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발자 과정을 공부를 할 일자리를 찾던 중, 보수도 나쁘지 않고
아무래도 시청에서 운영하는 기관에서 알바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시흥근로자복지관 헬스장 카운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헬스장에선 출석 체크를 하고 이용하게끔 돼있는데,
헬스장에서 출석체크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더 깊게 생각해보면 출석 시간을 기록하여 시간대별 이용자 수, 회원 나이 분포 , 재등록 횟수 등 미래 헬스장 운영에 도움이 되는 DB 수집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근무하는 헬스장에선 그정도까지 신경쓰는 것 같진 않고, 결국 그냥 결제 후 유효 기간동안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
내가 다닌 헬스장들도 카드를 발급해서, 그 카드로 출석을 하고 운동을 하게끔 했었는데,
확실히 카드를 발급받아서 사원증처럼 들고다니면서 출석을 하는 게 효율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시작하고 회원 등록 후 카드를 줘서 출석 체크를 하게 하는 게, 처음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헬스장 운영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카드의 문제들이 발생했다,
출석 체크도 간편하고, 오류도 거의 없었기에 문제가 없는 줄 알았으나.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생겨났다.
2.로커 키 보관함
이 사물함은 셀프 보관함입니다, 개인 사물함 키와 회원 카드를 두고, 방문 시 꺼내어 사용 후에, 나가실 때 다시 자신의 번호에 맞는 곳에 보관 후 귀가하시면 됩니다. 만약 개인 사물함에 고가의 소지품이 따로 없을 경우엔, 키를 사물함에 꽂아두고 가셔도 큰 문제는 없으나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사물함을 잠구고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는 사실 알바따위가 바꾸면 안되는 지시지만, 기존 시스템을 따른다면, 내 개발 공부 시간이 엄청나게 감소함과 동시에, 많은 회원들이 방문할 때마다 귀찮은 반복 행동들로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회원들도 헬스장에서 키를 내어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리가 없다는 걸 알았기에. 마음대로 진행해버렸다.
만약 사설 헬스장이었다면, 사장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여 그렇게 했겠지만.
시흥시에서 운영하는 기관이었고, 본부장님도 헬스장 운영은 처음하는 계약직이셨기에..
나는 내 판단이 아직도 맞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1년간 이 시스템에 불평하는 회원도 없었고, 교대근무자 한 분도 내 선택을 지지해주셨다..
잡담이 길어졌는데 이 보관함 시스템이 출석 체크에 영향을 준 건, 카드 보관 때문이었다.
애초에 본부장님이 이 보관함을 생각하고 설치했을 때, 카드 보관은 염두해두지 않으셨지만, 보관함에는 키와 카드를 동시에 넣고 다닐 수 있었기에 사물함을 이용하는 회원들은 모두 카드까지 두고 다녔었다. 카드를 보관함에 두고 다니면서, 두 가지의 문제가 생겼다.
카드가 너무 비싸다..
회원 카드를 보관함에 둘 경우, 애초에 카드를 보관하기 위한 보관함이 아니어서 가끔 떨어지거나 다른 곳에 카드를 넣는 사고가 일어나기에.. 카드에 번호나 이름을 라벨링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는데 , 이는 카드의 재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신규 회원에게 지급되는 카드는 장 당 3천원이었기에, 결국 신규 회원 1명당 3천원의 고정비가 빠진다고 보면 되는데, 카드에 라벨링을 하는 순간 중고 카드가 되면서, 나중에 해당 카드의 회원이 재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카드가 회수되더라도 그대로 사용 불가 카드함으로 들어가면서, 위에서 언급했던 불량 카드와 함께 그대로 버려진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버려지거나 사용을 못하는 약 350-400장.. 금액으로 무려 105~120만원이다..
내 알바비에서 빠지는 비용이 아니긴 하지만.. 이 금액을 아껴서 헬스장 청소용품이나 다른 소모품에 투자를 받는다면, 내가 더욱 편해진다는 스노우볼 효과를 노리고싶었다..
카드가 섞인다
회원들중 30%정도는, 사물함을 따로 신청하지 않고 헬스장을 이용한다.
근데 이 회원들도 회원 카드를 들고 다니기 귀찮고 번거로운 건 사물함 이용 회원들과 같았기에, 이상한 문화가 자리잡게됐다.
내가 허락한 적은 없지만, 교대 근무자분이 보관함 끝쪽에는 해당 번호의 사물함이 없다는 걸 이용해서 그곳에 회원 카드를 두고 다닐 수 있도록 해버렸다.
직원 입장에서 회원들의 편의를 위하는 건 책임감과 연결되긴 하지만.. 어느정도 미래를 예상하고 조금 더 깊게 생각했을 때 이는 절대 허용해선 안되는 시스템이었다.
사물함을 이용하지 않는 수많은 회원들이, 사물함 보관함에 회원 카드를 보관하기 시작했고. 사물함 번호에 맞게 보관되는 카드들과는 달리, 이 카드들은 섞이고 자리가 정해지지 않아 뭉치게 되었고. 그곳에서 자신의 카드를 찾으려 카운터에서 한참을 헤메는 회원들이 늘어갔다.
이 때부터였다.. 나는 내가 공부하는 카운터 옆에서 자신의 카드를 뒤적이고 있는 회원들과, 나 자신을 위해서 출석 체크 시스템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발자들이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의 가장 큰 존재이유는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결국 컴퓨터로 만들어진 개발자들의 작업물들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가지 분야로 업무들이 나뉘기에.. 나는 개발자를 꿈꾸는 알바생이니 프로그래밍으로 헬스장에 불편한 것들을 고쳐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출석 체크 프로그램의 첫 단계였다.
문제가 생기면서 불만도 생겼고 -> 해결 방안을 찾으려 고민 -> 해결 프로그램 완성
이게 내 첫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