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 전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10년 만의 개발자 복귀. 내일이면 다시 개발자로 출근한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애들 둘이 학교 다녀와서 잘 있을 수 있을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발 세상은 얼마나 변했을까. 내 개발 지식은 이미 구시대 유물이 아닐까.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출근을 앞두니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아침이 오면 출근해야 했다.
첫 출근 날, 가장 먼저 놀란 건 회사 구조였다.
나는 한 회사에서만 오래 근무했었다. 그래서 회사라는 곳이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달랐다. 훨씬 유연하고, 빠르고, 때로는 즉흥적이기까지 했다.
"아, 이런 방식도 있구나."
한 가지 방식만 아는 것보다, 다양한 방식을 경험하는 게 개발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제야 깨달았다.
더 신기했던 건 협업 구조였다.
우리 회사는 부분적으로 SI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획자가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디자이너가 화면을 그리고,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UI를 만들고, 백엔드 개발자인 내가 API를 만드는 구조.
10년 전에는 이런 세밀한 역할 분담이 없었다. 혼자서 다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협업이라고 해봐야 같은 백엔드 개발자들끼리였다.
"아, 요즘은 이렇게 일하는구나."
각자의 전문성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어서, 오히려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충격은 개발 환경이었다.
10년 전의 나는 이클립스와 텍스트 에디터를 열심히 썼다. 에러가 나면 구글에 검색해보고, 스택오버플로우를 뒤지고, 해결 안 되면 선배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지금은...
"ChatGPT한테 물어보면 돼요."
"GitHub Copilot이 자동완성 해줘요."
"노션에 다 정리되어 있어요."
온라인 협업 도구, AI 코딩 어시스턴트, 클라우드 IDE... 개발 환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가장 두려웠던 건 이거였다.
회의 시간에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어쩌지? 최신 라이브러리를 모른다는 게 들키면 어쩌지? 37세 신입이라는 게 눈치 보이면 어쩌지?
매 순간 조심스러웠다. 질문하기도 무섭고, 의견 내기도 망설여졌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니 깨달았다.
"어? 기술적인 건 생각보다 괜찮네?"
프레임워크가 바뀌고, 도구가 달라졌지만, 개발의 본질은 같았다.
로직을 짜고, 데이터를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
10년의 경험이 완전히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나와 같이 입사한 분이 있었다.
그분은 나와 정반대였다. 취업 준비를 한동안 하면서, 최신 기술 트렌드를 계속 공부해온 분이었다. 나보다 어리고, 실무 경험은 적었지만, 요즘 개발 생태계에 대해서는 훨씬 잘 알고 있었다.
"이 라이브러리 쓰면 편해요."
"요즘은 이 툴 많이 써요."
"이 방식이 더 효율적이에요."
동기가 알려주는 팁들이 정말 유용했다.
나는 경험에서 나오는 문제 해결 방법을 알려주고, 동기는 최신 도구와 트렌드를 알려줬다. 서로 다른 배경이 오히려 시너지가 됐다.
| 구분 | 10년 전 | 지금 |
|---|---|---|
| 개발 도구 | 이클립스, 텍스트 에디터 | VSCode, AI 코딩 어시스턴트 |
| 협업 | 개발자끼리 직접 소통 | Slack, 노션, Jira 등 |
| 문제 해결 | 구글, 스택오버플로우 | + ChatGPT, GitHub Copilot |
| 배포 | 수동 배포, FTP | CI/CD, 자동화 |
| 회의 | 대면 위주 | 온라인 + 대면 하이브리드 |
.
.
가장 중요한 건 이거였다.
처음엔 창피해서 물어보기 어려웠다. "이것도 몰라?" 하는 소리 들을까봐. 하지만 물어보지 않으면 계속 모른다.
나는 초짜다라는 철판을 어느정도 깔 줄 알아야하는 것 같다.
의외로 다들 친절하게 알려줬다. 오히려 "이런 것도 궁금해하시는구나" 하며 친분을 쌓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신입은 아니었다. 4년의 경험이 있었다. 비록 10년 전이지만.
비록 최신 기술은 모르지만, 문제 해결 접근법은 알고 있었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속도가 빨랐다. 예외 상황을 미리 생각할 수 있었다.
"경력"이라는 게 꼭 최신 기술을 아는 것만은 아니었다.
같이 입사한 동기가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실무 경험과 문제 해결 노하우를, 동기는 최신 트렌드와 도구 정보를 공유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가 됐다.
혼자가 아니라는 게, 생각보다 큰 힘이 됐다.
지금은 첫 출근으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아직도 모르는 게 태산이다. 매일 새로운 걸 배운다. 가끔은 여전히 불안하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10년의 공백이 핸디캡이 아니라, 다른 시각을 가진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개발자로 다시 일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준비가 안 됐다"는 느낌, 저도 똑같았어요. 출근 전날 밤 한숨도 못 잤어요.
하지만 시작하면 뭐든 배우게 돼요.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시작하는 사람은 없어요.
10년의 공백보다, 다시 시작한다는 용기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파이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