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6년 신년사

한강섭·2026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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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경제 회고

2025년은 우리 경제가 수많은 격변과 도전에 직면한 해였습니다. 1분기에는 예상치 못한 정치적 충격으로 역성장을 기록했고, 4월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관세 조치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되었습니다. 6월 대선 이후 정치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성장 흐름이 일부 회복되었으나, 한미 투자 협정을 둘러싼 통상 갈등이 10월 말 APEC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며 경기 회복 속도를 저해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비상계엄 직후 경제 시스템의 독립성과 정상 작동에 대한 신뢰 구축에 주력했으며,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과 환율 변동성 심화로 성장과 금융안정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6년 주요 위험 요인

글로벌 통상환경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사법적·정치적 변수에 따라 관세 및 무역정책 리스크가 재부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G20 회의의 글로벌 불균형 이슈로 인한 국가간 갈등 확대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한미 투자 협정과 관련해서는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예정되어 있으나, 이는 최대치이며 실제 투자 규모는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 이후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일본, 유로존, 호주 등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주요국 재정 건전성과 국채시장

주요 선진국들의 고령화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와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정부 부채의 이자 부담 확대로 재정 여건이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글로벌 장기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했으며, 국채시장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영향력 확대로 충격 발생시 위험이 증폭될 수 있습니다.

AI 산업 기대 조정 가능성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빠르게 상승한 가운데, 가격 조정 발생시 위험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생산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비교적 높은 회복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국내 투자자들의 글로벌 AI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 확대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 전망

물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시적 요인이 완화되면 연간 2.1%를 기록하며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높은 환율 수준 지속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누적된 높은 생활물가 수준이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어, 통상 구조 개선과 수입 개방 확대 등 구조적 개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성장

올해 성장률은 1.8%로 작년 1.5%에 비해 상당히 높아져 잠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4%에 그쳐 K자형 회복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지속가능한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환율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400원대 후반까지 상승했으나, 우리나라는 순 대외채권국으로 대외 건전성이 양호한 만큼 과거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가 큰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한미간 성장률 및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거주자의 지속적인 해외 증권 투자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국민연금 해외투자 관련 이슈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와 시기, 환헤지 운영 전략 등이 국내외 시장에 지나치게 투명하게 드러나면서 환율 변화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거시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과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략적 환헤지의 탄력적 대응을 위한 기획단을 구성하고, 정부 관련부처, 국민연금, 한국은행이 협력하여 국민연금 해외 투자의 뉴프레임 구축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것은 큰 진전입니다.

2026년 통화정책 방향

성장 경로에 상하방 위험이 모두 존재하고 물가 흐름도 환율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수도권 주택가격 동향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책 변수간 상충이 심화되는 만큼, 향후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제 지표를 자세히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영해 나갈 것입니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금융통화위원회 향후 3개월 내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의 운용 방향 등을 재점검하면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것입니다.

기타 통화정책 수단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는 준재정적 정책적 성격을 줄이고 금리 정책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재정비할 예정입니다. 유동성 안전판 역할도 확대하여 은행 대출채권 적격담보 시스템을 올해부터 가동하고, 대상을 비은행 예금취급 기관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구조개혁 연구와 싱크탱크 역할

지난 3년간 구조개혁 연구 시리즈를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해 왔으며, 내부 설문조사 결과 직원의 5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보고서, 자율주행 택시 도입 연령의 결정 제도 개선, 고령층 계속 근로에 대한 보고서 등이 좋은 사례입니다. 앞으로도 양질의 연구를 통해 우리 경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판 역할을 계속할 것입니다.

디지털 혁신과 AI 도입

프로젝트 한강 1차 실증을 마무리했고 올해는 2차 실증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정부의 국고금 관리 개선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프로그래머블 화폐의 활용 경험을 축적할 것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며,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도입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과 협력하여 구축한 한국은행 AI 언어모형을 이달 말부터 선보일 예정이며, 망통합 사업도 3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직원들이 업무 전반에 AI를 적극 활용하여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끌어가기를 바랍니다.

조직문화 개선과 감사 인사

지난해 말 자율기부 행사에 79.9%의 높은 참여율을 보였고,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조직문화 개선 노력으로 조직의 역동성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부처간 유기적 협업과 정보 공유가 확대되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 문화가 자리잡고 있으며, 조사연구 방식도 탑다운에서 바텀업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 인용 보도는 전년 대비 약 11% 증가했고,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1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신 모든 임직원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마무리

새해도 여러 과제와 난관이 놓여 있지만,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는 말처럼 뜻을 모아 한마음으로 임한다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중앙은행 직원으로서 원칙과 사명을 마음에 새기고 우리 경제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노력할 때 우리의 성과는 반드시 평가받을 것입니다. 병진년 붉은 말의 해가 지닌 역동적인 기운과 함께 새로운 한해를 힘차게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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