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학기 극복기

우노·2024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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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2학기부터 캘린더에 일정을 빼곡히 채워살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3학년 1학기는 지금보다 더 힘들고 3학년 2학기는 그거보다 더 힘들대."
이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고된 3학년 2학기를 보냈다.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워서 지나버린 일정을 월별로 정리하고 일기처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학기 21학점 시간표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9월

개강과 동시에 코딩부트캠프와 캡스톤 Proposal 발표를 맞닥뜨렸다.

코딩부트캠프

개강 5일차에 코부캠 1차 시험이 4주도 남지 않았다는 교수님의 공지를 듣게 되었다. 1차에 통과를 못하면 신경쓰여서 아무것도 못할 성격을 알기에 코부캠 스터디만 2개 만들어서 구름톤 챌린지, 백준, 프로그래머스를 붙잡고 하루에 여러 문제를 풀고 노션 오답노트도 만들었다. Algorithm_PS Repo
9월 말이었던 시험 직전 며칠간은 정말 틈나면 프로그래머스 카카오 코테 문제만 계속 풀었다. 물론 걱정이 기우였을만큼 가벼운 문제들이 나와서 1차에 통과했다. 문제가 예상보다 쉬워서 실전 경험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덕분에 프로그래머스 플랫폼과 문제 풀이에 익숙해진 것 같다.

캡스톤 Proposal

방학이 끝날 무렵 통신도 모르면서 네트워크로 프로젝트 하고 싶다고 주제가 정해진 캡스톤 팀에 합류해서 재밍 로그 분석할 생각에 암담했는데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고 아이디에이션부터 다시 시작했다.
팀원인 선배들은 논문 한 편도 안 읽어본 내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에 논문 3편씩 찾아서 초록이라도 읽고 생각나는 아이디어들을 정리했다. 물론 대부분이 내가 모두까기 인형이라고 부르는 팀장님한테 까였지만 발표 약 12시간 전에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졌고 밤샘 회의와 준비로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아이디어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만을 포함한 미흡한 준비로 교수님께 매우 공격적인 피드백을 받긴 했다.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7월부터 시작했던 오픈소스 컨트리뷰션에서 8월에 [.NET] Moq 대체하기를 마무리하고 새로 해결할 버그 선정과 진행 상황 공유를 위한 회의와 정기 미팅을 이어갔다.
그리고 10월 초에 열릴 성과공유회 발표를 위해서 멘토님+리드멘티 3명이 발표 준비를 위해 회의를 자주 열었다. 운이 좋은지 나쁜지 사다리타기에서 발표에 당첨됐다.

기타

몇 번의 멋사 위키, 팀플 회의를 마쳤고 COMP 2학기 프로젝트 OT를 준비했다. 다들 바빠서 흐지부지 되어버렸지만 노드/플러터 스터디에 잠시동안 참여했다.

10월

중간고사

설계패턴, 컴퓨터통신, 컴퓨터그래픽스, 모바일앱개발 4과목의 시험을 준비했다. 처음 접하는 낯선 개념들을 수업 때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시험을 친다는 점에 스트레스가 다소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돌아보니 시험기간에 팀플과 캡스톤, 과제를 잠시 멈추고 시험공부를 할 수 있다거나 스트레스 받아서 힘들어 할 정신이 남아있었다는 점에서 2학기에 가장 여유로웠던 시기였던 것 같다.

기타

중간고사를 마친 직후에 팀플 두개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팀플 지옥이 시작된다.
메가존클라우드 글로벌 멘토링에 지원하고 합격했다. 사실 시험 직전에 지원서 쓰는 게 부담이 컸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어필했던 지원서를 잘 봐주신 것 같다.
멋사에서 REST API와 템플릿 엔진을 주제로 발표했다. 내용도 많고 특히 REST API에 대해서 정리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어서 발표보다 발표자료 준비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성과공유회에서 Azure Functions OpenAPI Extension 팀의 발표를 담당했다. 약 200명 앞에서 발표했는데 안 떨려서 신기했다. 다만 엄격한 시간 제한과 짧은 준비 시간 때문에 대본을 많이 봤는데 사진에도 드러난 점이 아쉬워서 앞으로는 대본 없이 발표하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11월

캡스톤 중간데모

중간고사가 끝나니 중간 데모 발표가 당장 3주 앞으로 나왔었다. 시험기간에도 시간 투자해서 설계한 팀장님 덕분에 구조는 나와있었으나 구현이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기능이 많지는 않지만 웹으로 개발해야하는데 팀원 중 리액트를 제대로 써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두어번 써본 자바 스윙과 자바스크립트 캔버스를 통해 얻은 그림 데이터 소켓 송수신은 모두에게 처음인 구현이었다. 또다시 발표 직전까지 주요 기능 개발과 발표 준비를 위해 밤을 샜고 다행히도 서비스의 필요성과 차별성, 그리고 이를 만족하는 기능이라는 점을 담은 서비스 제안이 잘 전달되어서 서비스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팀플

일찍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캡스톤 포함 4개를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나보다. 팀플을 위해 회의하고 구현하고 회의하고 코드 리뷰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했다. 특히 설계패턴은 HolubSQL 개선을 마쳐야 응용 개발을 시작할 수 있어서 10월 말부터 제출까지 꾸준하게 시간을 쏟았다. 모바일앱개발에서는 Firebase와 Firestore, 구글 로그인을 담당해서 플러터에서 구현했는데 배려해준 팀원들 덕분에 내가 하고싶은 부분을 맡아서 NoSQL을 처음 활용해볼 수 있었고 로그인과 간단한 페이지 몇개만 구현했는데도 네컷사진 공유일기 앱이 완성되어있었다.

메가존클라우드 멘토링

두 차례 정도 역삼 포스코타워와 메가존빌딩에 가서 메가존이 어떤 회사인지 멘토님들께서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들을 수 있었고 멘토님 덕분에 메가존클라우드 위워크 사무실을 구경하고 진로와 클라우드 직무 관련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클라우드 분야에 대한 진로가 막연하다고 느껴졌는데 질문을 받아주실 멘토님이 생겼다는 점이 좋았고 그만큼 연락으로, 또 대면으로 기술적인 질문부터 진로까지 다양하게 질문이 생길 때마다 여쭤보았다. 덕분에 멘토님께서 물음표살인마라는 별명을 지어주셨다.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면서도 멘티들을 잘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기타

AWS 커뮤니티데이 핸즈온에 참여해서 컨테이너를 실습했다. 쿠버네티스와 ArgoCD를 처음 사용해보았는데 어렵고 이해도 못했지만 마냥 멋있어보이고 재미있다고 느껴서 앞으로 이 부분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자극제가 되었다.
캡스톤 대면 멘토링을 위해 여의도 KB증권을 다녀왔다. 금융권에서 시스템 모니터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잠깐이나마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멋사 위키와 중커톤 프로젝트 회의가 이어졌다. 본격적인 개발 시작은 종강 이후로 잡았지만 그럼 그 전에 기획을 모두 마쳐야했기에 더 힘들어질 시험기간 전에 회의를 자주 잡았다.
학교에서 논술고사 근로를 했다. 캡스톤 때문에 근로를 위해 시간을 뺀다는 부담이 상당히 컸는데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을 했다는 점과 오랜만에 과제, 팀플 생각 없이 반나절을 보냈다는 점에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졸업 요건 중에 하나로써 교수님과 상담했다. 데브옵스가 힘들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진로에 변함은 없다.

그리고 11월 중반쯤에 멘탈이 아주 심하게 무너졌던 적이 있다. 가끔 힘들었던 적은 있어도 주체할 수 없는 경험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는데 잘 챙겨주고 그만큼 걱정해준 친구들 덕분에 금방 이겨내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잔소리도 많이 들었다.. 얘드라 잔소리 스타핏ㅡ...

12월

캡스톤 최종 발표

3명이 한 팀인데 나와 다른 팀원이 설계패턴 팀플로 너무 경황이 없어서 구현해둔 기능을 합치고 최종 프로덕트 개발을 시작한 시기가 발표 일주일 전이었다. 덕분에 일주일 동안 평균 수면시간이 3~4시간이 안되었고 팀원 모두가 울면서 노트북 앞에 앉아있었다. 다같이 울면 울었지 싸우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밤을 새면서 발표 2시간 전인 아침 7시까지 계속 코드를 수정했고 발표 시작 10분 전에 발표 자료를 완성했다. 충분한 준비 없이도 발표를 막힘없이 진행한 팀장님 다시 생각해도 존경스럽다.
P2P 연결 때문에 라우터에 가해지는 부하 등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중앙 미디어 서버라는 대안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설명하였고 제안한 필요성과 차별성, 그리고 사용 흐름이 잘 어필되었던 것 같다. P2P로 9명이 연결하면 라우터한테는 디도스 공격이 아니냐는 교수님의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캡스톤은 정리할 것들이 있어서 다른 게시글로 더 작성해보려고 한다.

팀플

종강과 함께 팀플 마감 역시 다가왔고 다른 팀플 개발 마무리와 동시에 리눅스응용설계 팀플을 시작했다. 리눅스에 대한 이해가 다른 팀원들보다 부족해서 자료 조사와 PPT 부분에 열심히 기여했다. 팀원들을 잘 만난 덕인지 설계패턴, 모바일앱개발, 리눅스응용설계까지 무사히 프로젝트 결과물을 제출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기말고사

설계패턴, 컴퓨터통신, 컴퓨터그래픽스, 리눅스응용설계 4과목의 시험을 준비했다. 기말고사 없애주신 모앱 교수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되돌아보면 2학기 가장 아쉬운 점이 기말고사이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보통 시험기간을 첫 시험 기준 2주로 잡고 반복하면서 내용을 숙지하는데 캡스톤에 시간을 쏟느라 시험 6일 전에 시작하면서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고 전 범위인 시험이 두개였던 점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중간고사부터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내가 혼자서 얻을 수 있었던 것들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었고 같이 고생하면서 힘든 시험기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 올A+에는 실패했지만 미련은 없다.

기타

메가존클라우드 멘토링 최종 발표를 위해 밤샘 캡스톤 발표가 끝나자마자 펜타클 빌딩으로 달려갔다. 내가 왜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정했는지부터 왜 클라우드 분야여야하는지와 진로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발표했고 잠을 못 자서 잠깐의 네트워킹으로 마무리했다. 39시간 활동 후에 13시간 딥슬립 엔딩 발표에서 의지가 잘 전해졌는지 우수멘티로 선정될 수 있었다.
COMP 선배님들의 동방 방문을 안내해드리며 해외취업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조금이나마 버릴 수 있었다. 물론 해외취업이 목표는 아니지만 다양한 길을 생각할 수 있었다.

총정리

21학점 7전공 수강

캡스톤디자인 - 화면공유 플랫폼; React AirView | Team Repo
모바일앱개발 - 네컷사진 공유일기; Flutter Re:Frame Repo
설계패턴 - HolubSQL 개선 및 웹 미로 게임 응용 개발; Java, React Team Repo
리눅스응용설계 - 리눅스 커널 분석; Named Pipe

모바일앱개발 실습/과제 9개
리눅스응용설계 실습/과제 11개
컴퓨터그래픽스 과제 3개
컴퓨터통신 과제 3개
설계패턴 과제 2개

멋사 컨퍼런스 REST API/템플릿 엔진 발표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성과 발표
메가존클라우드 Goal Discussion 발표
설계패턴 팀프로젝트 발표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Azure Fucntions OpenAPI Extension 리드멘티
메가존클라우드 글로벌 멘토링 우수멘티

느낀 점

배운 점도 많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 학점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는 것 같다.
지식을 얻는 것은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라 했는데 이번 학기를 지나며 똑똑한 사람들이 하나하나 만들어둔 세상에 살고있다고 느껴졌다.

개발에서는 구현에 기반이 되는 개념의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고 기술을 선택할 때 왜?를 보다 깊이있게 고민할 수 있었다. 기술뿐만 아니라 구현 자체에서도 질문을 던지며 원리를 이해하려고 탐색하였다.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캡스톤을 마무리하면서 결국 프레임워크와 같은 기술은 구현을 위한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를 위한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프레임워크/라이브러리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을 선택해야한다는 점을 계속 되새기고 있다. 개인의 능력이나 선호도 물론 고려 대상이지만 해당 사항들 때문에 기술 선택과 구현에 제약이 있으면 안된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꺼려하던 프론트엔드를 리액트 공식문서부터 읽어서 결과물을 만들어가면서 나름대로 뭐든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다만 잠을 줄여가면서 일을 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다. 그러려면 책임질 수 있을 만큼만 일을 벌이고 책임지려고 죽어라 노력해야할 만큼은 하지 말자고 명심해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학기에 인복이 정말 좋다고 느꼈다. 능력있는 팀원들을 만나서 내가 담당한 작은 일을 끝내니 결과물이 완성되어있었다. 캡스톤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깨어지고 비판적 사고도 길러진 것 같다. 같이 수업듣고 과제하고 중간/기말을 공부한 친구들, 간식부터 잔소리에 걱정까지 많이 도와준 주변사람들 덕분에 더 많이 배울 수 있었고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정말 도움과 챙김을 많이 받았다. 몇 학기를 내내 달리며 3학년 2학기에 정점을 찍고 휴학을 하며 조금 쉬어가려고 한다.

지금까지 여러 활동을 하면서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휴학을 통해 프로젝트들에서 느꼈던 점과 기여를 정리하고 리팩토링을 통해 좋은 구조로 다듬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다들 2023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4도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보아요.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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