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2] 여행상품 운영자에서 개발자로의 도전

OROSY·2021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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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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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보세요

제대로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려고 마음 먹은지 약 2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velog에서 글을 쓰려고 하면 미리 적혀진 이 문구,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보세요'를 보고 개발자의 공부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나의 이야기를 적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큰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

나의 첫 번째 회사는 28살에 취업한 외국계 교육회사였고, 약 1년이 안되는 기간동안 일을 할 수 있었다. 교육업에 관심이 있었던 영문학과 학생이었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육 회사에 들어가게 되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행복함의 비례로 회사에 대한 기대감은 누구보다 거대했다.

그러나 영업 사원이라는 직무는 쉽지 않았고, 거짓말을 해서 상품을 판매했던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따졌을 때 우리의 상품보다 더 나은 상품이 있음에도 무조건 우리 것이 최고니까 선택해야한다라는 설득의 방식은 그 당시의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물론, 현재의 나라면 어떠한 선택이든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하면서 최대한 학생에게 우리의 상품은 이러한 부분은 장점이니 이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권장하며 판매를 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사회는 처음 그 문을 호기롭게 열고 들어온 어린 28살의 나이의 나에게는 기대만큼 친절하지 못한 곳이었다.


두 번째 회사, 일하는 즐거움을 가르쳐주다

첫 번째 퇴사 이후, 약 1년 간의 취준생의 길을 걷다 30살의 나이로 학창시절부터 원했던 여행업의 길로 들어섰다. 1등 여행사라는 타이틀은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했고 유럽 지역의 상품 운영이라는 직무는 나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단순히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업으로서의 여행도 좋아하게 될 것이란 말도 안되는 이유로부터 시작했지만, 다행히 일을 즐길 수 있는 여러 이유들이 있었다.

그 이유의 첫 번째는 너무나도 좋은 팀원들, 그리고 40명이 넘는 동기들은 업무로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금방 해소시켜줄 수 있는 훌륭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묵묵히 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여행상품 운영의 업무는 상상과는 달리 매우 정적인 업무였다. 하루 종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고객들의 원활한 여행을 위해 항공, 현지 그리고 대리점과의 끝없는 소통을 했다. 그러나 나의 상품은 대부분의 경우 온전히 나의 몫이었기에 책임감을 가지며 업무를 했고, 그러한 환경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많은 여행의 기회는 힘든 업무에 윤활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여행업에 근무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게 된 발칸 지역으로의 출장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으로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리고 지중해에 비친 한없이 반짝이던 햇빛처럼 영원할 줄 알았던 아름다운 시절은 갑작스레 닥친 전염병으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 속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1년 간의 휴직, 고민 속 찾게된 또 다른 꿈

기약 없는 기다림동안 쉬지 않고 혹시나 찾아올 복직을 위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만료가 된 토익을 공부하기도 했고, 회사의 업무에 도움이 될 컴퓨터 활용능력 그리고 MD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영상 편집과 마케팅 과정을 수강하기도 하였다. 또한, 교직원과 공기업에 대한 준비를 해보기 위해 경영학을 혼자 공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공부 자체에 흥미가 없었기에 의욕 없이 그저 하루하루 흘려보내게 되는 나의 모습을 마주했고, 중요한 시간과 다시 오지 않을 시기를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면접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연락도 없이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자 미래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작년에 잠시나마 HTML, CSS를 매우 재미있게 공부했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HTML, CSS에서 JavaScript로 넘어갔을 당시, 내 길이 아니라며 쉽게 포기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이 나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인터넷 강의를 결제하고 본격적으로 JavaScript를 공부하면서 어렵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다루는 일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갖게 되었고,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무엇인가를 내 손으로 만들고 구현할 수 있다는 희열은 현재까지의 수많은 다른 공부에서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단순히 경제적 수단의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즐길 수 있는 "취미이자 직업", 그것이 나에겐 개발의 길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러한 본격적인 목표를 설정함과 동시에 8월부터 시작하는 부트캠프를 등록하였고, 그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어쩌면 코로나는 큰 시련을 가져다주었음과 동시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빛나는 기회를 눈 앞에 가져다 놓았다고 믿는다.

그 빛나는 기회의 원석을 갈아 더욱 가치있는 보석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나에게 달려있다. 이를 위해, 오늘도 잊지 않고 꾸준히 달려갈 뿐이다. 그리고 이 길의 몇 발자국 앞에 개발자로서 또 다른 길을 만들어가는 나 자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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