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아한 테크코스 1단계 회고

이열음·2022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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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테코를 포함한 여태까지의 경험을 돌아보면 개발은 마라톤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이 마라톤에서 일등이 되는 것을 포기했다.
레벨1 회고 첫문단부터 이게 왠 힘빠지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정말로 나는 최고가 되는 욕심을 버렸다.
대신 새로이 설정한 나의 목표는 완주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괴롭고 지겨워요.

최종 코딩테스트를 끝내고 기다리는 2주는 피가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구현과정에서 실수가 있어서 절대 안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꽤 오래전부터 바라봤던 활동이라 포기가 안됐기 때문이다.
생각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하루에 두시간씩 자면서 게임만 했다.
발표날에도 3시 정각이 된줄도 모른채 친구랑 게임을 하다가 아차 싶어서
메일함에 들어갔더니 결과메일이 와있었다.

이미지가 위에서부터 로딩되는데 밤하늘 이미지가 한칸씩 보이는 그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 아니 인터넷은 빠른데 메일 이미지 로딩은 왜 한칸씩 되는건지..
불합격이라 느리게 보여주나 조금이라도 늦게 슬프라고?

천고의 기다림끝에 뜬 “우아한테크코스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멘트를 보고나서야 참았던 숨이 터졌다.
두괄식이라 다행이다. 미괄식이였으면 아마 심장이 터져서 죽었을거다.
속으로 내적함성 질렀는데 친구랑 같이있어 가지고
와… 미쳤다… 딱한마디 한 뒤 게임을 마저 했다.
그리고 그날부터는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함께 자라기

1단계를 진행하면서 친구들이 간간히 너 괜찮냐고 물어봐줬었는데
할만해! 괜찮아! 를 많이 말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기대했던 코드리뷰는 예상 했던 대로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여태껏 한번도 내 코드에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좋은 개발자로 잘 성장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었는데,
리뷰어분들도 그렇고 크루분들도 그렇고 다들 코드에 대해서
가감없이 이야기 해주셔서 방향성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었다.
더불어 다양한 시선과 생각을 접할 수 있어서 공부할 거리들을 모아둘 수 있었다.

스스로 좀 아쉬웠던건 처음에 크루들이랑 조금 거리를 뒀던 것이다.
그땐 그냥 적응기간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엄청 지쳐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ㅎㅎ...
이전에 했던 활동들이 좀 버거웠었고 ( 다 어찌저찌 잘 끝내긴 했었지만..ㅎ )
우테코 지원 전형도 길었고… 가볍게 기다리기엔 너무 간절했고…
무튼 심적으로 좀 지쳐있었다.
그리고 원래도 낯을 심하게 가리는 편이라 낯선 사람들과의 활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페어프로그래밍을 처음 들었을때 솔직히 너무 걱정되고 꺼려졌던 것 같다.
낯선 사람과 몇시간씩 얘기 하면서 미션을? 지금까지의 짧은 글로만 미루어봐도
내향의 극을 달리는 필자의 성격과는 너무 안맞지 않은가.
그래도 미션은 해야한다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걱정보다 정말 괜찮았다.
생각지 못했던 방식도 접할 수 있었고, 그 방식을 제안하신 이유에 대해
상세히 들을 수 있어서 성장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다들 살가웠다.
보이는 라디오도 그렇고, 페어들이랑도 걱정했던것과 달리 대화가 잘 됐다.
데일리조에서는 회식도 했다. 진짜 이정도로 어색함이 없는건 내겐 장족의 발전이다.
만나면 만날수록 나빼고 다 외향적이다. 개발자 내향적이라는 밈은 진짜 억울한 듯.
아무튼 활발한 크루들 덕분에 나는 스리슬쩍 묻어서 조용히 마음 편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나 진짜 괜찮나?

다만 레벨 1동안 의욕적인 크루들 사이에서 흐물거리는 종이인형이 된 것 같아
주눅이 들었었다. 그도 그럴게 사람들이 페어 미션 끝나고 스터디도 하고 블로그도 쓰고 누구는 알고리즘 공부도 한다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미션만 열심히 했는데… 진짜 에너지 장난아니다 싶으면서
마음 한켠엔 조바심이 났다.

평소 같았으면 나도 다른 크루들처럼 스터디나 공부를 해서 주눅든 마음을 해결했을텐데
본투비로 나 자체가 내구도가 좋지도 않거니와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낡고 지쳐있었어서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내가 우테코의 평균 에너지량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개발자란 원래 이정도의 에너지를 가져야하는 직업인 것 같아서
컴퓨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개발자가 될 수 있을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솔직함이 답

생각이 지구 내핵까지 들어갈때쯤 면담공지가 떴다.
공지 뜬거 보고 첫 면담부터 개발자 할지말지 고민된다고 얘기하는거 괜찮나 싶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아무것도 안하면서 계속 괴로워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들이박았다.
어디가서 고민을 드러내는걸 꺼려하는 내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였다.

그때 해주신 얘기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개발자가 되는데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현업 개발자들중에서도 나같은 사람이 있다.

  • 그러니 하고싶지 않거나, 필요성을 모르겠으면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좋다.

  • 주변에서 보기엔 다들 즐겁게 하는 것 같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두가 마냥 즐겁게 하는건 아닐거니 내가 지금 즐겁지않다고 개발자가 될 수 있는지 의심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겐 당연한 이야기일수도 있고, 우테코에서 개최하는 포비와의 수다타임이나 3기분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들리는 말인데도 왜 못지켰냐면...
크루라면 다들 알지않는가 들어도 들어도 해소되지 않는 그 묘한 불안감.

전체 발표로 들을때는 "남들보다 열심히 하지도 않는데 내가 저 말에 해당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일대일로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대한 솔루션으로 들으니 좀더 와닿았다.

그때 나눈 얘기를 계기로 나만의 속도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고,
앞으로의 목표 또한 수정하게 되었다.

목표 수정. 앞으로는!

이전에는 잘하는 사람이 되고싶었는데 지금은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수정한 목표는 다음과 같다.

  • 최대한 지치지 않고 개발이란 마라톤을 오래도록 달릴 것.
  • 내가 쓰는 모든 코드의 이유를 찾을 것.
  • 힘들어도 한켠에 즐거움을 유지할 것.

지금으로선 이 세가지만 지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들보다 작게 가도 어쨌든 앞으로만 나가면 되는거 아니겠는가.
속도나 순위에 미련을 버리고 전진에 집중하다보면 좋은 개발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저전력 크루들에게도, 에너지 뿜뿜 크루들에게도 큰 응원을 보낸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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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2일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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