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백 후 첫 출근 - 1탄, 달라진 개발 환경에 적응하기

10년만에 돌아온 개발자·2025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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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공백 후 첫 출근 - 달라진 개발 환경에 적응하기

출근 전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10년 만의 개발자 복귀. 내일이면 다시 개발자로 출근한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애들 둘이 학교 다녀와서 잘 있을 수 있을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발 세상은 얼마나 변했을까. 내 개발 지식은 이미 구시대 유물이 아닐까.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출근을 앞두니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아침이 오면 출근해야 했다.

예상과 달랐던 첫날

1. "이런 회사 구조도 있구나"

첫 출근 날, 가장 먼저 놀란 건 회사 구조였다.

나는 한 회사에서만 오래 근무했었다. 그래서 회사라는 곳이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달랐다. 훨씬 유연하고, 빠르고, 때로는 즉흥적이기까지 했다.

"아, 이런 방식도 있구나."

한 가지 방식만 아는 것보다, 다양한 방식을 경험하는 게 개발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제야 깨달았다.

2. 기획자, 디자이너, 프론트엔드... 그리고 나

더 신기했던 건 협업 구조였다.

우리 회사는 부분적으로 SI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획자가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디자이너가 화면을 그리고,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UI를 만들고, 백엔드 개발자인 내가 API를 만드는 구조.

10년 전에는 이런 세밀한 역할 분담이 없었다. 혼자서 다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협업이라고 해봐야 같은 백엔드 개발자들끼리였다.

"아, 요즘은 이렇게 일하는구나."

각자의 전문성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어서, 오히려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3. 이클립스는 어디로 갔을까

가장 큰 충격은 개발 환경이었다.

10년 전의 나는 이클립스와 텍스트 에디터를 열심히 썼다. 에러가 나면 구글에 검색해보고, 스택오버플로우를 뒤지고, 해결 안 되면 선배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지금은...

"ChatGPT한테 물어보면 돼요."
"GitHub Copilot이 자동완성 해줘요."
"노션에 다 정리되어 있어요."

온라인 협업 도구, AI 코딩 어시스턴트, 클라우드 IDE... 개발 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실제로 어려웠던 점

"요즘 실무를 모르는 게 티가 날까봐"

가장 두려웠던 건 이거였다.

회의 시간에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어쩌지? 최신 라이브러리를 모른다는 게 들키면 어쩌지? 37세 신입이라는 게 눈치 보이면 어쩌지?

매 순간 조심스러웠다. 질문하기도 무섭고, 의견 내기도 망설여졌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니 깨달았다.

"어? 기술적인 건 생각보다 괜찮네?"

프레임워크가 바뀌고, 도구가 달라졌지만, 개발의 본질은 같았다.
로직을 짜고, 데이터를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10년의 경험이 완전히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의외의 해결사, 동기

나와 같이 입사한 분이 있었다.

그분은 나와 정반대였다. 취업 준비를 한동안 하면서, 최신 기술 트렌드를 계속 공부해온 분이었다. 나보다 어리고, 실무 경험은 적었지만, 요즘 개발 생태계에 대해서는 훨씬 잘 알고 있었다.

"이 라이브러리 쓰면 편해요."
"요즘은 이 툴 많이 써요."
"이 방식이 더 효율적이에요."

동기가 알려주는 팁들이 정말 유용했다.
나는 경험에서 나오는 문제 해결 방법을 알려주고, 동기는 최신 도구와 트렌드를 알려줬다. 서로 다른 배경이 오히려 시너지가 됐다.

10년 전 vs 지금

구분10년 전지금
개발 도구이클립스, 텍스트 에디터VSCode, AI 코딩 어시스턴트
협업개발자끼리 직접 소통Slack, 노션, Jira 등
문제 해결구글, 스택오버플로우+ ChatGPT, GitHub Copilot
배포수동 배포, FTPCI/CD, 자동화
회의대면 위주온라인 + 대면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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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잡는 방법

1. 모르는 건 솔직하게 물어보기

가장 중요한 건 이거였다.

처음엔 창피해서 물어보기 어려웠다. "이것도 몰라?" 하는 소리 들을까봐. 하지만 물어보지 않으면 계속 모른다.
나는 초짜다라는 철판을 어느정도 깔 줄 알아야하는 것 같다.

의외로 다들 친절하게 알려줬다. 오히려 "이런 것도 궁금해하시는구나" 하며 친분을 쌓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 4년 경력의 장점 활용하기

신입은 아니었다. 4년의 경험이 있었다. 비록 10년 전이지만.

비록 최신 기술은 모르지만, 문제 해결 접근법은 알고 있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속도가 빨랐다. 예외 상황을 미리 생각할 수 있었다.

"경력"이라는 게 꼭 최신 기술을 아는 것만은 아니었다.

3. 동기와 정보 교환하기

같이 입사한 동기가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실무 경험과 문제 해결 노하우를, 동기는 최신 트렌드와 도구 정보를 공유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가 됐다.

혼자가 아니라는 게, 생각보다 큰 힘이 됐다.

첫 출근 이후 한 달

지금은 첫 출근으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아직도 모르는 게 태산이다. 매일 새로운 걸 배운다. 가끔은 여전히 불안하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10년의 공백이 핸디캡이 아니라, 다른 시각을 가진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개발자로 다시 일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준비가 안 됐다"는 느낌, 저도 똑같았어요. 출근 전날 밤 한숨도 못 잤어요.

하지만 시작하면 뭐든 배우게 돼요.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시작하는 사람은 없어요.

10년의 공백보다, 다시 시작한다는 용기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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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공백극복하고 회귀 | 37살 워킹맘 | INTJ

9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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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7일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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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7일

잘 읽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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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8일

와 너무 멋지세요! 워킹맘개발자를 응원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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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8일

진짜 멋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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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3일

오.,. 중간에 육아로 인한 공백기이신것 같은데 면접에서 공백기 관련 질문을 많이 받으셨을것같은데 어떻게 답했는지 궁금해요 + 실례가 아니라면 입사한 회사 규모를 알 수 있을까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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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8일

멋지시네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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