다가..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서 이것만 하고 실패하면 나가자는 심정으로 로직을 하나 바꾸었다.
그런데 희안하게 테스트를 해보니 틀리지 않는거다ㅎㅎㅎㅎ
설마? 설마?

문제를 제출하고 성공이 뜨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또 이렇게 나를 극복해 냈구나ㅠㅠㅠ

시간은 5시반 그 다음 문제를 살펴보니 내 영역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개념을 모르니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라 시원하게 포기하고 나왔다. 마지막 로그아웃을 하고 로비로 나오니 카뎃분들이 수고했다고 엘베에서 부터 부담스럽게 인사를 해주었다. 기념품도 받았다.

exam까지 마치니 만감이 교차하고 여운이 길어서 클러스터를 떠날 수가 없었다. 출입문 밖에 모여서서 마지막까지 나오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몇몇 사람과 치킨집에 가서 뒷풀이 수다를 나눴다.

그렇게 나의 피신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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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일 (수) - 결과 발표날

새로운 시작과 헤어짐의 갈림길에서.

금요일 오후 4시 42분 일거라는 예상을 깨고, 나에게는 오후 6시 2분에 메일이 왔다.
운전중이었는데 슬랙 알림이 와서 보니 "일찍 나와서 다행이네요." 라는 메시지가 보였다.
결과가 나왔음을 직감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결과는 합격.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본과정에 가게 되었다. ㅠㅜ

슬랙에는 결과를 묻는 사람들의 DM이 파도를 쳤다. 누구는 합격하고 누구는 떨어지게 된 이 상황 속에서 차마 결과를 묻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 4주 마음으로 울고 웃으며 함께 완주했던 동료들과의 헤어짐은 예상했던 것만큼, 아니 그보다는 조금 더 아픈 것이었다.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누다가 어떤 이에게는 축복을, 어떤 이에게는 계속 연락하라는 협박을, 어떤 이에게는 당신이 최고였다는 격려를 했지만, 말을 하면서 아팠던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랑했으니까ㅎ

그래도 본과정에 가지 못했다는 것이 개발자로서의 자격이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에. 그리고 이 분야가 좁아서 언젠가는 서로 마주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기약없어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였다.

합격한 사람들은 본과정에서, 합격하지 못한 분들은 다른 장소에서.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동료였고, 앞으로 어느 자리에 있든지 계속 동료일거다.
바로 그 사실만으로 나는 여전히 돕는 사람으로 있어주고 싶다.

인생에 단 한번 있는 피신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여러분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댓글은 저를 미소짓게 한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