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03토 문제풀이 엑셀의 격자 안

조해빈·2023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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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밀물 시간 🌊🌊🦈🦈🦈

밀물 시간 되면 얼른 바다로부터 도망나와야 한다던데, 나는 잠식당하려고 수영모에 튜브에 구조 키트까지 챙겨 나와가지곤 뛰어 들어 꼬르륵거리고 있다.

여기 온 이래 처음으로 토요일이 온 기분이다.

세 번째 토요일이다. 지난 2월 27일부터 여태까지 계속 월화수목금수목 평일이었고 (평일이 재귀법으로 자꾸 자기호출함..) 이제서야 처음으로 토요일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다. 오늘은 어쩐지 동기들이 전반적으로 약간 산만하고 들떠있다. 나 역시 그랬다. 많은 동기들이 오전만 공부하고 서울에 올라가거나, 점심이 지나 애인을 만나러 나가거나, 밤 늦게 영화를 보러 삼삼오오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하는 하루다.
날씨 좋아봐야 모니터 반사 눈뽕만 더 심해지지 아무런 실의미도 없었는데 오늘은 좀 달랐다. 처음으로 아침에 늦게 나갔다. 피곤한 육체가 간만의 푹잠에 노곤하니 그 상태가 좋았다.

뒤집어 말하면 여지껏 꽤 성실했단 뜻이었다.

동기들 모두 열심히 하는데, 나는 현재 이 안에서 좀 부족한 편이니 그 안에서도 더 열심히 하는 축에 속해야지 싶었다. 똑똑하고 다정한 동기들이 나의 그러한 성의 아닌 성의를 알아보는 말들을 해줬다. 그럴 때엔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비가 와야 하늘이 개듯 그래서 오히려 오늘이 '토요일'인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느낀 나의 기분은 내가 최소한 내 자신에게 부끄럽진 않다는 방증 같다.

알고리즘 2주차에 여러모로 정말 난감했다.

문제의 난이도는 껑충 올랐는데 설상가상이라고 지난 목요일 내 몸이 한 번 빠지직 갈라졌었다. 결국 이틀을 통째로 본가에서 요양하는 데에 썼다. 그만큼 못 푼 문제는 많아졌다.

그러니 복귀한 일요일 낮부턴 그만큼 더 휘몰아치는 거다. 문제풀이 엑셀의 격자 안에 하나 건너 한 번 숨 쉬었다.

계속 아침에 나가서 새벽 2시 3시에 들어왔다. 룸메인 설윤이가 걱정하는 말을 해줬다. 그래서 고마웠다. 기초 체력 근력은 없는데 달리기 하려면 쉽지 않다. 이곳에서의 내 생활이 그렇다. 비유적으로도 그렇고, 실제로도 체력도 딸린다. 심지어 여긴 오래 달리기 플러스 단거리 달리기, 합쳐져 있다. 올림픽에서도 두 종목이 별개인데....

그러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심 속상한 맘이 한 켠에 있었던 것이다.

나 개인의 성장에는 소박한 자긍을 느낄 줄 아는데, 동시에 한 집단 안에서 내 자신이 상위권이 아님을 깨닫는 일에는 여전히 태연할 줄 모르는 거다.

본격적으로 학기를 시작해보고 나서야, 또 한 번 와 나는 진짜 개 용감한 사람이구나 했다.

이 말은 이중적이다.

이렇게 도전에 망설임 없는 내 자신에 대한 기특이기도, 내가 정말 이 커리큘럼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었는가에 대한 회의이기도 하다.

아직 못 푼 지난주차 문제들도 많고 그러니 복습도 남들보다 더 해야 했다. 그래서 아직 못 푼 지난주차 문제들도 여럿 풀어냈고 복습도 남들보다 더 했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드라마틱한 상황 체인지는 없다.

그렇지만 왜 자꾸 좌절이 안 되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이상하리만치 나는 여기서 괜찮다. 잘 지내고 있다. 머리와 마음이 마냥 맑은 건 아닌데 그래도 정말 아침에 일어나면 "다행이다"하고 생각하곤 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지난 기간동안 나와 친해져 주고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나눈 동기들에게 진심 다 해 감사하다.

나만의 작은 목표를 가진다. 그걸 해낸다. 부족하나 어쨌든 해낸 것이 좋다.

매 주차 태산같이 막막하던 문제들이 몇 있었다. 이번 주가 되니, 이게 그렇게까지 태산은 아니었단 걸 체감하였다.

그런 순간에 또 한 번의 기쁨이 허락되는가 싶다. 그런 쾌락을 제공받으니 또 어렵지만 한 발짝 내딛으려 하게 된다.

바닷물에서 발차기하고 음파음파 🥽🏊🌊⛱️🚣

그거 원래 초등학생들이랑 동네 수영장에서 락스물 마시면서 해야하는 건데 난 갑자기 어느날부터 여기 대자연 바닷물에서 이러고 있다.

본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알고리즘 이론을 처음 진입했다.

스택stack, 큐queue, 힙heap을 맛보기에 거쳐서 이제 트리tree에 대한 개념을 처음으로 다룬다. 정말 흥미롭고 또 매우 태산같다. 지식이 확장되며 새 것과 아는 것이 연결되는 경험. 오랜만이라 반갑다.

원래 이론 공부가 체질에 좀 맞는다. 그런데 이게... 이건 좀.... 많이 멀어보이긴 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어른들 보는 책을 펼친 기분이다.

뭔 영어이름 붙은 알고리즘 기법들이 밀물쳐온다. 이젠 걍 당황도 안 하고 응 들어와~ 이러고 있다. 배짱이 아니라 걍 눈에 안광이 없는 거다. 그러나 다행이다. 나는 원래 "잘 모르겠는데 어쩐지 공감이 가는" 대상에게 무한정으로 매력을 느끼는 악취미의 소유자다.

누군가 내게 "어쩌다 이 직업을?"이라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난 "그 때 벼락 맞았어가지고 기억이 없어"라고 답했다. 처음 개발 공부를 접했던 그 시절 나의 감상이 정말 그렇다. 새롭거나 낯설고 압도적인 것을 좋아하니 어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못하는데 "재밌어요." 하는 건 마치 겉보기에 구라 같을 것 같다. 그런데 뭐... 구라가 아니기는 하다. 이번 주 꺼 너무 어려워서 슬슬 재미가 덜해지고 있는 건 맞는데.... 뭐...

여간 일찍이 모든 것을 의심해 본 데카르트 선배님이 단 하나의 진실을 알려준 바 있지 않나.

모로가도 내가 이곳에서 3주만에 월등히 발전했으며 그 사실에 내 자신을 향한 사랑을 느낀다는 것만큼은, 자명한 진실이다.

앞으로도 이 정도로만 되길 바라는데 글쎄 아마 현재의 알고리즘 구간이 제일 호시절일 테니 살짝 떨린다(무서워서). 그리고 또 이 정도로만 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보단 더 잘 따라가야지....

되게 성실한 척, 세계 근면몰두대회 1위인 척하고 썼으나 사실 밤 11시 반 심야영화 보러 가는 팟에 내가 있다. 이래도 되냔 말이야ㅡㅡ 정말~ 아... 문제 풀기 싫어서 온갖 소릴 다 썼다. 이번 주 꺼 너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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